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이어지는 사도 차박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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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의 시 중에서 외우기 아주 쉬운 시가 하나 있답니다.
제목은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이게 다입니다.
너와 나라는 건 범위가 상당히 넓은데 그런 너와 나 사이에 있는 섬을 공감의 영역으로 만드는 이치 같습니다.
고립되어 있고, 떨어져 있고, 보는 곳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섬.
그 섬을 교감의 공통분모로 하여 나와 나 사이,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을 찾는 장소..
그게 섬이 아닐까 합니다.


일몰과 함께 밝아 보이는 나로호 전망대

나로호 발사대도 어둠속으로 묻히기 시작합니다.

다시 밀물이 되어 뭍이 바다가 되구요.

차박장소에서 바라 보이는 일몰 풍경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큰 사진은 이곳 클릭)

일몰 구경을 한 기념으로..
이제 저녁 준비를 해야 하네요.

아이와 바닷가에서 저녁 식사.
먹성이 그리 좋지 않은 아이도 차박 나오면 햇반 하나반을 뚝딱 한답니다.

집에서...
지율아, 바쁘나?
하고 물으면 막걸리 병을 잽싸게 집에 든답니다.
아이가 걸음마할 때부터 막걸리 부어주는 걸 익힌 덕분에 이제는 능숙의 단계도 넘어섰네요.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
그리고, 아이는 잠자리에 들고..
밤은 깊어 갑니다.
조그만 섬도 밤에 잠기구요.
약간 진한 술을 한병 가져왔는데 바닷가에 앉아서 잘금잘금 마셔 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히 많은 별이 안주가 되네요.
그림움과 추억도 안주가 되구요.
오늘 밤에는 달도 없어..
별이 더욱 빛납니다.

담날 아침.
오늘도 날씨가 아주 상큼하고 좋네요.
섬 여행에서 이렇게 예쁜 날씨를 연 이틀 연속 만나는 행운이 있네요.

선착장 대합실에 있는 화장실에서 세면을 하고 잠시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곳 사도는 공룡의 섬입니다.
공룡 발자국 정도는 이곳저곳 천지비까리새비맀구요.

공룡 공원도 잠시 구경..
지율이는 아직도 자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낭도에서 출발한 아침 첫배가 들어오네요.


오늘 아침 메뉴는 해물라면으로 정했습니다.
일단 해물을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로 나갔습니다.

근데 아직 물이 덜 빠져 잡을 게 없네요.
아침에 보는 고흥 나로호전망대입니다.

당겨 보구요.

썰물이 조금씩 되기 시작하면서 이곳 사도 특유의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사도 주민은 짐작건대 10여 세대..
주민 수는 많아야 20여 명... 정도 될까요?
민박이 거의 주 수입원이고 섬 가운데 밭이 조금 있는데 마늘을 심고 있습니다.
7년 전에 이곳 민박에서 자고 되돌아오면서 마늘을 사 가지고 왔는데 다른 마늘보다 유별나게 맛납니다.

해당화 씨방인가?

바닷물이 썰물이 되는 시점이라 차박지 바로 앞에서는 뭘 잡을 게 없어 비닐봉다리 하나와 잭나이프를 들고 시루섬으로 향합니다.
마을 안 길은 모두 돌담으로 되어 있는데 운치 백단이구요.

오늘은 해무가 약간 껴 있는데 그게 더 운치가 있네요.

어제 한번 가 본 길이라고 아이는 혼자 먼저 앞서 갑니다.
어제 본 바닷가 잔뜩 붙어있는 먹거리들이 맘을 채촉하나 보네요.

다시 시루섬으로..
앞에 보이는 섬이 시루섬.
이곳 사도 들려서 이 섬 보지 않고 가면 오나마나입니다.



낚싯배다 일찍 나와 있네요.

시루섬으로 건너가는 길은 커다란 바위들로 되어 있는데 대강 정돈이 되어 있답니다.
지율이와 이런 곳 지나갈 때는 늘 한마디 묻습니다.
지율아, 천천히 가야 돼. 이런 곳에서 자빠지면 뭐가 깨지지?
코..
코 깨지면 누구 손해?
지만 손해.

시루섬에 연결되어 있는 거북바위.

아침에 본 얼굴바위
햇살이 비치는 방향이라 실루엣으로 보는 거랑 많이 차이가 납니다.

그래도 얼굴 모양은 틀림없네요.

사진으로는 바위들의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지만 엄청나게 큰 바위들입니다.

일단 여러 가지 습득물 중에서 오늘은 거북손 위주로 채취하기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비닐 봉다리에 항거 채취한 뒤 잠시 여유시간을 보냅니다.

바위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아이를 모델로 해 봤네요.


이곳 시루섬의 명물 용꼬리바위입니다.
용미암이라고도 하구요.

꼬리는 바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본 용미암.

워낙에 큰 규모의 바위들이라 사진으로는 실감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바다와 함께 보는 전체 풍경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이구요.
(큰 사진은 이곳 클릭)

큰 바위 앞에서 코브라 세워서 지율이와 함께 찍은 사진인데 바위 크기가 대략 가늠이 되네요.

거북손과 홍합 잔뜩 채취하여 되돌아오는 길.
이곳저곳 온통 공룡 발자국입니다.


다시 마을 안길로 돌아옵니다.
이곳 텃밭들이 너무나 운치가 있어서..

오늘 채취한 거북손은 큰 코펠로 반 정도 되는데 일단 오면서 바닷물에 담가서 손으로 문질러 씻고 대강 손질을 했답니다.
가져와서 물을 자작하게 부어서 1차로 팔팔 끓인 다음 물을 비워 버리고 다시 물을 가득 부어서 팔팔 끓입니다.
끓인 물만 다른 코펠에 붓고 거북손은 따로 놔둡니다.
(이건 집에 가져 왔는데 김여사가 순식간에 까 먹어 버리고 조만간에 한번 가자고 하네요.)
그 물로 라면을 끓이면 세상에 둘도 없는 맛..
해물라면이 되구요.

거북손 국물로 끓인 정말 맛난 해물 라면.
(이건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공감 나누기 불가)
이번 차박 여행에서 히든카드는 역시 김치.
섬의 할머니 아니었으면 정말 맹탕이 될 뻔했답니다.
차박 여행 준비물을 챙길 때 장비 위주로 체크리스트가 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김치나 반찬을 챙기는 것도 추가해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날씨가 점점 깔끔해지네요.

팔영산을 당겨 봤습니다.
지율이도 이곳 올라서 전 구간을 완등했답니다.(보기)

다시 할 일 없는 시간.
말 그대로 시간이 무의미합니다.
바닷가에서 오래간만에 내공 연습을 해 봅니다.


이곳이 이틀 동안 머문 차박지.

다시 섬을 나와야 할 시간.
사진 중앙의 섬 가장자리가 차박지입니다.

이틀동안 지율이와 많이 써먹은 단어..
지율아 태평양 똥배 들어온다..
오전에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분들이 타고 나갈 준비를 하네요.
하루는 머물러야 할 섬인데...


사도는 점점 멀어집니다.
다시 오고 싶은 섬.
분명 그렇습니다.

갈 때도 이 배에는 내 차만 달랑.
올 때도 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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