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남자들의 표정은 매우 다양합니다.
잠시의 시간이지만 시선 처리가 참 애매한 경우입니다.
천정을 쳐다본다든지, 앞만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경우는 양반스타일,, 곁눈질로 남의 물건을 보는 경우나 본인 물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경우는 조꼼 거시기 합니다.
이때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간혹 등장하는데 술을 한잔 걸치고 들어와서는 한 손으로는 앞 벽을 잡고 나머지는 본인의 번데기를 잡고 볼일을 보다가 그만 조준이 잘못되어 파편이 이리저리 튀거나 변기 바깥으로 쉬~를 하는..... 아주 밉상이지요.
이와 대조적으로 거시기 기능 이상으로 전방 밀착을 바짝 하여도 뉴턴의 법칙이 적용되어 포물선이 급격히 하향되어 버리는 바람에 본인도 부끄럽고 주위 사람도 민망한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위 두 가지 외에도 기본적으로 공중화장실 매너가 부족하여 칠칠맞게 바깥으로 흘리는 이도 있는데 이런 유형男들을 위하여 대개의 공중 화장실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1. 한국의 나폴리, 미륵산 케이블카와 꿀빵, 그리고 동피랑마을의 벽화로 유명한 통영의 여객선터미널 화장실에 붙어 있는 글입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
"한발만 앞으로 다가오세요.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대개의 남자 화장실에 붙어 있는 내용이지만 워낙에 자주 보는 문구라 이젠 면역이 되어 그다지 마음에 딱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가는, 이 심오한 문구에 어떤 철학적인 내용을 찾아보려고 잠시의 배출 시간 동안 글자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곤 합니다만...
2. 다음에는 중국 연변 용정에 있는 미미사(味美思)란 음식점에 붙어 있는 구호입니다.
"당신이 나를 깨끗하게 쓴다면 나도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어요."
정말 대담한 경고문입니다.
남자들이 가진 비장의 자존심을 정곡과 핵심으로 한칼에 찔렀습니다.
쉬야를 하다가 번데기가 절로 움츠러드는 이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그리고 놀란듯이 한발 앞으로 다가가겠지요.
3. 마지막으로 제가 이 세상에서 본 가장 멋진 남자 화장실 구호입니다.
문경 회양산 아래있는 봉암사의 뒷간(해우소)에 붙어 있는 내용입니다.
"進一步(진일보)"
설명이 더 필요없는 천하의 화장실 명언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진일보라는 한마디....
참고로 이 내용을 확인하고자 봉암사로 가실려면 사월초파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곳은 종단직영수도원으로 일년에 딱 하루 사월초파일만 절집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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