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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믿거나 말거나 - 내가 어릴때 직접 본 호랑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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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호랑이를 내 눈으로 직접 본 이야기라..

참 허무맹랑한 이야기인데요.

 

그런 호랑이를 진짜로 봤다고 하면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지금도 간혹 칭구들이랑 술 한잔 먹다가 "내 어릴때 호랭이 봤다"고 하면 완전 미친 넘 취급을 받습니다.

영화 대호(大虎)에서도 나오지만 우리나라 호랑이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넘들이 마구 잡아다가 가죽을 채취하는 바람에 멸종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1900년대 초에 멸종이 된 호랑이를 약 40~50년 뒤인 1960년대 후반에 제가 봤다고 하니 누가 믿겠습니까?

 

하지만 본 건 사실..

전 분명히 어릴때 호랑이를 봤습니다.

제 나이 10살 무렵..

지금도 기억에 뚜렷합니다.

그리고,

저만 본 것이 아니고 그 곳의 그 동네 사람들은 모두 호랑이가 있다고 알고 있었고 본 사람도 많았습니다.

지금부터 그때 제가 본 호랑이 이야기를 해 드립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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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살에서 11살 무렵..

정확한 나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1968년에서 1970년의 사이입니다.

그때 저는 국민학교 2학년, 3학년 무렵.

시골집을 떠나서 외지에서 지냈고 방학이 되면 시골에 왔는데 여름방학이 되어 시골에 올때는 여러가지로 추억을 만드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외갓집에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외갓집은 깊은 산 아래 조그만 마을이었는데 몇 가구 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여름이면 소를 산에 방목을 하여 기릅니다.

소들은 지들이 알아서 먹이가 있는 코스를 돌면서 먹이를 뜯어먹고 산에서 자곤 하는 것이죠.

그러면 동네에서 둘이 조를 지어 하루에 한번 산에 올라 소들의 상태와 마릿수를 확인하고 내려 오는 것인데 여름 방학이라 주로 아이들이 산에 올라가 소를 관찰하고 내려오는 역활을 합니다.

 

그 해도 여름 방학을 맞아 외갓집에 갔었습니다.

저를 너무 끔찍히 아껴주는 외할머니와 외갓집 식구들 덕분에 외갓집에 가는 것이 늘 즐거운 행사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밑으로 세명의 외사촌 동생들이 있었는데 그 중 바로 밑의 동생은 저와 한살 터올..

 

그날 외갓집에 들렸는데 어른들이 매우 침통한 표정들이었고 마당에는 송아지의 발목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호랑이한테 잡아 먹힌 송아지의 발목이라 하였구요.

이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던 것으로 들었고 어른들은 그리 큰 놀라운 일은 아니란 듯이 이야기 하였지만 그때 소와 송아지는 농가의 가장 큰 재산이라 아마도 매우 시름이 컸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때 제게는 송아지가 '호랑이한테 잡아 먹혔다'는 그 말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 왔는데 그 말이 무섭다기 보다는 놀라움과 함께 큰 호기심이 생겼고, 그 다움 날,

마침 산에 올라가서 소를 확인하는 당번이 외사촌 동생이라 같이 산에 올라가기로 하였습니다.

 

산에 오르면서 물었습니다.

야, 너는 호랑이 봤냐?

그럼 많이 봤지!

정말?

그럼 형아야. 저기 산에 올라가면 호랑이 많다.

 

(지금 생각컨데...  호랑이가 존재한다는 걸 그때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생각하였고 그런 산에다가 소를 방목을 한다는게 조금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만, 분명 그때 동네 사람들은 몇 번이나 소가 희생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호랑이 한번 보여 달라고...

동생은 그리 대수롭잖게 그리 해 주마고 대답을 하였고 호랑이가 있는 곳은 아주 먼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날 산에 올랐는데,

장말 한참이나 올랐습니다.

동생을 따라 한참이나 오르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칼날같은 사모래 능선 줄기를 타고 올랐던 기억이 뚜렷합니다.

푸석푸석한 모래 능선이라서 걸어가면서 조금 미끄러지면 모래가 양쪽으로 흘러 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다시 한참을 올랐습니다.

그때부터 동생은 조금 긴장을 하더군요.

거의 낮은 포복 자세로 능선을 따라 올랐습니다.

사모래가 둔덕처럼 형성되어 능선을 이루고 있었고 능선에 나무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앉은걸음 자세로 앞으로 나가던 동생이 뒤돌아보며 말은 않고 손짓으로 아랫쪽을 가리켰습니다.

 

능선에서 내려다 본 깊은 아랫쪽에는...

저쪽 맞은편 능선과 ㅅ자 형태로 갈라져서 그 사이에는 숲이 짙어 녹음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리고,

능선에 몸을 딱 붙여 내려다 본 그 아랫쪽에는 동생이 말하는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ㅅ자의 계곡 끝에는 호랑이 굴이 있다고 하였고 그 앞에는 짐승이 있었습니다.

아주 먼 거리라 윤곽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처음 보는 동물..

익히 봐 왔던 내가 아는 동물은 아닌, 처음 보는 큰 짐승이었구요.

 

이것이 내가 호랑이를 목격한 내용입니다.

 

기억에 남아 있는 그 짐승은

달려가는 모습이 매우 빨랐고,

세월의 기억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누런 빛깔의 커다란 짐승이었고,

내려다 보는 그 계곡은 능선에서 아득한 높이였고..

사촌 동생과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장면을 나란히 지켜 보았습니다.

 

호랑이는...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내 기억에 남아 있었고,

그 사실을 나는 최면에 걸린듯 아득하게 기억하며 되새겨 보지만 실제 현실적인 내용과는 너무 괴리감이 생겨 아직까지도 잘못 알고 있었다고는 생각 하지만,

 

그 뒤,

얼마전..

그 산골 동네에 살고 계셨던 외삼촌의 사촌 형제분을 만나 호랑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그 시골 마을에서 아직도 살고 계시는 외삼촌의 사촌인, 그냥 외삼촌이라 부르는 그 분은 ..

이렇게 대답 하셨습니다.

 

"그럼 호랑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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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에 만나는 외사촌과 같이 그때 같이 본 호랑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그때 그 동네 사람들도, 같이 올랐던 외사촌도, 그리고 또 여러 사람들도 알고 있던 그 호랑이..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이지만 절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월이 흘러 기억은 단순하게 변하여 졌지만

호랑이는 더욱 뚜렷하여져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데 유년에 본 그 호랑이는 전설일까요?

진짜 호랑이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다른 짐승이었을까요?

 

 

 

사진은 약 100년 전 진도에서 포획 사살된 호랑이

기사내용 :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7733

 

 

 

 

※ 호랑이 목격에 관한 이야기 (그냥 재미로 보시길..)

 http://fun.jjang0u.com/chalkadak/view?db=160&no=206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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