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혼 30주년이 되는 날

Posted by 두가 넋두리 : 2012. 12. 23. 14:23
 

오늘은 아내와 결혼한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지리도 오랜 시간을 용케 잘 붙어살았지요?..ㅎ

 

여행을 다녀오자고 계획하였지만 연말에 잦은 모임 등으로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어제 같이 다녀온 덕유산 눈 구경으로 대신하였습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아들이 불참하는 조촐한 행사는 오늘 저녁에 딸 집에 초대되어져 있을 예정이고요.

 

엊저녁 산에 갔다 와서 피곤한데도 친구들과 부부로 동창모임이 제법 비싼 일식집에서 있어 한 사람씩 각자 지난 일 년의 소회를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저는 우리 부부가 만난 이야기와 지난날들의 역경을 말하면서 결혼 30주년이라고 이야기하여 친구들의 많은 박수를 받고, 또 일식집의 특별 이벤트로 와인과 먹은 음식값만큼 될 듯한 스페샬 파티를 열어주어 아주 재미있었답니다.

 

요즘은 20대 초반이나 중반쯤 결혼을 하는 경우가 좀 귀하지만 그땐 남자는 27~28살, 여자는 23~24살 정도가 결혼 적령기였습니다.

저도 좀 이르게 26살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때 아내 나이 23살..

참으로 꽃 다운 나이에 시집와서 고생도 많이 시키고 속도 좀 썩였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 또한 삶의 한 부분이었네요.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社內식당이었지요.

둘 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던 시기였는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밝은 외모의 단아한 모습이 고와 보여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때 저도 꽤 인기 있는 총각이라 이곳저곳에서 대시를 하는 여성들이 좀 많았다고 지금도 자랑하고 다닙니다만.. 사실관계는 저만 아는 비밀로 하고요.

날이 조금씩 지날수록 그때 아내의 긴 생머리가 자꾸 떠올라 이상하게 자꾸 보고 싶어지고 다음날부터 관심이 가게 되니 그냥 눈에 뭐가 씌었는지 그때부터 제가 덥석 물려 버린 것입니다.

 

세월은 순식간에 흘러서 이제는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그렇게 곱던 피부도 탄력을 잃어가지만, 그때의 긴 생머리 소녀는 오늘도 제 옆에서 오직 저에게만 기대어 인생을 맡겨 놓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나에게는 유일한 아군이 되어져, 내가 하는 일, 내가 말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을 이 세상에서 가장 옳은 가치로 여겨주는 그 사람.

어쩌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되새겨 봅니다.

 

결혼하고 나서 꼭 한 가지 서로가 다짐한 것이 있는데 아무리 싸우더라도 절대 이혼하자는 말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는데 아직 서로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답니다. 약속, 맹세, 서약.. 이런 것들을 쉽사리 깨치는 요즘 세상의 이치에 제법 심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제 사고로서는 어찌 되었건 내가 인생을 걸고 한 맹세는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여긴답니다. 그것이 맞지 않을까요?

 

지난 시절..

너무나 어려웠던 날들도 있었고, 삶의 무게에 눌려서 주저앉고 싶은 날들도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모두가 부질없는 날들이었고 오직 이렇게 큰 탈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살아온 것만 하여도 축복 중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참 세월은 빨리도 흐릅니다.

꽃처럼 예쁜 그 소녀가 이렇게 변하여지고 의욕만으로도 쇠를 녹일 것 같던 내 청춘도 이만큼 흘러 와 버렸는데 뭐가 남아 있는지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행복은 그렇게 특별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아무것도 튀어나게 보이는 것 없이 별난 것 없는 그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는지요.

 

가정을 이루고 30년을 같이 살아 준 고마운 사람과..

다시 30년이 더 지나고 먼 훗날 다른 별로 이사를 갈 때까지 건강하게 살게 해 달라는 절대희망을 소망합니다. 그리고, 쉽사리 사용되어지고 흔해빠진 단어지만 부부간에는 여간 잘 사용되지 않는 한마디를 써먹어 봅니다.

 

사랑합니다.

 

 

 

 

 

30대 후반 어느 봄. 居昌 금원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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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23 15:46 하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진짜 무지무지 축하드립니다.^^*ㅎㅎㅎ
    30년이면 강산이 세번 바뀐 세월인데요..
    글속에서 두분의 알콩달콩한 부부애가 느껴져 너무 아름답게 보여집니다.
    앞으로의 30년도 더욱 사랑하시며 멋지게 인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도 내일 모레 크리스마스가 되면 결혼18년이 됩니다. 따뜻한 말한마디라도 건네야겠습니다.ㅋㅋ^^*
    두분의 커플사진속에서 행복바이러스가 퐁퐁 샘솟는것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리며 형수님께도 축하드린다고 전해주세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25 1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하마님..^^
      저도 하마님의 결혼기념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두 분은 어디선가 오봇한 기념식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짐작하여 봅니다.
      오늘은 성탄절..
      이곳 대구에는 눈이 오지 않았으나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고
      다시금 하마님의 기념일과 성탄을 같이 축하드립니다..^^

  2. 2012.12.23 18:28 신고 Favicon of https://nomadworld.tistory.com BlogIcon 노마드월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로 예쁩니다.
    두 사람 다.
    사랑이 가득....

  3. 2012.12.23 18:55 신고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하늘소망 ^^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가행임요!~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 오래토록 두분 행복하세요 .. 축하합니다 ^^
    넘 이쁜 사진속에 선남선녀분 행복한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네요^^
    30년이 흐르고 난뒤의 모습도 좋고 ~~지금부터 또 30년 뒤의 모습도 기대해볼께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25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망동상님... 고오맙습니다.^^
      어느것도 세월은 피할 수 없다고
      고운 모습들도 이제는 모두 변하여 지네요.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도 모두 청춘인데
      그런 마음으로 오래오래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답니다.
      오늘 즐거운 크리스마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셨기를요..^^

  4. 2012.12.24 08:31 쏭이아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가님..! 혹시 총각시절에 저 이쁘신 선녀님 옷을 훔쳐서 협박하신 건 아닌지요 ?
    그러지 않고서야..ㅋㅋ
    사랑...이라는 말과 그 표현을 해 본지가 언제인지 저도 기억이 가물 가물합니다.
    총각때 너무 남발 해서 그런가요..?...ㅋㅋ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25 1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쏭이아빠님.
      정말 부부간에 가장 많이 사용하여야 할 단어를 가장 적게 사용하고 있나 봅니다.
      오늘부터라도 쏭빠님 가장 애용하시는 단어가 되시길 바래 드립니다..ㅎ
      30년이란 세월이 짧은 시간은 아닌데 되돌아 보니
      바로 엊그제 같습니다.
      다시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서 되돌아 보면
      오늘이 그제 같을 것 같다는...
      참으로 인생무상입니다..^^

  5. 2012.12.24 09:39 에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카드립니다. 두가님 ^*^
    결혼 25주년이 은혼식, 50주년이 금혼식이라카던데 30주년은....?
    저는 좀 욕을 먹어야 하는게...
    이상하게 매년 찿아오는 생일과 기념일 찿아먹는걸 그리 좋아하질않아서(물론 5년, 10년...요렇게 딱딱 떨어질땐 화끈하게 하고요..)
    저와 울 식구들은 으례 당연시하는데
    요즘 와 제 처지를 생각해보면 왜 그런 쓰잘때기(?)없는 家內憲法을 세워 따돌림(?)을 당하는지....당하는게 싸지만.ㅋ
    암튼 괜히 가정의례준칙 앞장 서 생활화 하다 시방 고생 많심더~
    다시 한번 항상 따듯함이 느껴지는 두가님 가족분들 사랑모임을 생각하니 이 추운날 훈훈~~ 해집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25 1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에디님.
      30주년은 진주혼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부끼리 진주로 된 예물을 교환한다나 어쩐다나 하는데
      시침떼고 모른척 하고 있었답니다.
      저도 이전에는 온갖 집안 식구들 생일이나 기념일을 모두 챙겨주고
      연락하여 축하도 해 주곤 하였는데
      받는 쪽에서 같이 상대를 하여 주지 않는 경우에는 몇년 그러다가 그냥 시들하여 지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은 시로가 챙겨주고 축하하여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에디님께서는 위낙에 자상하셔서 아마 분명히 그리하고 계실것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6. 2012.12.24 11:15 곶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20년차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늦깍이(?)로서 많이 배워야 하겠습니다. ^^ 두분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사시고 행복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의미 있는 성탄절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2.12.25 1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곶감님.
      부부간에 연을 맺어 이만큼 오래 살았다는 것이 신기(?) 하기도 합니다..ㅎㅎ
      오늘 즐거운 성탄절..
      행복한 저녁시간 되시고
      복된 하루 엮으셨기를 바래 드립니다..^^

  7. 2013.01.06 19:30 올리버9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선 30주년 축하드립니다,
    행복해 보여서 읽는 저도 감염이 되는듯 합니다
    오래 오래 행복하시길 빌어드립니다
    그런데 두가님은 진작에 작가로 나가셔도 될만큼 글솜씨가 좋습니다
    산행도 시원 시원 글솜씨도 시원시원 짜임새도 있고 늘 부럽습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3.01.06 2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리버님 고맙습니다.
      지나온 세월이 금방인듯 한데 되돌아 보니 30년이 되었습니다.
      참 세월이 빠르고 무상합니다.
      늘 행복하고 재미있는 것은 아니구요..ㅎ
      요즘은 서로가 조금씩 나이가 드니
      몸 이곳저곳에 조금씩 삐긋 거리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올리버님.
      자주 들리셔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많이 나누어 주십시요.
      늘 그리운 올리버님...^^

  8. 2015.02.22 10:59 BlogIcon ㄴㅊㅇ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드려요 우리도지난연휴때 삼십삼주년기념여행떠났다가 고향만들렸다가왔네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5.02.23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삼십삼주년의 여행이 고향방문이 되셨네요.
      내년에는 오붓한 여행 즐겨 보시길 바래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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