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는 제가 자주 가는 여행지입니다.
첫 추억은 아득한 지난 세기 8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이 됩니다.
제 블로그에 올려진 2008년 구룡포 여행기에 올려진 그 추억의 내용을 다시 인용해 봅니다.
그날 구룡포에는 정말 드물게 눈이 내렸답니다.
그것도 폭설로..
약 20여 년 전의 어느 겨울날..
헝클어진 마음을 가누지 못하여 무작정 택시를 잡아 타고 택시 기사분 맘대로 어디든 가 보자고 하니 그분이 내 모습을 잠시 쳐다보곤 두말없이 달려간 곳이 바로 구룡포입니다.
그곳의 도착 시간이 새벽 2시쯤...
차는 되돌려 보내고 살을 에이는 추운 바닷가를 어슬렁 거리며 걷고 있는데 올 때 날리던 눈발이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꼭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바닷가에서 오돌오돌 떨다가 마침 포장마차 같은 곳이 보이길래 찾아들어갔습니다.
손님은 아무도 없고 70세 정도 돼 보이는 노부부가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뱅 둘러 천막으로 벽을 만들고 비닐로 창문을 내어 바깥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포장마차였습니다.
반 정도는 마루같이 만들어 온돌을 놓아 할아버지가 이불을 쓰고 누워 있었고 나머지 반의 장소에 의자 대여섯 개와 탁자가 놓여 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거의 뱃사람들이 간이식당으로 이용할 것 같다는 짐작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가운데는 난로가 활활 타고 있어 바깥에서 떨다가 들어오니 정말로 천국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할머니께 안주와 소주 한 병을 시켜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두 분의 사정을 듣게 되었는데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잘 살던 이들이 아들한테 물려준 회사가 어느 날부터 엉망이 되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부도가 나고 그렇게 효심이 깊던 아들도 변심하여 나머지 재산을 모조리 빼돌려 자기들끼리 살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낙심한 할아버지는 몸에 병을 얻고 두 분이 이리저리 죽을 자리를 찾아 떠 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에 와서 지내게 되었다 합니다.
그렇게 눈물과 함께 할머니의 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홀로 몇 병의 술을 비우고 있는데 간간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들던 할아버지가 이불을 들추고 나와 내 앞에 마주 앉아 같이 한잔 하자고 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 된다며 한마디 하던 할머니도 할아버지를 잠시 보더니 옆으로 비켜납니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할아버지의 인생 역정을 들으면서 주거니 받거니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간간 할아버지도 울고 할머니도 울고 그리고 나도 울었습니다.
그날 그 할아버지가 나에게 신신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자식한테 모두 주지 마시오. 늙어서 내 먹을 것은 꼭 따로 챙겨 놓아야 합니다."
위 글에서 20여 년 전이란 대략 80년대 후반쯤 될 것 같습니다.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추억이 늘 가슴으로 다가오는 구룡포..
오늘 그곳에 김여사와 같이 찾았네요.
여행 일자 : 2026년 1월 4일

겨울철 별미 대게는 영덕 아니면 울진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전국에서 대게 어획량이 가장 많은 곳이 구룡포입니다.
지금부터가 제철이라 이곳 들리면 어디든지 대게 삶는 냄새가 가득하고요.

윤슬이 빛나는 구룡포항.


도로변에는 대게 식당들이 즐비합니다.
갱상도 말로 대게가 대게 많네..

겨울바다는 여행을 가미시키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어 한 계절에 한 번쯤은 나서게 되네요.

구룡포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일본인 가옥거리.
설명글을 옮겨 놓습니다.
일제강점기 중엽인 1930년대에 일본인들이 구룡포로 건너와서 이곳에 터를 잡고 일본가옥(日屋)을 짓고 살게 되었던 것이 시초다. 지리적으로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 열도를 바로 건너갈 수 있는 구룡포의 위치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곳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대다수 거주했으며 일본인 어부들 중에서도 구룡포에 터를 잡아 고기잡이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며 조선이 해방되고, 일본인들이 물러가며 일본 가옥들은 모두 비워진다.
거의 모든 일옥들은 구룡포 원주민인 조선인들에 의해 전소되거나 부서졌고, 남아있던 가옥들은 1945년 미군정청령에 따라 미군정이 관리해 왔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적산가옥(敵産家屋)으로 지정하여 압류 및 봉쇄되었다.
이후 1950년 6.25 전쟁 때에도 포격으로 몇몇 일옥들이 파괴되어서 극소수만이 남겨졌다.
2010년, 포항시에서 인수하여 남아있는 일옥들을 소재로 리모델링하여 지금의 일본인 가옥거리를 만들었다.
일본인 대지주가 살았던 대가옥은 포항시립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리모델링하였다.
일본인들이 건립한 신사도 있었으나 해방 후인 1956년에 철거되었고, 현재는 신사로 가는 돌계단만이 남아있다.
신사 터에는 구룡포 주민들의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는 제당인 용왕당이 축조되었다.
이 용왕당은 2006년 노후화가 심해 재건축되었는데, 재건축 공사를 진행하던 중, 땅에 파묻혀 있던 신사 건축 당시의 초석과 수수사(手水舎, 신사 참배하기 전 손을 씻는 장소)의 석재가 발굴되었다. 현재 해당 석물은 전시 중이다.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가옥들인데 지금은 형태가 많이 변해 있구요.

이곳은 찾는 이들이 많다 보니 길가의 집들은 거의 가게로 바꿔져 있답니다.



엣 신사가 있던 곳으로 올라가면 이렇게 구(9)룡이 있답니다.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은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이 되어 있구요.

엄청나게 큰 건물에 비해서 내용은 그리 알차지 않습니다.




과메기 문화관에서 내려다보는 동쪽 바다 풍경.

다시 내려와서 가옥거리를 마저 걸어 봅니다.
추억상회라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붐비기에 들어가 봤구요.

불량식품(?) 가득합니다.

오래전 아는 이가 이 아폴로란 과자를 만드는 분과 잘 아는 사람이라 이 과자에 대하여 많이 듣게 되었답니다.
이런 종류의 과자들은 불량식품이란 이름으로 불리는데 사실은 모두 보사부 허가와 식약청허가를 제대로 받고 팔고 있는 정식 식품들입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보니 부모님들이 불량식품이란 낙인을 찍어 버린것이구요.
(그 부모님들도 어릴 때 다 이런 거 빨며 지냈는데 말입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아폴로 과자는 우리나라 과자 역사에서 3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옛날 서울 성동구 군자동에 1965년 창립한 조그만 과자공장(?) 우림제과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분말주스를 팔다가 남은 재고 처리를 위해 만든 과자가 바로 아폴로..
1969년이었는데 아폴로가 달에 착륙한 기념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처음 출시 가격은 1원.
그 뒤 세월이 흘러 아폴로 가격은 100원으로 인상이 되었는데 그 역사가 무려 40년..
그리고 그 100원은 변치 않고 유지가 되었는데 공장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물려받았으나 불량식품이란 이 딱지가 결국은 공장문을 닫게 만들었답니다.
지금 팔리고 있는 아폴로 과자는 중국산.

김여사가 우리 집 아이들 먹으면 불량식품이라고 나무랐던 그 과자들을 들어 보이고 있네요.

이 골목에서 동백사진관도 꽤 유명한데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빈티지 흑백사진으로 만들어 주는 곳입니다.

김여사하고 한 장 찍으려고 들어가니 대기가 너무 많이 그냥 나와 버렸네요.

이곳에서 가장 부잣집이었다는 일본 가옥을 보수하여 사용하고 있는 구룡포 역사 문화관
이전에는 2층에도 올라고 봤는데 지금은 집이 낡아서 1층만 개방이 되어 있네요.


크게 볼 건 없습니다.
일본식 집의 구조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정도..


일본인 가옥거리 구경 마치고 들린 곳은 구룡포항.
원래 경매가 이뤄지는 곳인데 지금은 시간이 아닌가 봅니다.

다음 들린 곳은 구룡포 시장.

김여사 뭘 살까 요리조리...


마침 점심때가 되어 두어 군데 해산물을 구입한 가게에서 추천 맛집을 물었는데 두 곳이 한 집을 추천하네요.
구룡포 식당.

시장 가운데 있는 아주 평범한 식당입니다.
앉을자리는 몇 개 되지 않는데 식당 내부는 엄청 어수선하고요.
이것저것 메뉴를 고르고 있는데 딱히 정할 것이 없어 추천 메뉴를 물었더니..
잡숴 보시지 않았으면 모리국수를 한번 드셔 보라고 하네요.
모리국수?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옛날 뱃사람들이 바다일이 급할 때 국수에다 잡은 해산물을 이것저것 넣어서 끓인 것이 원조하고 합니다.
지금은 일반 국수는 쉽사리 퍼지기 때문에 넣지 않고 칼국수를 넣는다고 하네요.
콩나물이 제법 많이 들어가 있고 해물도 많이 넣었네요.
근데 2인분인데 양이 너무 많아요.

거의 열명이 먹어도 될 듯...
이 집은 손녀, 엄마, 할머니.. 그렇게 여자 쪽으로 내리 삼대가 같이 운영을 하고 있네요.
할머니가 이곳 말고 바닷가 쪽에서 오랫동안 식당일 하다가 딸한테 물려주고 지금은 그 딸의 딸까지 같이 세분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리국수 맛이 궁금하다면 구룡포 시장.. 안에 이곳 식당에서 한번 드셔 보시길 바랍니다.

시장 구경 마치고 바닷가 가장자리 도로를 따라 호미곶으로 달려갑니다.

구룡포에서 호미곶까지는 아주 바닷가 가장자리 도로만 타고 갈 수 있는데 도로가 아주 협소하여 아는 사람만 운전하여 가는 도로입니다.


요즘 한창 과메기 철.
친구네가 해마다 이맘때 포항에서 과메기를 공수해 와서 제대로 맛나게 먹는답니다.

갈매기들이 모두 바닷가에 쉬고 있네요.




저곳 돌아가면 많이 알려진 식당이 있는데...
동끝횟집이라고 야구선수 양준혁이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협소한 도로에 차들이 빡빡하지유.
요즘 대방어 사업으로 돈 좀 많이 버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 갈매기들이 뭔 죄가 있다고..

김여사 돌을 던져 놀라게 만드네요.

호미곶 도착.
광장에는 적토마가 새로이 조성이 되어 있네요.


상생의 손.


새우깡에 취한 갈매기들.

호미곶 등대.
그리고,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시..
김남조 시인의 겨울바다입니다.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 이랑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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