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이틀을 비울 수 있다면 꼭 가 보라고 권하고 싶은 섬.
여수 사도..
여수 사도는 조그만 섬입니다.
주변에 딸린 섬까지 다 합쳐 면적이 0.66㎢로서 평수로는 20만 평 정도 됩니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50m도 되지 않구요.
아침 배로 들어가서 오후배로 나와도 섬 구경을 실컷 하고도 남습니다.
섬을 빨리 둘러보면 1시간만 하면 되구요.
천천히 둘러봐도 2시간이면 충분하답니다.
차를 가지고 운전하여 갈 수 있는 거리는 기껏 100m 남짓.
이런 조그만 섬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서 차박으로 지내고 왔답니다.
섬에서 보낸 이틀 동안 이 섬에 차량이라고는 내 차 밖에 없었네요.
동행은 손자 지율 군.
이제 초딩 4학년인데 뭔 사춘기가 벌써 왔는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알게 모르게 지 엄마 속앓이를 하게 만드는 게 있나 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속으로 온갖 생각이 많이 듭니다.
걱정도 많이 되구요.
4살 때부터 산에 데리고 다녔는데..
그래도 가장 만만한 게 할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데리고 간 곳이 여수 사도랍니다.
아이 나이 11살이면 추억은 맺을 나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아이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고, 내 생각도 포장하지 않고 전해 줬는데 사춘기 처방은 되지 않겠지만 도움이라도 약간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봤습니다.
여행 일시 : 2025년 11월 15일~16일
여수 사도 위치 : 이곳
지난 사도 여행기 : 보기

여수 사도는 트레킹으로 찾는 분들이 많은데 대개 오전 배로 들어와서 오후 배로 나가는 일정입니다.
하지만 ..
정말 인생에서 이틀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면 이곳 사도에서 민박으로 하루 머물면서 일몰도 보고 일출도 보고..
섬의 이곳저곳도 둘러보고..
멍 때리는 시늉이 아닌..
진짜 멍하게 한나절 바다 구경도 해 보고..
그런 장소로 안성맞춤인 섬이 사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난 여행기가 더 알차게 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고요. : 보기

사도 항공사진입니다.
제가 찍은 게 아니고 전남에서 얻어 온 것이고요.
섬의 왼편 아래쪽 코너가 이번에 차박을 한 장소입니다.
섬의 지명은 이곳 참고하면 됩니다.

이전에는 백야도에서 1시간 이상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이었는데 지금은 바로 앞 낭도에서 배를 타고 15분이면 도착합니다.
여수에서 고흥으로 이어지는 섬들이 모두 다리로 연결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낭도 여객선터미널에서는 약간 허름한 배 한 척이 사도와 추도를 왕복을 하는데 차를 가지고 가는 이들이 거의 없는데도 차도선입니다.
이 덕분에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고요.
차를 배에 실으려고 하는데 배 승선 안내를 하는 분이 말투가 조금 거칩니다.
대개의 연안의 섬들은 동승자도 타고 같이 배에 차를 싣게 되는데 물론 이건 옳은 방법은 아닙니다.
동승자는 내려서 걸어서 타야 하는 게 원칙이고요. 근데 이 양반 이걸 곱게 말하지 않고 갑의 말투가 되어 있네요.
나와 비슷한 연배 같은데 특유의 거만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
내 말도 거칠게 나옵니다.
그래서 지율이와 이 배를 태평양 똥배로 부르기로 했답니다.
배 이름이 태평양호라서...

차를 배에 싣고 가면서 앞 유리창으로 본 사도..
태평양 보라보라섬 같답니다.

배에서 차를 내리는데 그 양반 말투가 아까와는 싹 달라졌네요.
선장한테 한소리 들었는지 아주 고분고분합니다.
나도 고운 말투로..
내일 갈 때 보입시다..~~

늦은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아차.. 이런 실수가.
찬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네요.
대개 집에서 먹는 김치와 밑반찬 몇 가지 가져오고 마트에서 두어 가지 구입하여 오곤 하는데...
오늘은 달랑 고기만 사 왔답니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뭔가 하나가 빠진 듯하더니..
고기를 구워서 밥과 고기를 먹는데 도저히 넘어가질 않습니다.
마침 바닷가에서 뭔가 채취를 하여 오고 있는 마을 할머니 한분이 이쪽으로 올라오고 계시네요.
어머니, 이런저런 사정인데 김치 조금만 살 수 있을까요?
이런 섬에서는 김치가 얼마나 귀한 음식인지 잘 알고 있지만 고기를 먹으면서 김치를 곁들이지 않으면 도저히 넘어갈 것 같지를 않아 사정을 했답니다.
김치는 여유가 없을 것 같은데 갓김치를 드려도 될는지..
얼마든지요..
지율이한테 지폐를 하나 쥐어주며 할머니 따라갔다 오라고 했답니다.
조금 후 지율이가 커다란 봉지를 하나 들고 달려오네요.
귀한 김치가 한 포기나 들어있습니다.
돈도 다시 가지고 왔네요.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꼭 드리고 오라고 했다면서 드리니..
일단 받았다면서 그리고 이건 네 모양이 기특하여 다시 용돈으로 주는 것이니 받아야 한다고 하여 할 수 없어 받아 왔다고 합니다.
이 김치 덕분이 이틀 동안 정말 맛난 식단이 되었네요.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나로호 전망대.

당겨 봤습니다.

차박지에서 바라 보이는 전체 풍경.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큰 사진은 이곳 클릭)

앞쪽으로 보이는 산(?)이 이곳 사도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


멀리 보이는 나로도의 나로호 발사 기지.

당겨 봅니다.
다음에 나로호 발사할 때 이곳 와서 구경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치 얻어먹은 할머니댁.
드릴 것도 없고 하여 창파형님댁에서 가져온 카라멜 중 오늘 챙겨 온 18알 중에서 8알은 우리가 먹기로 하고 10알은 할머니 갇다 드리기로..
지율 군이 카라멜 10알을 들고 신나게 달려가네요.

다음에 이곳 사도에 들리면 김치를 얻어먹은 이 집에서 반드시 머물고자 합니다.

이곳 바닷가의 특징.
바위들이 여느 바닷가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답니다.
그 옛날 화산 분출로 형성이 된 형태 같네요.

고흥의 팔영산이 멀리 조망되네요.

섬에서는 완전히 하나도 아무것도 할 일이 없습니다.
멍하게 있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것인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네요.

지율 군은 바다에서 신나고요.

요게 뭐 하나 탁 던지면 쏙 오므라드는 게..

섬 투어를 천천히 합니다.
높다란 바위 절벽에서 피어나는..
들국화(?)


일전에 들려서 발레 소나무라고 이름을 붙여 줬는데 아직도 그대로 있네요.

앞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발레 몸짓입니다.

이곳에 이곳 사도에서 가장 높은 곳.
해발 49m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엄청 높네유. ㅎ

저쪽 멀리 시루섬이 보입니다.
그 앞에 보이는 곳이 중도 섬인데 이곳은 이번에 물때가 맞지 않아 들리지 못했습니다.
지난번 들려서 섬 곳곳을 둘러봤는데 시루섬도 좋지만 중도가 아주 멋졌답니다.

시루섬 가는 길.

시루섬 얼굴 바위.

이 아이의 사춘기는 어떤 것일까?
이 아이는 지금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을까?
오늘 저녁 아이와 나눌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해 봅니다.

수만 개의 보석이 찰랑거리네요.
보는 것과 가지는 것.
욕심은 그것으로 나눠지나 봅니다.

조금 당겨서 본 나로호 발사대.

얼굴바위.
실제로는 엄청 큰 바위입니다.

아이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먹을게 참 많네요.

청청 바다에만 있다는 거북손도 가득하구요.


바닷가 바위들은 모양이 특이한 곳이 많습니다.
볼거리구요.



이런 추상화도 곳곳 가득입니다.


나는 멍하게..
아이는 분주하게..



되돌아오는 길.
고기를 말리는 장치네요.

이 작은 텃밭이 너무 예뻐서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답니다.


골목길 돌담도 너무 정겹구요.

사람 개무시하는 양이.

바닷가 모래와 바람을 막아주는 돌담에서..
사도의 역사와 같이하는 돌담일 것 같습니다.

선착장을 한번 더 구경하고..

다시 우리 아지트로 돌아갑니다.
이 섬에서 오늘내일 차량이라고는 우리 차 밖에 없습니다.
다시 지율이와 키득거리면서..
지율아, 태평양똥배 들어온다..

일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머 저런 걸 어디서 주워서 놀고 있습니다.

일몰...




누구였을까
저처럼 아름다운 공중을 수태시킨 자,
무엇을 잃으면
저처럼 아름다운 죽음을 출산한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을까
(박라연의 시. 일몰)
- 이어지는 다음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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