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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오늘은 결혼 30주년이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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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내와 결혼한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지리도 오랜 시간을 용케 잘 붙어살았지요?..ㅎ

 

여행을 다녀오자고 계획하였지만 연말에 잦은 모임 등으로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어제 같이 다녀온 덕유산 눈 구경으로 대신하였습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아들이 불참하는 조촐한 행사는 오늘 저녁에 딸 집에 초대되어져 있을 예정이고요.

 

엊저녁 산에 갔다 와서 피곤한데도 친구들과 부부로 동창모임이 제법 비싼 일식집에서 있어 한 사람씩 각자 지난 일 년의 소회를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저는 우리 부부가 만난 이야기와 지난날들의 역경을 말하면서 결혼 30주년이라고 이야기하여 친구들의 많은 박수를 받고, 또 일식집의 특별 이벤트로 와인과 먹은 음식값만큼 될 듯한 스페샬 파티를 열어주어 아주 재미있었답니다.

 

요즘은 20대 초반이나 중반쯤 결혼을 하는 경우가 좀 귀하지만 그땐 남자는 27~28살, 여자는 23~24살 정도가 결혼 적령기였습니다.
저도 좀 이르게 26살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때 아내 나이 23살..
참으로 꽃 다운 나이에 시집와서 고생도 많이 시키고 속도 좀 썩였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 또한 삶의 한 부분이었네요.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社內식당이었지요.
둘 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였는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밝은 외모의 단아한 모습이 고와 보여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때 저도 꽤 인기 있는 총각이라 이곳저곳에서 대시를 하는 여성들이 좀 많았다고 지금도 자랑하고 다닙니다만.. 사실관계는 저만 아는 비밀로 하고요.
날이 조금씩 지날수록 그때 아내의 긴 생머리가 자꾸 떠올라 이상하게 자꾸 보고 싶어지고 다음날부터 관심이 가게 되니 그냥 눈에 뭐가 씌었는지 그때부터 제가 덥석 물려 버린 것입니다.

 

세월은 순식간에 흘러서 이제는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그렇게 곱던 피부도 탄력을 잃어가지만, 그때의 긴 생머리 소녀는 오늘도 제 옆에서 오직 저에게만 기대어 인생을 맡겨 놓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나에게는 유일한 아군이 되어져, 내가 하는 일, 내가 말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을 이 세상에서 가장 옳은 가치로 여겨주는 그 사람.
어쩌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되새겨 봅니다.

 

결혼하고 나서 꼭 한 가지 서로가 다짐한 것이 있는데 아무리 싸우더라도 절대 이혼하자는 말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는데 아직 서로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답니다. 약속, 맹세, 서약.. 이런 것들을 쉽사리 깨치는 요즘 세상의 이치에 제법 심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제 사고로서는 어찌 되었건 내가 인생을 걸고 한 맹세는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여긴답니다. 그것이 맞지 않을까요?

 

지난 시절..
너무나 어려웠던 날들도 있었고, 삶의 무게에 눌려서 주저앉고 싶은 날들도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모두가 부질없는 날들이었고 오직 이렇게 큰 탈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살아온 것만 하여도 축복 중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참 세월은 빨리도 흐릅니다.
꽃처럼 예쁜 그 소녀가 이렇게 변하여지고 의욕만으로도 쇠를 녹일 것 같던 내 청춘도 이만큼 흘러 와 버렸는데 뭐가 남아 있는지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행복은 그렇게 특별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아무것도 튀어나게 보이는 것 없이 별난 것 없는 그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는지요.

 

가정을 이루고 30년을 같이 살아 준 고마운 사람과..
다시 30년이 더 지나고 먼 훗날 다른 별로 이사를 갈 때까지 건강하게 살게 해 달라는 절대희망을 소망합니다. 그리고, 쉽사리 사용되어지고 흔해빠진 단어지만 부부간에는 여간 잘 사용되지 않는 한마디를 써먹어 봅니다.


사랑합니다.

 

 

 

 

 

 

 

 

 

30대 후반 어느 봄. 居昌 금원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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