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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온 산이 울긋불긋한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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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고,

봄 경치는 마곡사가 끝내주고 가을 단풍은 갑사로 가보라는 말인데 지난주 마곡사를 들러서 봄 아닌 가을 경치로 대신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가을 풍경으로 유명한 갑사를 들려 구경하고 이어 계룡산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계룡산은 몇 년 전 4월 20일경..

77년만에 가장 늦은 봄 폭설이 내리는 그야말로 놀라운 자연 사건이 일어나는 날,  진달래가 붉게 피어있는 능선 자락에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엄청난 풍경을 감상한 뒤 다시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http://duga.tistory.com/1609)

이번에는 가을 복판이라 아직 눈은 내릴 시기는 아니지만 온 산이 단풍으로 활활 타고 있어 그때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냈구요.


갑사를 먼저 들린 다음 천천히 구경하고 금잔디고개로 올라 산 옆구리로 난 오솔길의 멋진 단풍숲을 거닌 다음 삼불봉고개에서 남매탑으로 내려가 구경하고 다시 삼불봉 고개로 되돌아 올라와서 삼불봉 정상을 거쳐 계룡산의 하이라이트인 자연성릉을 지난 다음 정상을 대신하는 관음봉에서 동학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이용하였습니다.


산자락 아랫쪽은 아직 단풍이 완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을 분위기 물씬할 정도로 울굿불긋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중턱 이후로는 그야말로 절정의 가을 단풍이 온 산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이곳 계룡산은 단풍나무보다는 참나무류가 많아 가까이 보는 화려한 단풍보다는 멀리서 보는 산자락이 더 멋진 곳입니다.


능선에 오르니 찬바람이 휭하고 불어 오는데 어느듯 계절도 가을의 말미로 접어드는듯 합니다.

늘 그렇듯이 가을은 뭔가 서운하고 뭘 두고 온듯한 아쉬운 계절입니다.

그렇게 짧게 지나가는 가을...

산하를 아름답게 꾸미는 단풍 구경은 외향이고 내밀한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내 밀알 창고를 한번 정리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 아닐까 합니다.


산행코스:

갑사주차장 - 갑사 - 금잔디고개 - 삼불봉고개 - 남매탑 - 삼불봉고개(되돌아 올라와서)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동학사 - 동학사 주차장


소요시간 : 약 5시간

 





내가 그린 계룡산 등산지도


갑사에서 금잔디고개까지가 가파르고 그 외에는 그리 가파른 구간은 없습니다.

금잔디고개에서 삼불봉으로 바로 올라 갈 수도 있지만 그러면 남매탑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삼불봉 고개를 거쳐 남매탑으로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 오면 됩니다. 삼불봉고개에서 남매탑까지는 300m.



갑사 일주문

세상의 으뜸이라 하여 갑사(甲寺)입니다.

주위가 단풍으로 마구 물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11월 초 쯤에 들리면 가장 좋을듯 합니다.






창건시기가 정확하지 않은 갑사는 천년세월을 지나면서 여러가지 시련을 많이 겪는데 지금 절집들은 임란이나 정유란등으로 소실된것을 조선 중후반에 재건한 것들입니다.

갑사에는 몇가지 국가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있는데 그 중 해탈문 옆의 동종각에 보존되어 있는 동종은 완전 감옥살이를 하는듯 갇혀 있는데 왜 그리 하여 두었는지 아주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추갑사..

갑사의 온 뜰은 가을로 가득 합니다.









외부인 출입금지..

무서운 얼굴을 한 천왕상이 지키고 있는 문틈으로 안을 살짝 들여다 봤습니다.




산행길입니다.

아이들도 ..

어른도..

노인분들도..

모두 오르고 있습니다.

기량껏 오르고 다시 되돌아 내려오면 되니..

그게 바로 山의 묘미가 아닐까요?



금잔디고개입니다.

많은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네요.

이곳에서 우측 산길을 통해 삼불봉으로 바로 올라가도 되지만 그러면 남매탑을 볼 수 없으니 전방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삼불봉고개로 향합니다.



금잔디고개에서 삼불봉고개까지는 약 700m

참 걷기 좋은 길입니다.



삼불봉고개에서 남매탑은 급경사로 약 300m 내려가야 합니다.

남매탑을 거쳐 동화사로 바로 하산할 수도 있구요.

계룡산의 가장 멋진 구간인 자연성릉을 거칠려면 남매탑을 본 다음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온통 붉은 단풍들이 참으로 멋집니다.



남매탑 조금 위에 세워져 있는 '男妹塔重建芳啣記(남매탑중건방함기)'


비석에 새겨져 있는 글귀는 다음과 같습니다.


唯我大韓之湖南에 有一座名山하니 山曰 鷄龍이요 水曰 錦江이라 儒城鏡湖左右分裂之間에 可謂城中之名山이며 方外之勝地也로다 三佛峰左便 上院庵舊址에 祖師의 有娚妹塔하니 新羅聖德王二十三年甲子 西紀七二三年에 祖師의 門人懷義和尙이 主務되어 建立된 塔으로서 悠久한 역사를 지닌 文化財였던 바 不幸하게도 一九四四年 春間에 盜堀輩에 依하여 顚倒되었으나 復舊하기 極難하던 中 一九六一年晩秋에 大田市 孝洞 居住 金善龍氏의 化發信心之願力으로 莫大한 私財를 喜捨하야 重修再建하니 其功勞는 不可思議로다 晩時之歎


내용은,

어떤 미친 도굴꾼넘이 이 남매탑을 무너뜨리고 훼손한 것을 대전에 사는 김선룡(金善龍)씨라는 분이 개인돈으로 시주를 하여 이 탑을 다시 중수재건하여 세웠다는 공덕비입니다.





남매탑.

신라 성덕왕때 건립된 탑입니다.



자세히 보면 아주 매력적인 탑이구요.

같은 곳에 있는데도 두 탑의 모양이 아주 다른것이 특이합니다.



남매탑 바로 아래의 상운암.



남매탑을 구경하고 다시 되돌아 올라 갑니다.



요즘 산은 거의 돌계단.. 아니면 인위적인 데크계단..



멀리 계룡산의 정상인 천황봉이 조망 됩니다.

여러가지 시설물들이 설치가 되어 있어 출입이 통제되는 곳입니다.

이전에는 계룡산이 기(氣)가 세기로 유명하여 전국의 예비무당들이 필수코스로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하곤 했는데 요즘은 저 철탑들로 인하여 기가 홀라당 빠져 버렸다고 합니다.



계룡산의 클라이막스 구간인 자연성릉 능선과 정상부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지나와서 되돌아 본 삼불봉

단풍과 멋지게 어우러집니다.



삼불봉과 동학사 계곡, 그리고 우측의 천황봉 정상이 모두 연결되는 파노라마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몇년전만 하여도 이런 계단시설이 전혀 없었는데 이제는 산길이 거의 계단길로 바꿨습니다.




자연성릉 구간.

한쪽은 아찔한 절벽 구간입니다.









기~~~인 철계단길.

힘들어 하는 구간입니다.



몇년전에 올때는 없었던 철계단입니다.



자연성릉 구간을 거의 지나와서 되돌아 본 풍경

가운데가 동학사 계곡입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천황봉 정상을 대신하는 관음봉 정상에서..

낙옆이 바람에 떨어지는 나무 밑에서

부부가 식사를 마치고 호젓하게 커피잔 건배를 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문필봉과 천황봉 자락의 단풍

그야말로 오색융단입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천황봉 정상부의 단풍



자연성릉과 천황봉 파노라마.

그 사이로 아랫쪽 동학사가 조망 됩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동학사



하산길입니다.

너널이 이어지고 있어 조금 주의하면 내려가야 겠습니다.



계룡산에는 특별한 모양으로 생긴 고목들로 눈요기가 되는 것이 많습니다.



은선폭포

지난번 가뭄의 봄에도 수량이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 말랐습니다.





동학사 대웅전



대웅전의 부처님

다른곳 절집의 내부 분위기보다 은은하게 조명을 설치하여 부처님이 한결 부드러워 보입니다.



동학사에서 올려다 본 쌀개봉

중국 장가계 천문동이 연상이 됩니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일행분들..

사진을 찍어주는 이들(젊은 커플)과 찍는 이들(단체모임)이 너무 보기 좋아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보시더라도 양해를 바랍니다.



산에 오를때의 가을과 내려올때의 가을이 다릅니다.

가을은 그만큼 빨리 지나가나 봅니다.

이제 곧 만추(晩秋)

잎 다 떨어지고 온 들판이 텅텅 빈 스산한 가을로 변하겠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씩씩하게 산으로 올라 갑니다.

산은 늘 아름다우니까.

그리고, 아름답다는 건 스스로의 마음으로 지어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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