한동안 연락이 없던 절친 녀석과 모처럼 장시간 통화를 했습니다.
녀석은 안부도 묻기 전에 푸념부터 늘어놓더군요.
이젠 현업에서 물어 나고 싶은데, 장남 녀석이 가업을 물려받는 걸 부담스럽게 여기고..
더불어 업무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책임감도 없어서 손을 놓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듣기만 하다가 친구의 푸념이 길어져서 냉정하 게 한마디 말로 정리를 했습니다.
"걱정은 접어라.. 자네 젊은 시절과 자네 큰 아들을 비교하면 간단해"
"그리고 일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일을 하는 게 자네에게도 여러모로 좋네"
절친 녀석은 젊은 시절 한동안 너무 무책임한 삶을 살았습니다(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결혼 후에도 친구의 부인에게 친구의 소재 파악 문의 전화도 수시로 받았고..
직장을 다닐 때에도 공장장이란 녀석이 월급만 타면, 투망과 사냥총을 들고 3~4 일 잠적은 기본이었고..
자기 사업을 할 때도 부인에게 사업장을 맡기고 놀러 다니는 건 애교일 정도였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의 큰 누님 생신 때 제가 일을 크게 벌였습니다.
친구 녀석의 어머님과 누님 매형이 모두 계시는 자리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님! ** 이가 3 대 독자라고 너무 오냐오냐 하신 것 같습니다.. 심성은 착하지만 너무 무책임합니다.
사업이 힘들다고 징징 거려도 절대 도와주시면 안 됩니다.
사장이란 놈이 사업장은 나 몰라라 하고 맨날 놀러만 다니고... "
(당시 큰 누님은 여장부 타입으로 건설업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그 후 친구 녀석과 한동안 모임에서도 서로 아는 척을 안.. 아니 못 했습니다.
결국은 친구의 부인 전화로 못 이기는 척하고 만나서 술 한잔하고 앙금은 풀었습니다.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건가?"
"나도 이중인격에 자기 합리화를 자주 하곤 하면서?"
사회생활 중 또는 가장 가깝다는 연인들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이중인격자와 자기 합리화라는 말은 아닐까요?
이중인격자와 자기 합리화는 엄격히 다른 의미를 지녔지만, 공유하는 의미는 꽤 많다는 생각입니다.
쉽게 생각을 해 보자면.. 자기 합리화에 능숙한 사람은 이중인격자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우리 모두 완벽하 게 이중인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 오늘은 자기 합리화도 가끔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자기 합리화란 단어에 상당히 민감했던 편이었습니다.
솔직하게 나에게 부족한 능력을 드러내고 싶진 않았습니다... 왠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자기 합리화란 의미가 완전 다른 의미로 다가섭니다.
처음에는 변명과 핑계로 여겨졌는데..
차분하게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을 대비를 하니 완전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즉, 세상과의 비교를 줄이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게 넉넉하게 다가섭니다.
절친 녀석의 지갑 두께와 제 지갑의 두께 비교도 아무런 의미가 없더군요.
비록 적은 액수지만, 나 갈 돈보다는 들어오는 돈이 무게가 더 무겁기 때문입니다.
넓고 화려한 고급 승용차를 봐도 무덤덤합니다.
그 이유는 시골 생활에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크고 넓은 집도 필요가 없습니다... 난방 및 청소 유지 보수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고급 식당 요리보다는 이웃에서 주신 청국장이 더 값지게 여겨집니다.
선물로 들어온 고급 양주보다는 막걸리에 손이 가고..
자주 이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제가 좀 유치 하기는 하지만 나름 재미도 쏠쏠합니다.
중요한 건... 제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유지를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싶습니다만..
나를 흔드는 건 나 자신이지요...
뭐.. 지금도 가끔은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삶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요즘의 삶이 그럭저럭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딸이 준 양주도 있지만, 손님용으로 보관을 하고..
배추전에 막걸리 한 잔으로 오늘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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