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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도구와 미꾸레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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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란 말을 아시나요?

어떤 연장을 일컷거나 수단 방법을 가리키는 말(道具) 외에도 경상도에서만 사용하는 토종 사투리로서 '도구'란 말이 있는데 이는 물곬(사투리로는 물꼬, 물이 흘러 빠져나가는 작은 도랑)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가을이 되어 나락(벼)을 별 때가 되면 그 동안 논에 가두어 두었던 물을 빠져 나가게 하여야 되는데 이때 논 뒷쪽 언덕 아래 가장자리에서는 대개가 윗쪽 논의 물이 새어 나오거나 샘물이 솟아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 물이 논에 들어가지 않게 도랑을 파서 물이 논을 빙 둘러 빠져 나가게 만드는데 이를 '도구친다'고 말 하였습니다. 이 도랑에 겨울 잠을 잘려고 미꾸라지들이 파고 들어가 숨어 있는데 이를 잡아서 끓이는 추어탕이 그야말로 오리지날 추어탕이기도 하구요.

 

미꾸라지는 경상도에서 '미꾸레이'라는 방언으로도 불리워지는데 제 어릴때 이 도구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먹는 추억이 많습니다. 나락을 베고 나서 휑한 들판에 나가 형제들과 바가지를 들고 도구에서 미꾸라지를 한 소쿠리 잡아 집에 와서 엄마의 솜씨로 끓여 먹던 추어탕의 그 맛....

정말로 잊을 수가 없구요.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해 이맘때 즐겨먹는 음싣으로 여름에 잃었던 원기를 회복해 주는 보양식이자 강장식이기도 합니다. 끓이는 방법도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서울에서는 통채로 넣어서 끓이지만 우리 경상도에서는 삶아 어깨어 여러가지 채소를 곁들어 끓여 내어 놓는데 꼭 산초가루와 땡초(매운 풋고추)를 쓸여 넣어야 제 맛이 나기도 합니다.

 

이 추억의 도구에서 미꾸레이 잡이를 잊지 못하여 이번에 묘사차 모인 우리 4형제들이 이웃의 논 도구에 나가 미꾸레이 잡이를 하였습니다.

두어시간 설쳐 잡은 미꾸리지는 한 소쿠리 ..

이를 다시 엄마께 부탁하여 끓였습니다. 어릴때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그 맛으로...

이건 말 그대로 국산 토종 추어탕이기도 합니다.

정말 추억으로, 맛으로, 아주 맛나게 먹은 이 가을의 도구의 추억입니다.

 

 

 

이것이 논 도구입니다.

논 뒷편으로 죽 파 논 고랑을 말하지요.

이 질퍽한 진흙속에 겨울잠을 잠기 위한 미꾸라지가 숨어 있습니다.

 

 

슬슬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5남매 중 여동생은 시가쪽 결혼식 참여로 못 오고 나머지 4형제가 출동하여 미꾸라지 잡이에 나섰습니다.

김여사가 이 요상한 괴기잡이를 신기한듯 쳐다보고 엄마까지 나섰네요.

 

 

오늘의 수확은 이 만큼...

 

 

 

그리고 완전 100% 국산 엄마표 추어탕... 경상도 식입니다.

 

 

 

이건 도박이라면 도박인데..

우리 형제들은 모이면 이런 잔치를 벌입니다.

대개가 첫 날 밤은 다음날 점심식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함이고 둘째날은 엄마 용돈을 수거하기 위함입니다....만..

재미로 기분만 내는 것이고 딴 사람은 딴 돈 보다 더 많이 돌려주는 것을 전통으로 하여 누구도 잃은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옆에서 기웃리던 여자분들은 뜻밖에 수익을 얻기도 하지요.

"엣따 형수님.. 커피 한잔만 부탁..." 하면서 이삼만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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