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잦은 이사가 힘들어서, 어렵게 내 집 마련을 하여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아버지는 손녀를 업고 근처 노인정에 놀러 다니시곤 했는데.. 어느 날 화가 몹시 나셨더군요.
노인정 한 분이 아버지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데.. 건방을 떨면서 동네 선배 행세를 하셨나 봅니다.
(내용은 글이 길어져서 생략합니다)
토요일 (그 당시 오전만 근무)
퇴근 후 통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김반장 님과 함께 동네 단골 선술집에 갔습니다(외상 가능)
막걸리 한 통 주문 후 이런저런 이야기 중 김반장 아버님께서 지나 가시는 걸 뵙고 자리로 모셨습니다.
김반장 아버님께 공손하게 한 잔 따라 드리고, 저도 노인정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분위기..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느닺없이 제가..
'김 반장님! 일전에 불량 엔진으로 군납 검사에서 제가 얼마나 고생을 한지 아십니까?
다시 재검사를 받는다고 사흘 동안 철야를 하다가 쓰러지고.. 덕분에 병원서 하루 푹 쉬기는 했지만~ '
..
김 반장은 제 앞에서 굽실 까지는 아니지만, 그 당시 너무 고마웠다고 일어서서 술을 따라 주더군요.
그 당시 재검사로 인하여 관련 부서는 물론이고, 본사 및 국방부 검사 담당자까지 난리가 났습니다.
모든 간부는 말할 것도 없고 사장님까지 현장서 밤을 새울 정도였습니다.
납기가 하루만 늦어져도 연체료가 어머어마 했지만, 회사 신용이 제일 문제였습니다.
군납 담당자였던 저는.. 거의 초주검..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지만 겨우 마무리를 지을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을 하면 그 일을 하라고 한다면, 사표를 쓰더라도 못 한다고 할 것 같습니다.
4 일 째 집에도 못 가고 일을 하는데 갑자기 핑~ 하고 어지럽다 싶더니..
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이 보이고, 팔뚝에는 주사가 꼽혀 있었습니다.
부서 동료들과 부서장님께서 병문안을 오셨는데.. 병실 밖에서 누군가 서성이고 있더군요.
음.. 최종 엔진 검사를 담당했던 주범(?)인 김반장이었습니다.
병실에 누워있는 저를 보자마자, 그 털보 김반장 님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글썽~
그 일 이후 현장서 도움을 받을 일이 있으면 일사천리였습니다.
그 후 아버님은 노인정에서 늘 김반장 님 아버님께 융숭한 대우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융숭한 대접이라는 게 뭐 별 건 아니고.. 호칭부터 변했다고 합니다... 형님으로 ~~
아버님 장례시 고향까지 오셨던 김반장 아버님.. 그분도 좋은 분이셨습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제가 김반장 님에게 갑질을 했습니다만.. 지금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납니다.
퇴사 후 뉴스에서 파업을 한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얼마 후 회사가 공중분해 되여 많은 직원들이 퇴직금을 못 받고 있다는 안쓰러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뒤..김반장님은 낙향하여 농기계 수리점을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일부러 갈 순 없었고.. 근처 모 대학에 납품이 있어서 들렸습니다.
그동안 밀렸던 안부도 궁금했지만, 얼굴만 보고 올라갈 순 없어서..
직원들은 공장으로 먼저 보내고 하룻밤 신세를 졌습니다.
"윤대리가 아니었으면, 난 짤렸을거야..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데 그때는 아찔했거든..
대리 주제에..사장님께.. '한 사람 잘못이 아닌 총체적인 잘못'이라고 당당하게 말 한 덕분에 안 잘렸지만..
그때 그 일 이후 윤대리 별명이..'윤깡'이었지.."
지금은 고혈압과 이런저런 잔병으로 술 한 잔 못 하시지만..
김 반장님! 부탁 하나 합시다~ 뭔 남자가 그리도 눈물이 많습니까?
저 승진 했다고 2 차 선술집에서 다들 보는데 훌쩍~
저 사표 냈다고 훌쩍~
제 딸들 시집보내는 예식장에서도 훌쩍~
낯선 곳으로 이사를 했다고 훌쩍~
이제 좀 그만 훌쩍거리시고..
잔병 훌훌 털어내시고 막걸리 한 잔 합시데이~~^.^
*
첫 직장에서의 추억 이야기입니다.
업무로 인하여 친하기도 했지만, 퇴사 후에도 가족끼리 여행도 자주 다녔습니다.
김 반장님은 몇 번의 사업 부실로 일찍 낙향을 하여 한동안 전화 통화로 안부만 나눴습니다.
제가 처음 공장을 할 때도 자신의 일도 있는데.. 수시로 설비나 용접을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어제 김 반장님의 큰 아들과 통화 시..
김 반장님은 이젠 외부 활동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부랴부랴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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