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배달 오토바이가 신호 무시하고 마구 달릴때는 참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그저께 제가 한번 당하였네요. 자전거를 타고 인근 수목원 길을 운동하고 돌아오는 시각이 저녁 7시가 지난 시간. 집 앞 6차선 큰 길의 횡단보도에 조금 늦게 도착하여 마지막 파란불이 깜박거리는 걸 보고 자전거를 타고 기다렸다가 다음 신호에서 느릿하게 천천히 건너고 있는데
중앙선 쯤을 지날 무렵 어디선가 굉음이 웽~~하더니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자전거가 공중으로 튕겨져 오르고 나는 두바퀴 정도 구르며 자빠졌습니다. 순간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자전거 옆에 나는 쓰러져있고 약 20m 앞에 나를 치고 달아난 배달 오토바이가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으로..
다행히 그 오토바이는 달아나지 않고 되돌아 내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그 사이 신호가 바꿔 차량들이 움직일려고 하는데 사고가 났으니 우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생각나는 것은 목격자.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나를 비켜가고 있는 차들의 넘버판을 몇개 찍었습니다. 그리고 팔과 다리 목을 움직이니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는듯 하네요. 가해자 오토바이와 같이 자전거를 들고 일단 인도로 나왔습니다.
도로 턱에 앉아 내 몸 상태를 보니 천만다행으로 무사합니다. 가해자는 고2 중퇴자. 피자집 배달 오토바이인데 귀에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몰다가 미처 횡단보도를 보지 못하였답니다. 피자집 주인을 바꿔 달라고 하여 상항을 설명하고 일단 자고 일어나 봐야 알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자전거 앞바퀴가 완전 돌아가 있고 핸들에 끼웠다 뺏다하며 달고 다니던 랜턴이 사라지고 없네요. 핸들을 바로하여 끌려고 하니 바퀴가 굽어서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옆에서 내 모습을 지켜보던 가해자는 표정관리가 엉망입니다. 죄송하다는 말은 연신 하지만 그래도 귀에는 이어폰 줄이 그대로 달려 있네요. 표정도 죄송하다는 표정보다는 우째 이런 일이.. 라는 황당한 모습.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래도 온 몸이 말짱하다는 것이.. 집에와서 곰곰히 생각하여 보니 큰 사고가 되지 않는 이유가 몇 가지 연결이 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전거가 접이식이었다는 점입니다. 오토바이가 앞 바퀴를 칠때 핸들을 풀어 앞 바퀴를 일자로 하는 그곳이 순간 충격으로 풀리면서 바퀴만 튕겨 돌아가 자전거 전체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제가 겨울 저녁 날씨를 예상하여 옷을 투텁게 입고 나갔다는 점입니다. 푹신푹신한 옷이 쿠션 역활을 한 듯 하네요. 세번째는 자전거를 천천히 타고 건넜다는 점 입니다. 원래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건너야 하지만 이건 사문법 비슷하여 그렇게 하는 이는 더뭅니다. 천천히 타고 건나다 보니 자전거 자세가 조금 안정이 되어 있고 순간 충돌에 몸이 본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안 다친 이유는 .. 만주에서 개 장사 할때 도움 되라고 배운 소림사 달마십팔계 후방낙법이 있긴 하지만...ㅎ
뒷날 병원에 들려 다시 진찰을 받긴 하였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발목이 약간 욱씬거려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고 나왔습니다. 가해자 보호자인 피자집 주인과 통화를 하면서 그 소식을 전하니 많이 안심을 합니다. 그리고 고맙다고 하네요. 위낙 세상이 험하니 이런 것을 가지고 옭겨 먹는 이들이 많다고 하면서..
一生을 살면서 이런저런 여러가지 運이 오고 가지만 이런 것도 운이라면 운입니다. 그 가해자도 어쩌면 운이 좋았던 날이구요. 큰 피해를 입지 않는 교통사고. 이런 것을 자극제로 삼아 매사에 항상 조심하고 안전에 유의하는 계기로 삼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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