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날 큰 딸이 하는 말..'아빠! 죄송해요 번거롭게 해 드려서..'
큰 딸 녀석은 비건 주의자입니다.
어쩌다 내려오면 솔직히 반찬 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육수를 낸 국이나 찌개도 안 먹으니.. 늘 국이나 찌개는 두 가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육수 대신에 채수를 만들고, 김치도 젓갈을 안 쓴 겉절이를 만들고..
휴~요리하는 손도 느린데..
그렇다고 해서 뭐라고 하거나 잔소리를 한 적은 없습니다.
비건을 실천하는 이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응원을 해 줍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 생각이 납니다.
소고기 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했던 딸들..
집 근처에 안창살 전문 식당에 가서 고기를 먹는데 잘 안 먹더군요.
맛있는데 왜 안 먹냐는 질문에..'아빠 삼겹살이 더 맛있는데..'
주문한 것만 먹고, 바로 대학 근처 냉동 삼겹살 식당으로 갔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김치찌개를 만들곤 합니다.
김치찌개 하나면 별 다른 반찬은 필요 없더군요.
반찬으로도 좋지만 급하게 손님이 방문하시면 술안주로도 좋습니다~
언젠가 모임에서 식당을 정 하는데 한 녀석이 돼지고기에 대하여 정말 심한 비하를 합니다.
좀 얄밉다 싶은 녀석입니다.
늘 본인이 좋아하는 안주만 고집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어느 모임이든 이런 친구는 있기 마련이지만..)
아마도 어린 시절 보았던 돼지우리의 지저분한 환경 때문일 겁니다.
지금은 자네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엄격한 위생 상태로 키우니 걱정은 접어라 한마디 했습니다.
돼지를 예전의 참담할 정도의 조건에서 키우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제 친구의 말처럼 추악함의 표상으로 삼는 행위는 듣는 돼지에게는 잔인합니다~
20대 시절.. 먹고 돌아서면 또 배고프던 시절의 돼지고기는 귀했던 고기였습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싸주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젊었던 시절에 에너지와 위안을 준 것은 비싼 쇠고기와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아니라
한 잔의 소주와 돼지고기 한 점이었습니다.
음.. 딸들에게 받은 용돈도 넉넉한데..
내일은 돼지 앞다리 사다가 김치찌개나 넉넉하게 끓여볼까... 고민 중입니다.
(두가님!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육회 및 치맛살 소고기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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