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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덕유산 종주 둘째 날 - 삿갓재 대피소에서 삼공리 주차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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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종주 둘째 날 이야기

 

삿갓재 대피소

새벽 4시에 일어 났습니다.

잠에서 깨여 일어난 것이 아니고 그냥 누워 있다가 일어난 것입니다.

좁다 좁은 대피소에 45명이 복작거리며 누워 있는데다 너댓명의 코 고는 소리, 이빨 가는 소리, 그리고 밤새 들리는 잠꼬대소리..

전 코 고는 소리가 그렇게 다양한줄 처음 알았습니다. 흔히 드르릉 드르릉..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건 얌전한 음악이었습니다.

도저히 의성어로 흉내를 내기가 불가능한 다양한 소음이 밤새 이어지고, 소음제로, 불빛제로의 상태가 되어야 잠을 이루는 습관으로 인해 도저히 잠이 든다는 것은 불가능. 그냥 눈만 감고 밤을 지냈습니다.

 

일출 시간은 5시 25분경..

일출 포인트는 무룡산 오르기 전 계단 끝 부근.

그런 정보를 엊저녁 대피소 직원한테 전해듣고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일단 4시에 기상. 베낭을 챙겨서 바깥으로 나오니.. 허걱.

주위가 온통 자욱한 안개밭입니다.

일출맞이는 틀린것 같네요. 그래도 무작정 그 시간에 맞춰 무룡산까지 가 보기로 계획하였습니다.

이곳 삿갓재 대피소에서 무룡산 오르기 전 계단까지는 약 40여분 소요예상.

날씨는 어스스하여 쌀쌀합니다. 바람막이 옷을 내어입고 아침을 준비합니다.

메뉴는 엊저녁과 마찬가지로 라면정식.

식사후 물티슈로 고양이 세수까지 하고 다시 베낭을 챙겨 대피소를 나서는 시간이 05시 05분..

삿갓재 대피소에서 구천동 삼공리까지 산행거리 약 18.5km. 예상소요시간 8시간 30분의 일정이 시작 됩니다.



 

 

 

새벽 5시가 조금 지난 시간 ..

안개가 자욱한 풀 숲을 헤쳐 나가는 것으로 덕유산 종주 둘째 날을 시작합니다.

여름 덕유산의 종주 길은 군데군데 키높이 잡풀들로 우거져 있습니다.

날카로운 풀들이 없어 몸에 닿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비가 내린것 마냥 숲이 온통 물기로 머금고 있습니다.

옷은 삽시간에 젖어 버리지만 기분은 상쾌하고 참 좋네요.

 

 

일출 장소로 유명한 무룡산 계단길입니다.

 

 

위 쪽으로 빛이 희미하게 내려 쪼입니다.

안개만 없다면 너무 멋진 황홀경이 일출을 맞이했을 것인데 너무 아쉽네요.

 

 

산을 넘어와 구름 위로 솟는 일출은 애초 포기하였지만 그래도 기다려서 얻은 일출사진입니다.

 

 

이른 출발로 인하여 하루 일정이 넉넉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전혀 서둘 필요가 없어졌네요.

앉아서 풀들과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1시간여만에 무룡산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약간 날씨가 걷히는 듯 하여 일부러 걸음걸이를 천천히 합니다.

왜?

멋진 풍경들을 보지 못하고 안개길을 걷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입니다.

 

 

내리막 계단길에 멋진 아치나무가 있네요.

 

 

새벽 일찍 반대편에서 오는 부부산행객을 만났습니다.

연령대가 저와 비슷합니다.

길가에 잠시 멈춰 이야기를 나눕니다.

두분이 어제 산에 올라와서 草行露宿을 했다고 합니다.

하늘에 총총한 별도 보았을 것이고, 밤을 같이 지새운 새의 노래소리랑, 벌레들의 스침소리...

이 멋진 산자락, 능선의 한 자리에서 더블침낭에 두 분이 온기를 나누며 하룻밤을 지낸다는 것...

너무 부럽고 멋집니다.

산악 국립공원에서는 대피소나 허가된 장소 이외에는 아영이나 막영이 허가되지 않지만 이 정도 프로패셔널한 인생이라면 누가 뭐랄까요?

 

나도 꼭 한번 해 봐야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다행...^^

안개속으로 우뚝 솟아 보이는 것은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과 중봉입니다.

 

 

지나온 능선길.

 

 

 

 

 

동남쪽으로 조망되는 풍경인데 멀리 보이는 산들의 지명은 헷갈립니다.

합천이나 거창쪽의 산들이 아닐까 여겨지네요.

 

 

안개를 품고 있는 능선의 풍경이 너무 멋집니다.

'너무 멋지다.'라는 말을 아낄려고 애를 쓰지만 이곳에서 조망되는 아름다운 우리 산하의 모습에는 가슴이 얼얼해지로록 와 닿는 느낌이 있습니다.

베낭을 내려놓고 한참이나 서서 쳐다 봤습니다.

 

 

사진에서 안개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보여진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낮달이 파란 하늘에 걸려 있습니다.

 

 

동엽령에 도착하였습니다.

어디 앉아 쉴 자리가 없는데 이곳에는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 지나는 이들이 머물며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하고 하네요.

저는 그냥 통과...

 

 

 

 

 

 

 

 

다시 뒤돌아 보는 능선입니다.

 

 

두가의 실루엣.

 

 

백암봉을 오르는 길에서 잠시 또 뒤돌아 보고...

 

 

남쪽으로 보이는 풍경.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지리산일까요?

아득합니다.

 

 

 

 

백암봉 도착. 9시 조금 전입니다.

 

 

백암봉에서 중봉은 적당한 오르막길.

주위에는 온통 야생화 천국입니다.

아무리 빨리 걷고 싶어도 좌우의 꽃밭에 눈을 뺏겨 전진이 되지 않습니다.

 

 

지나온 능선과 백암봉이 멀리 보여지네요.

 

 

앞쪽이 중봉 정상입니다.

 

 

 

 

 

주위의 풍경이 흡사 너른 꽃밭을 보는듯 합니다.

 

 

중봉 도착.

 

 

멀리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이 보이네요.

중봉이 1,594m, 정상인 향적봉이 1,614m로서 20여m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실제 덕유산의 백미는 이곳 중봉이구요.

 

 

조금 당겨보니 정상에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 있네요.

 

 

걸어 온 능선을 마지막으로 되돌아 봅니다.

이제 향적봉으로 가면 기나긴 능선의 모습은 구경하기 힘듭니다.

 

 

중봉에서 오수자굴로 하여 백련사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

 

 

덕유산 향적봉에서 중봄 일대는 야생화 천국.

원추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향적봉에 올라 온 이들..

이곳에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쉽사리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알라들도, 연세드신 어른들도.. 빼닥구두신은 아가씨도 ..

모두모두 어울려 집니다.

 

 

人山人海... 향적봉 풍경

 

 

향적봉에서 덕유산 능선을 한번 찍어 볼려고 30여분 이상을 앉아서 기다렸지만 안개가 자욱하여 도와 주지 않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하산.

 

향적봉 대피소.

이곳은 유일하게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고 전화로 예약을 받는 곳입니다.

산 오르기 싫어하는 분도..

케이블카 타고 설천봉으로 올라 이곳 향적봉에서 시원한 풍경 만끽하고 이곳 대피소에서 하룻밤 머물러 보는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 같네요.

 

 

하산..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때가 있습니다.

또, 산은 오를때보다 내려갈때 관절이나 무릅이 많이 상하게 됩니다.

천천히 조심하여 내려가는것이 최상이겠지요.

 

백련사 도착.

 

 

기와불사 - '직접기재바람'이라고 쓰여져 있네요.

장사(?)가 잘 안 되어 셀프로 바꿨나 봅니다.

 

 

 

 

 

백련사에서 주차장까지는 2시간정도 걸리는 지리지리한 도로길입니다.

하지만 구천동의 시원한 계곡물과 함께하기 때문에 지겨운 줄 모르고 슬슬 걸어내려 갈 수 있지요.

비가 온 뒤라 물이 많습니다.

중간에 잠시 내려가서 발을 담갔는데 너무 차가워 금방 빼야 하겠더라구요.

 

 

 

 

 

 

 

 

하산 완료.

이틀동안 걷고 난 피로가 잠시 밀려 옵니다.

무주로 나가는 버스 시간을 보니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인근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올갱이해장국이라는 낯선 메뉴가 있습니다.

뭔가 하고 시켜보니 경상도에서 제가 자주 시켜먹는 고디탕이네요.

 

한그릇 시원하게 먹고 그늘나무 아래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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