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미스김을 따라 미장원에 가서 머리 한번 깎은 뒤로는
절대 미장원엔 가지 않고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습니다.
지금 다니는 이발소가 약 6~7년 단골인데 이전 이발소는 10년 넘게 다닌 곳이구요.
단골을 바꾼 이유는 지금 동네로 이사를 와 버렸기 때문입니다.


머리 다 깍고 아줌마가 면도를 살살 할 때 쯤 전 잠이 듭니다.
귀 면도를 할 때는 손오공과 싸우는 꿈도 꾸구요.
그러다 스킨으로 얼굴을 탁 탁 치면 이윽고 깨어 납니다.
얼굴 마사지를 너무 짧게 해주어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뒷 목을 엄지와 나머지 손 사이에 끼워
잡아 당겨 올리면 온 몸이 짜릿하여 그 시원함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습니다.


머리 감기 전에 맨 마지막 작업으로 코 밑에다 휴지를 하나 받치고 코털을 간지럽히며
깍아 줄 때가 가장 기분 좋습니다.
60 내외된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 이발소는 남향이라 햇살이 좋습니다.


20년 전..
사무실의 미스김은 패션감각이 빼어나고 자주 바꿔는 헤어스타일로 인기가 좋았는데
어느날 머리 잘하는 미장원이 개업했는데 한번 가 보시라 추천을 하였지요.
그 때는 미장원도 가끔 가고 이발소도 가곤 하였는데 그 날 미스김을 따라 간
그 미장원은 복합빌딩 지하에 위치했는데 규모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 자세를 잡고 머리 스타일을 주문 했습니다.


지금 스타일대로 해 주시구요.
조금만 짤라 주세요.. 하고..


옆에 서 있던 미스김이 그 언니야하고 뭔가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이윽고 커팅을 시작합니다.
분위기도 그렇고 향수 내음을 풍기며 왔다 갔다 하는 미용사들과 눈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지요.


한참 후..


다 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뜬 난 ..
앞쪽 거울에 마주친 얼굴을 보고 놀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때 호섭이 머리라 하였나요?
완전 그거.. ㅜㅜ


그동안 나름대로 인간적 관리를 잘 하여 사내 인기 순위가 상위에 들었는데..
하늘이 노래지고
땀이 쫙 흘렀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 했는지 마담 언니도 달려오고
주위에 여러 명의 미용사 아가씨들이 빙 둘러 내 머리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의 창피와 모멸감.


가위는 그 초보 미용사에서 마담 언니한테 건네져 머리를 다시 깎기 시작 하였습니다.
또 눈을 감고 있을 수 밖에 없었구요.
한참 후 다시 가위치는 소리에 눈을 뜨니
뜨악...!
내가 제일 싫어 하는 군대머리..
약간 귀를 덮는 더벅머리를 즐겼던 난 이 날 머리 잘린 삼손이 되어 솥두껑이 열렸습니다.


그날 ..
막 개업한 미장원 마담언니를 기어이 울려놓고 내 머리를 호섭이로 만든 그 초짜 미용사도
직업을 바꾸게 하였습니다.
미스김은 그날 이후로 날 피한다며 애 먹었구요.


제가 미장원에
죽어도(?) 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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