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추억 ...

Posted by 쏭하아빠 지구별 팀 블로그의 글 : 2021. 5. 20. 11:55

 

 

이 곳에 자리를 잡고 나서..

어리바리 한 저에게 시골 생활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조언을 주신 분이 계십니다.

저 보다 나이가 한참 위시라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주말 집 언덕에서 칡뿌리 제거를 하는데.. 저 멀리서 형님께서 비닐봉지를 들고 오시더군요.

"이거~집사람이 주더라고.. 고들빼기여~".. (제가 사투리 흉내를 못 냅니다~^^)

 

"저어기... " 한참을 머뭇거리시더니.. "있잖아.. 트럭 좀 하루 빌리면 안 될까?"..

평소 신세를 지긴 졌지만, 무조건 "네" 할 수는 없어서 무슨 일이신지요 하고 여쭸더니..

"그게 말이여.. 모판을 날라야 하는데.. 다 들 바쁘다고 하네.. 날짜는 다가오고.. 무리한 부탁 해서 미안 혀~"

 

출발 전에 완전무장을 했습니다.

우선 장화부터 챙기고 평소 안 입던 옷을 입고, 포터 연료도 가득 채웠습니다.

벼 모를 키우는 하우스 안에 들어갔더니 후끈합니다.

 

모를 싣고 천천히 운전을 해서 논에 도착을 하니.. 군 복무 시절 모내기 대민봉사를 한 추억이 떠 오르더군요.

늘 짬밥만 먹다가 새참을 너무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은 인력 대신에 농기계로 하다 보니, 새참이란 말도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모판을 논 이곳저곳에 나르고 나니..

형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수고혔어~ 읍내에 가서 한 잔 혀~~"

"요즘 제가 약을 먹고 있어서 술을 못 합니다. 다음에 하시죠" 하고 뿌리치고 집으로 왔습니다.

 

읍내 두부집에 가면.. 두부전골을 시키면 최소 못 나와도 5만 원은 나 올 겁니다. 

농촌은.. 정말 현금이 귀합니다.

 

언젠가 전기 요금을 내고 농협 근처 중국집에 갔더니..

동네 어르신 세 분이 식사를 하시더군요. 나올 때 그분들 식대까지 냈습니다.

반년도 지난 일인데.. 지금 까지도 그분들은 저를 보면 "아니.. 미안혀서 어쩌~" 

제발 좀 그 이야기 그만 하시라고 했습니다...그렇더군요.. 짜장면 3 그릇.. 15,000원입니다.. 

 

친구들 만나면 최소 100,000원 이상 술 값이 나갑니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현금이 귀합니다. 물론 잘 사는 분도 많이 계시지만.. 

제가 사는 마을은 논이라고 해야 계단식 논이고.. 앞 산 꼭대기에 밭을 만들 정도로  아담한 시골 동네입니다.

이런 마을에서 큰 소득을 얻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 도착 후 차 내부를 보니 웃음이 나오더군요.

핸들 시트 바닥... 온통 진흙으로 가득하고..

집 입구에 들어서서 거울을 보니 완전 촌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차하고 세탁기 돌리고..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처음 해 본 모내기 준비 작업.. 장화를 신고 논에 들어가니 논바닥 감촉도 좋았습니다.

물론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힘은 들었지만, 어설프지만 촌사람 다운 촌사람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감자 캐는 것도 도와 드리려고 합니다.

뭐.. 무상으로 도와 드릴 수는 없고.. 형식적으로 감자 한 박스 정도는 ~~^.^  

 

............(방금 전)

 

 

저녁 준비를 하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들깁니다.

에휴~ 어제 고생 많았다고.. 햇 열무김치를 주십니다.

저도 그냥 보내 드릴 수가 없어서 애들이 주고 간 고기를 드렸습니다...싫다고 하시는 걸..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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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5.20 17:56 하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황이 마치 드라마의 한장면처럼 연상이 됩니다.^^
    형님의 자상함과 공경심이 더해서 마을의 청년일꾼이
    되셨네요.
    보기 좋습니다. 이제 완전히 자리잡으셨습니다.
    저의 롤모델이 되시구요.^^*
    더불어 사는삶.. 조금 손해보며 살아도 억울하지
    않을것 같네요.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쏭하아빠 2021.05.20 1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치 전원일기 같나요? ㅋㅋ
      가끔 은근슬쩍 제 능력으론 무리한 일을 부탁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 분 자식들도 있는데.. 못 들은 척 하고 거절을 합니다.
      맘이 편치는 않습니다..오죽하면..하는 생각이 들면서..
      손해 보다는 운동이라고 생각을 하니 마음은 편 합니다~~^.^

  2. 2021.05.20 18:29 신고 Favicon of https://ckkimkk.tistory.com BlogIcon 싸나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농촌이 이렇게 정이 넘쳐 흘러야 사람사는거 같은데 말입니다...ㅎㅎ
    충청도 고유의 정감나는 사투리는 그분들의 마음까지 전해지는거 같습니다.
    미안해서 어쩌~~ㅎㅎ
    모르긴 해도 쏭하아빠님때문에 동네 어르신들 매일매일 신바람이 나시겠는데요 ? ㅎㅎ
    막걸리는 제가 사드려야겠습니다...ㅎㅎ

    행복한 나날 되세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쏭하아빠 2021.05.20 1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상하게 저는 사투리 흉내를 전혀 못 냅니다..ㅋ
      친구들은 모두 서울서 자랐어도 잘 하던데..
      어쩌다 한 번 도와 드렸을 뿐 입니다.
      싸나이 님도 즐거운 주말 산행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3. 2021.05.20 20:58 신고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시골 이야기를 썰로 풀어 버리면 쏭빠님께서 기 죽으실것 같아 생략합니다.
    한마디로 지금 농사는 농사도 아닙니다.
    그냥 기계가 일하고 사람은 바깥공기 잠시 쐬는 것이지유.
    모판 좀 날으셨다고 퍼지믄 안됩니다.
    아직 그럴 연세가 아니구요.....(여기까지 대략 농담^^)
    암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도 주고받는 정이 있으니 그게 세상의 맛 같구요.
    근데 한가지 조금 잘못 아신듯 한게 있는데유.
    요즘 시골 사람들 돈 쓰는건 도시와는 다릅니다.
    도시분들은 시장가면 뭘 깎어 달라고 하는데 시골분들은 거의 그런것 없답니다.
    생산과정을 아니까..
    그리고 도시분들보다 돈에 대하여는 풍족하답니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시면 그렇게 느껴지시지 않을까 생각되구요.
    현금은 늘 있는 곳이 시골..
    봄비 잦은데 고추농사 상추농사 제가 걱정이 되네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쏭하아빠 2021.05.20 2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초보 촌부 기를 살려 주셔서~^.^
      모판을 나르면서 엄살을 피우고 싶었지만, 말씀처럼 나이가 어린 제가 그럴 순 없고..ㅋ
      시골이라도 다 같지는 않겠지요..
      농사 지원금이나 기타 지원도 동네 이장님에게 들어서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 전세금 보탬을 줄 수 없다고.. 한탄을 하시는 분도 뵈었습니다.
      마을 초입에서 과수원을 하는 분도 공사장일도 하는데.. 과수원을 내놔도 안 팔리고..
      공사장 일도 없어서 요즘 타 동네 잡일을 하러 다닌다고 하더군요.
      알고보니 동네 논도 거의 타지인들 소유라고 합니다.
      말씀처럼 속 내용은 현금이 늘 있는 시골이었음 합니다.
      봄비 정도는 걱정이 안 되는데.. 작년 장마 생각하면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4. 2021.05.20 23:32 세이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쏭하아빠님은 제대로 시골에 적응을 하셨네요.
    즐거움이 넘칩니다.
    '밭에서는 농부처럼 무도장에서는 제비처럼' ^^
    하루가 다르게 일이 무서워지는 시골 어른들 정말 많이 고마워하셨을 것 같아요.
    저도 농사라면 제법 하는데 이 도시에 묶여서
    주말에만 겨우 조금씩 하니 실력 발휘 못하네요.
    제가 잘하는 건 논둑 밭둑 풀 베는 거 작은 한 줄기 풀도 놓치지 않아요.
    제가 갈은 낫을 보고 풀이 알아서 저절로 무너져 옵니다.
    (이건 좀 심한가?@.~)
    농촌 이야기는 늘 들어도 좋습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쏭하아빠 2021.05.21 1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이 곳에서 살다보니 넉살이 늘은 듯 합니다~
      저도 지구별에서 한뻥을 하는데..세이지 님은 저 보다는 두 수 위이신 것 같습니다~^^
      요즘은 낫들고 다니시는 분 뵙기 힘들더군요..제초기를 이용하시니..
      작년에는 왠만한 건 모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올해는 쥐눈이콩 들깨 아욱은 씨앗을 뿌렸습니다.
      요 녀석들이 새싹을 쑤욱~ 들이 미는데..얼마나 귀여운지~~^.^

  5. 2021.05.21 01:43 신고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햇 열무김치 너무너무 맛있게 보입니다.
    탐날 정도로요.^^

    정을 주고 받고 하면서 사는게 제일인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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