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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내 고향 합천과 그리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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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은 합천(陜川)입니다.

합천을 이전에는 협천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합(陜)자가 산골짜기 협자로도 쓰기이 때문이고 이전에 이곳 합천이 위낙 산골이다 보니 지형상 산과 골, 그리고 내(川)가 많아 합천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요즘 합천은 이전과는 달리 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인기있는 청정 관광지가 되어져 있습니다.

그 합천 중에서도 제 고향은 지금 물 속에 잠겨진 합천호 아래입니다. 그 곳에 있던 집을 뜯어 수몰지 위로 올라와서 지금의 집을 짓고 부모님이 살고 계셨는데 아버지는 제작년 돌아 가시고 이제 어머님 홀로 계시구요.

 

제법 넓은 터에 집을 옮겨 짓고 마당엔 잔디를 깔고 온갖 과실수를 심어 제법 운치있는 전원주택이 되어지나 했는데 생전 아버지께서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는 나무로 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봄이 되면 열매 열리지 않는 나무들은 모두 톱질로 잘라 버리곤 하셨습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꾸준히 갔다 심고 아버지는 또 베어내고...

 

아버지 생전 마당에 심은 잔디가꾸기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커다란 소일거리였습니다.

이건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음에 아버지 세상을 떠나시면 묘소에 이 잔디를 사용하기로 암묵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봄이되면 파란 잔디가 새싹을 틔우고 가을의 누른빛이 될때까지 하나의 잡초도 생기지 않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가꾸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생전에 5남매 형제들이 숱하게 만나 아버지 묘소를 어떤 형태로 할 것인가를 의논하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 일이 갑자기 아버지 유고로 인하여 황망하게 공원묘지에 아버지를 모시게 되니 그동안 마당에 애지중지 길러온 잔디가 소용이 없게 되고 이에 낙심한 어머니는 잔디를 군데군데 파 엎어 밭을 만들어 버렸고 이제 잔디에 대하여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붕 기와를 새로 이시겠다 하여 많은 돈을 들여 기와를 현대식으로 새로 덮었는데 그 공사와 함께 마당 절반 이상을 시멘트로 포장을 해 버렸습니다. 왜 그리 하냐고 물으니 잔디에 잡초가 너무 많이 생기고 지저분하여 그리 하셨답니다. 저희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지요.

 

어머니는 조그만 밭을 여러곳 만들어 가꾸고 있습니다.

그 곳에다 당신이 필요 한 것이 아니고 오직 자식들한테 뭔가 선물할 여러가지를 심어 정성을 다하여 가꾸고 계시구요. 이번 가을에는 배추를 200여포기나 심었답니다. 가뭄이 들면 비싼 수돗물을 애써 끌어다가 물을 대 주고 이파리 하나 손수 닦고 쓰다듬어 저절로 맛이 배이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많이 가꾼 배추는 모두 당신은 외면하고 자식들이 들락거리며 각자 필요한만큼 가져다 김치를 담게 됩니다.

저도 어머니와 제 처의 싸인을 주고받으면 날짜를 맞춰 시골에 내려가서 배추를 가져 왔습니다. 어머니는 추운 날씨에 벌써 제가 가져갈 배추를 모두 씻어 놓으셨구요. 그러나 저나 제 동생 모두 그렇게 미안해 하지는 않습니다. 미안해 하면 엄마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엄마를 조금씩 그렇게 힘들게 해 주고 있는 그 의미를 형제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엄마가 그 자리에 계시다는 것이 오직 고마울 뿐입니다.

 

제 동생은 술을 한잔하면 엄마한테 응석을 부립니다. 엄마~ 엄마~ 하구요. 하고 싶은 말, 엄마 껴안고 하고 싶은 긴 이야기들.. 그것이 태초의 의성어로 변형되어 불리워져 나오는 것입니다.

저도 술을 한잔하고 엄마의 거친 손등이나 주름 깊어진 얼굴 모습을 보면 눈물이 핑 돕니다. 애써 외면하고 엉뚱한 이아기로 화제를 돌리기도 하지요. 내년은 엄마 팔순입니다. 그동안 자식들은 각자 이리저리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는데 엄마는 아직 외국에 나가 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모두 해외 여행을 같이 한번 가자고 일단 작정을 하고 있답니다.

 

얼마 전 당신은 세 가지가 걱정된다고 하였습니다. 제 술 많이 마시는 거, 넷째 술 많이 마시는거, 그리고 당신 누구한테도 폐 되지 않게 잘 죽는 것... 불과 서너달 전의 세가지 레퍼토리와는 완전 바꿔져 버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엄마의 세가지 걱정은 그때 그때 수시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모두 당신을 위함이 아니고 자식을 위함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어릴때부터 고향을 나와 지내서 고향에는 친구들이나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향은 언제나 고향입니다.

왜 고향이냐구요?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 달려가면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잘 생기고 가장 잘났고 가장 똑똑한 것으로 알고 있는 엄마가 늘 그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늘 초초합니다.

엄마 살아 생전에 내가 꼭 해 드려야 할 것들이 참 많은데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늘 내일 내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향과 어머니...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아름다운 말이자 눈물입니다.



 합천호

 

 호수에 물이 조금 줄어들면 댐 내에 있던 작은 동산들이 나타났다가 물이차면 이렇게 섬으로 바뀝니다.

만수가 되는 경우가 잘 없는데 이걸 알고 댐 가장자리 폐경지에 농사를 짓는 분들이 꽤 많은데 만수가 되지 않고 잘 지나가면 수익이 되지만 만약 만수가 되어 물에 잠기게 되면 어디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어집니다.

 

 호수 주변 동네

 

 

 

 

 

 합천댐 전망대 옆의 세그루 소나무

 

 

 

 

 

 

 

위의 사진은 11월 중순경이고

아래 사진들은 12월 9일 사진들입니다.

 

 

 합천댐과 뒤로 보이는 황매산

 

 합천댐 수문

 

 황매산과 산 자락에 자리한 동네들

 

합천댐 수문과 우측의 악견산(산행기는 : http://duga.tistory.com/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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