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합천과 그리고 어머니

Posted by 두가 넋두리 : 2012. 12. 13. 20:49

제 고향은 합천(陜川)입니다.

합천을 이전에는 협천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합(陜)자가 산골짜기 협자로도 쓰기이 때문이고 이전에 이곳 합천이 위낙 산골이다 보니 지형상 산과 골, 그리고 내(川)가 많아 합천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요즘 합천은 이전과는 달리 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인기있는 청정 관광지가 되어져 있습니다.

그 합천 중에서도 제 고향은 지금 물 속에 잠겨진 합천호 아래입니다. 그 곳에 있던 집을 뜯어 수몰지 위로 올라와서 지금의 집을 짓고 부모님이 살고 계셨는데 아버지는 제작년 돌아 가시고 이제 어머님 홀로 계시구요.

 

제법 넓은 터에 집을 옮겨 짓고 마당엔 잔디를 깔고 온갖 과실수를 심어 제법 운치있는 전원주택이 되어지나 했는데 생전 아버지께서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는 나무로 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봄이 되면 열매 열리지 않는 나무들은 모두 톱질로 잘라 버리곤 하셨습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꾸준히 갔다 심고 아버지는 또 베어내고...

 

아버지 생전 마당에 심은 잔디가꾸기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커다란 소일거리였습니다.

이건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음에 아버지 세상을 떠나시면 묘소에 이 잔디를 사용하기로 암묵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봄이되면 파란 잔디가 새싹을 틔우고 가을의 누른빛이 될때까지 하나의 잡초도 생기지 않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가꾸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생전에 5남매 형제들이 숱하게 만나 아버지 묘소를 어떤 형태로 할 것인가를 의논하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 일이 갑자기 아버지 유고로 인하여 황망하게 공원묘지에 아버지를 모시게 되니 그동안 마당에 애지중지 길러온 잔디가 소용이 없게 되고 이에 낙심한 어머니는 잔디를 군데군데 파 엎어 밭을 만들어 버렸고 이제 잔디에 대하여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붕 기와를 새로 이시겠다 하여 많은 돈을 들여 기와를 현대식으로 새로 덮었는데 그 공사와 함께 마당 절반 이상을 시멘트로 포장을 해 버렸습니다. 왜 그리 하냐고 물으니 잔디에 잡초가 너무 많이 생기고 지저분하여 그리 하셨답니다. 저희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지요.

 

어머니는 조그만 밭을 여러곳 만들어 가꾸고 있습니다.

그 곳에다 당신이 필요 한 것이 아니고 오직 자식들한테 뭔가 선물할 여러가지를 심어 정성을 다하여 가꾸고 계시구요. 이번 가을에는 배추를 200여포기나 심었답니다. 가뭄이 들면 비싼 수돗물을 애써 끌어다가 물을 대 주고 이파리 하나 손수 닦고 쓰다듬어 저절로 맛이 배이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많이 가꾼 배추는 모두 당신은 외면하고 자식들이 들락거리며 각자 필요한만큼 가져다 김치를 담게 됩니다.

저도 어머니와 제 처의 싸인을 주고받으면 날짜를 맞춰 시골에 내려가서 배추를 가져 왔습니다. 어머니는 추운 날씨에 벌써 제가 가져갈 배추를 모두 씻어 놓으셨구요. 그러나 저나 제 동생 모두 그렇게 미안해 하지는 않습니다. 미안해 하면 엄마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엄마를 조금씩 그렇게 힘들게 해 주고 있는 그 의미를 형제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엄마가 그 자리에 계시다는 것이 오직 고마울 뿐입니다.

 

제 동생은 술을 한잔하면 엄마한테 응석을 부립니다. 엄마~ 엄마~ 하구요. 하고 싶은 말, 엄마 껴안고 하고 싶은 긴 이야기들.. 그것이 태초의 의성어로 변형되어 불리워져 나오는 것입니다.

저도 술을 한잔하고 엄마의 거친 손등이나 주름 깊어진 얼굴 모습을 보면 눈물이 핑 돕니다. 애써 외면하고 엉뚱한 이아기로 화제를 돌리기도 하지요. 내년은 엄마 팔순입니다. 그동안 자식들은 각자 이리저리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는데 엄마는 아직 외국에 나가 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모두 해외 여행을 같이 한번 가자고 일단 작정을 하고 있답니다.

 

얼마 전 당신은 세 가지가 걱정된다고 하였습니다. 제 술 많이 마시는 거, 넷째 술 많이 마시는거, 그리고 당신 누구한테도 폐 되지 않게 잘 죽는 것... 불과 서너달 전의 세가지 레퍼토리와는 완전 바꿔져 버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엄마의 세가지 걱정은 그때 그때 수시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모두 당신을 위함이 아니고 자식을 위함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어릴때부터 고향을 나와 지내서 고향에는 친구들이나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향은 언제나 고향입니다.

왜 고향이냐구요?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 달려가면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잘 생기고 가장 잘났고 가장 똑똑한 것으로 알고 있는 엄마가 늘 그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늘 초초합니다.

엄마 살아 생전에 내가 꼭 해 드려야 할 것들이 참 많은데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늘 내일 내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향과 어머니...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아름다운 말이자 눈물입니다.



 합천호

 

 호수에 물이 조금 줄어들면 댐 내에 있던 작은 동산들이 나타났다가 물이차면 이렇게 섬으로 바뀝니다.

만수가 되는 경우가 잘 없는데 이걸 알고 댐 가장자리 폐경지에 농사를 짓는 분들이 꽤 많은데 만수가 되지 않고 잘 지나가면 수익이 되지만 만약 만수가 되어 물에 잠기게 되면 어디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어집니다.

 

 호수 주변 동네

 

 

 

 

 

 합천댐 전망대 옆의 세그루 소나무

 

 

 

 

 

 

 

위의 사진은 11월 중순경이고

아래 사진들은 12월 9일 사진들입니다.

 

 

 합천댐과 뒤로 보이는 황매산

 

 합천댐 수문

 

 황매산과 산 자락에 자리한 동네들

 

합천댐 수문과 우측의 악견산(산행기는 : http://duga.tistory.com/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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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4 08:05 하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가님의 부모님 사랑, 고향사랑이 구구절절이 묻어나옵니다.
    효심가득한 아들의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로서는 저런 고향이 있었으면 하는 맘이 간절합니다.
    언젠가 되돌아가 쉴수있는곳..... 포근한 어머니 품같은 고향이 그립기는 당연할것같습니다.
    아침부터 가슴 따뜻한 글과 사진 잘보았습니다. ;)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16 2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직 고향에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포근하게 느껴지고 있는데
      이 행복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습니다.
      세월속에 하나씩 변하여 지는 모습들이 야속합니다.
      가끔 차를 타고 시골마을을 지날때면 번듯한 집들 보다는 돌담이나 낡은 지붕을 하고 있는 옛집을 보는 것이 휠씬 더 정겹습니다.
      아직도 눈만 감으면 어릴때 고향의 풍경이 파노라마가 되어 지나가고 있답니다..^^

  2. 2012.12.14 08:34 에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山과 水가 어우러진 두가님 故鄕 ... 陜川 참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우리 모두 '마음의 故鄕'....엄니가 살고 계신 그곳이라 더욱 더 포근하지않나 싶습니다.
    어릴적 나의 모든 투정과 불평불만에다 못된 승질.... 다 받아주신 어머니.
    자식이 커서 옛날 당신의 입장을 이해 못했다 고백을 해도
    아니라..하시며 끝까지 자식밑에 서려는 울 어머니들.
    요즘도 나일 먹었음에도 아직 당신앞에 서면 일부러라도 좋은 말, 행동을 못하는 이 못난 자식을
    두가님 말씀대로 "술 좀 줄여라!" "운전 조심해라!" "처 한테 자상해라!"...등등
    이 못난 자식의 귓속에 그저 스쳐 지나가는줄도 모르시고....ㅠㅠ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16 2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참으로 지난 젊은 시절.. 부모님 마음을 모르면서 괜한 투정을 내고
      성질 부렸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끔하여 집니다.
      사람들은 늘 이야기를 하구요.
      니가 어른이 되봐라.
      니가 애를 낳아 봐라.
      니도 늙어 봐라..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서 그것들이 모두 나한테 해당이 되어 지고
      참으로 그때 어른들의 말씀, 부모님의 말씀이 모두 맞아 들어가니
      이제사 나도 뒤늦은 후회로 아이들한테 그런 되풀이를 하지만
      그 아이들도 커 봐야 이해를 하게 될 것이라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여 봅니다.
      에디님의 말씀 앞에서는 늘상 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주어져서
      마음속 깊은 곳이 소용돌이가 되어지고 있습니다..^^

  3. 2012.12.14 08:43 쏭이아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다보니 두가님 형제분들 께서 어머님 사랑으로 가득 하십니다.
    저도 제 어머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살아 계셨으면..올 해 95세 이시네요..!
    6.25 때 평양서 피난 오셔서 남한산성에서 소나무 껍질로 연명하셨다는 말을 이해도 못 하는 막내아들에게 하시곤 하셨죠.
    오래 전에 합천땜은 동업하던 전 영락 이라는 분 고향이라서 몇번은 가 보았는데..가물 가물 거립니다.
    합천땜 주변은 좋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명당자리 ..^.^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16 2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때 5남매를 두셨다면 그리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는 숫자인데
      모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시켜 다들
      제 밥벌이를 하니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자식농사는 잘 지은 편이십니다.
      더군다나 형제들이 부모공경을 게을리 하지는 않는 편이니
      그것도 장남인 제 입장으로서도 다행이구요.
      합천댐 주변의 땅값이 기천원하다가 가만원하다가 지금은 기십만원..
      앞으로 합천으로 철도가 계획되고 있고 고속도로도 예정되어 있으니
      쏭빠님 예비자금으로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거..
      이 쪽에 좀 풀어 놓으시면 다음에 크게 새끼를 칠 것입니다. ㅎ
      쏭빠님 어머니께서도 전쟁터에 피난 오셔서 참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시느라 너무 고생을 하셨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때 상황을 모르는 우리들은 그냥 막연한데 되돌아 보면 먹는 것 하나가 최고 중요한 시절에 있었구요..^^

  4. 2012.12.17 06:12 아름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곳이 고향이시군요...

    그래도 가까이 있으니 자주 갈수 있으시겠죠..
    저는 미국서 몇년에 한 번 갈까 말까합니다...
    어머님이 살아 계시니 그것도 큰 복이시구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23 14: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름이님 고향은 어디실까 살짝 궁금합니다.
      정말 멀리 떨어져 계시니 더욱 그리운 고향이 되실것 같네요.
      그리운 고향 나들이 언제 한번 나오시길 바래 드립니다..^^

  5. 2012.12.21 10:31 euroasi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몰민의 애환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서울에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좀 많이 오면 교통대란이 일어날것 같습니다.
    따뜻한 차 한잔씩 하셔요 ~~~ @ ~~~ !!!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23 14: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해 눈이 완전 풍년입니다.
      더군다나 눈 소식이 귀한 대구에도 벌써 두 번이나 큰 눈이 내렸습니다.
      눈산행 즐기기는 좋으나 여러가지로 일상에는 불편한 점이 많겠지요...^^

  6. 2012.12.22 02:08 저예전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예전에 초등학교 때 합천에서 이년 살았었어요~ 사는 동안에는 합천댐이나 해인사 가본 적 없었는데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고나서 가봤네요 합천 물 좋고 공기 좋죠~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23 1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초등학교 다니실때 합천 어디에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이곳 고향에서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고향 친구들이 많지 않아 늘 아쉽답니다.
      그래도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고
      이곳에서 지낸 분들 이야기가 들어도 너무 반가운 마음입니다..^^

  7. 2013.01.06 19:49 올리버9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가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아들은 늘 잘 났습니다,
    저는 그것이 못마땅하여 늘 나무라기만 하고..
    아들은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함에 불만스럽고 외롭고,
    우린 우리대로 생각이 왜 그렇게 되어 먹었냐고 답답하고
    아무래도 어미인 저의 잘못인것 같아서,
    앞으론 세상에 둘도 없는 잘나고 똑똑한 아들이라고 인정해주고
    추켜주어야 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3.01.06 2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이 다 큰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인것 같습니다.
      저도 요즘 제 아이들이 저를 많이 무시하는것 같아(??) 나름대로 스트레스 엄청나게 쌓여지고 있습니다.
      부모는 지식앞에 늘 참고 견디며 좋은 말로서 항상 힘이 되 주고자 하나
      받는 아이들은 그걸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자식이 잘못되면 모두 부모의 죄인듯 하구요.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되고 나이 더 들어
      또 그런 입장이 되면 변하여 지는 것이 세상의 가르침...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올리버님..^^

  8. 2013.03.14 15:55 민재아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고향은 대병면 양리이고 바로 근처네요. 그곳에서 자라진않아지만 산소가 있어서 자주 가던곳입니다. 산소가 꽤 높은곳에 있어서 산소에 올라가면 합천호가 다보입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3.03.16 16: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무 반갑습니다. 민재아빠님.
      저도 고향을 어릴때 떠나 친구나 아는 이들은 적지만 늘 고향분들을 만나면 참으로 반가운 마음입니다.
      양리라시면 대병에서 무슨 재를 넘어서 합천으로 가는 길 부근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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