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후 한동안은 몸과 마음이 편해서 좋았습니다.
제일 좋았던 건.. 월말 결제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거..
그러나 두 어달쯤 지나니...
불규칙한 생활로 흐트러진 제 모습을 보고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일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아침에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삶이 절실했기에..
집에서 차량으로 5~10 분 거리에 공단도 있어서 취업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할 각오로 이력서를 제출했습니다.
단순 조립이나 경비 외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제출을 했으나 모두 무응답..
정부에서 시행을 하는 단순한 일자리도 알아보니..
그 일자리마저도 연줄이 없으면 힘이 들었습니다.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했지만, 단 한 곳도 면접을 보자고 한 업체는 없었습니다.
마침 제 직업과 관련된 업체에서 구인광고가 올라와서 장문의 소개서를 첨부해서 제출을 했으나 또 무응답..
하도 답답해서 그 업체를 직접 찾아가서 서류를 제출했지만 그 이후 연락은 받지 못했습니다.
마을회관에서는 어르신 대접은 커녕 애 취급을 받지만, 업체에서는.. 끝~^^
예당호 근처를 지나가는데 많은 관광객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푸드 트럭'이었습니다.
떡볶이나 달고나.. 아니면 군고구마 장사라도...
구조변경부터 시작해서 구조변경 검사-위생교육-차량개조...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기관에 알아보니.. 더 이상 예당호에 푸드 트럭 설치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무인 모텔 청소 일자리를 알아보는 저를 보고 딸들의 반대는 극심했습니다.
(안방에서 모텔 사장과 통화 내용을 들은 막내딸은... 대성통곡)
한동안 취업을 하려고 1 년 정도는 부지런히 나름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취업을 고려하거나 할 생각조차 없습니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실한 임무에서 해방되어..
이제는 한가로운 여행을 즐기면서 살라고 두뇌가 적극 권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이루는 삶보다는 현재의 삶을 여유롭게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두뇌는 알려 주더군요.
내 삶에서 규칙적인 삶과 돈을 더 벌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삶의 요구에 따라 주어야 할 자신의 주관을 무시한다는 건 비민주적인 행동은 아닐까요?
그로 인하여 내 남은 여유로운 삶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건 원치 않은 삶이란 생각이 듭니다.
노동의 신성함을 무시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저 역시 은퇴 전에는 한 업체의 수장이었지만, 현장 직원들과 함께 일 하기를 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현실과 타협이 안 된다면 포기를 하고, 유유자적 함을 즐기는 게 장땡이란.. 백수 촌부의 어설픈 주장입니다.
여유로운 삶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이런저런 병과 싸우고 급속한 노화의 원인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세상과의 비교를 줄이고 사는 요즘.. '삼시세끼' 잘 챙기는 게 제 본업입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햇볕이 좋으면 아폴론적인 이성(?)의 힘을 받아서 그동안 밀렸던 일을 하고..
달이 떠오르면, 디오니소스의 감성을 살려서 막걸리 한 잔 하고..
낭만 건달이 되어 사는 것도 이제는 부끄러운 나이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취업 포기에 대한 변명이 너무 길었습니다.
아직도 '마음을 비운 사람'이 되려면, 100년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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