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 년 전..
모 여대 식품연구소에 턴키계약(turn ket contract)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제무 구조에 비하여 무모하다 싶었지만, 계약 전 공급업체와 사전에 외상 구입을 약속받았기 때문입니다.
계약 전 가장 큰 금액이었던 고가의 분석기 업체부터 방문을 했습니다.
사업 초창기라 납품 실적도 미미 했지만, 궁여지책으로 회사 카탈로그만 달랑 들고 찾아갔습니다.
그 당시 현금이 아니면, 고가의 수입 분석기는 공급을 받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처음 뵌 대표분은 다소 고약하신(?) 인상처럼 단칼에 거절을 하셨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구차하게 사정을 늘어놓기가 싫어서..
"교수의 추천도 있기도 했지만, 또 다른 수입 제품은 알아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여 대학 계약 관계자에게 제가 잘 설명을 할 테니 직접 납품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제가 어이가 없었는지 공급사 대표께서는 웃으시더군요.
결론은 납품도 잘했고, 납품 마무리도 잘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인연이 25년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지만, 사는 곳도 가까워서 매주 2-3 회 만나서 산행도 하고 술자리도 가졌습니다.
그 선배님이 지난주 통화 시 푸념을 늘어놓으시더군요.. 손주들도 다 커서 안 오고.. 자식들도 그렇고..
안부 마무리에 당뇨로 힘들다는 말씀을... 약이 지겹다고.. 휴~
통화 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주문이 늘어서 공장이 협소하여 이전을 해야 하는데.. IMF 당시 그 누구에게 도움도 받기 힘든 시절..
직접 공장으로 찾아오셔서 천천히 갚으라고 봉투를 주시고 가셨던 선배님..
친동생처럼.. 친형님처럼 25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일전에 놀러 오셨을 때에도 차 트렁크에 생필품이 가득..
뽕나무 뿌리가 당뇨에 좋다고 해서 곡괭이와 톱을 챙겨서 앞산으로 향했습니다.
일전에 칡 캐던 자리에 뽕나무 뿌리를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곡괭이 질 몇 번 하고 나니 뽕나무 뿌리가 보입니다.
색도 이쁘지만, 뽕나무 뿌리 냄새를 맡아보니 참 좋았습니다.
파놓은 구덩이는 원상 복귀를 시키고 내려갑니다.
하산을 하는데.. 밭 근처에서 나는 줄 알았던 달래가 많이 보입니다.
일반인이 오르기 좀 거친 곳이라 그런가 달래가 지천에 널렸습니다
욕심을 낼 필요도 없어서 적당히 캤습니다.
점심 든든하게 먹고 뒷산에 올랐습니다.
찔레나무 새순이 어린아이들 성장기에 좋다고 해서..
찔레순을 잘 씻어서 말려 놓으니..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잠깐의 수고로 누군가에게 좋은 약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입니다.
직접 캔 달래와 우렁을 다져서 달래전을 만들어서 막걸리 한잔 했습니다.
나름 보람된 주말을 즐겁게 보낸 저 스스로를 위하여..
선배님!
아프다는 건 두려운 일이지요...
특히 내 안에 나와 상의도 없이 자신이 저지르는(?) 조치.. 육체의 병은 서러울 뿐입니다.
이제는 고기반찬이 없으면 투정을 부리시는 고집도 좀 내려놓으시고..
걷기 귀찮다고 산책도 안 하시는 고집도 내려놓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주 내려 오셔도 됩니다.
뒤치다꺼리에 미안하다고 하시는 말씀은 하실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선배님 집처럼 생각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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