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의 암자 중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백련암(白蓮庵).
늘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라 내심 작정하고 있다가 들렸습니다.
이곳 백련암하면 먼저 떠 오르는게 성철스님입니다.
不欺自心(불기자심.자기를 속이지 말라)이라는 좌우명으로 이곳에 거주 하면서 찾아 오는 이들이 인생의 좌우명을 하나 달라고 하면 "쏙이지 말그레이"하면서 컬컬 웃으셨다는 성철..
수행의 의미를 파고 들지는 못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속이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비겁하고 추한 것인지 알것도 같습니다.
백렴암을 찾고 싶었던 이유는 또 하나 있습니다.
3,000배입니다.
성철스님이 생전 이곳에 기거할때 누구든 자기를 만나고 싶으면 부처님앞에 3,000배를 하고 오면 만나준다고 했습니다.
난다긴다하는 정치인, 권력자도 예외없이..
말이 쉬워 3,000배이지 이걸 완수하려면 7~8시간 동안 꼬박 절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직 부처님전에 3배 이상 절을 해 보지 못한 저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이지만 언젠가 이곳에서 한번 성철의 가르침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절 수행의 메카로 자리한 백련암에는 지금도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성철스님의 가르침을 새기며 3,000배를 올리고 있습니다. 어떤이는 3,000배를 넘어 일만배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대단합니다.
성철스님은 1966년부터 이곳 백련암에 머물렀는데 그 뒤 해 해인총림의 초대방장과 1981년 전두환대통령시절 7대 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었으나 추대식에 나타나지 않고 그 유명한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는 화두(話頭)를 남겼습니다.
이후 1993년 11월 4일 세수 82세에 열반하였습니다.
(인물화의 대가 김호석의 그림)
아래는 성철스님의 승깔(?)을 보여주는 일화의 하나입니다.
오래 전, 벼슬하는 사람들이 좀 거들먹거리던 시절의 이야기...
지역의 경찰서장이 새로 부임하여 해인사에 인사차 들렀다. 동행한 사람들조차 사찰에서의 예절을 잘 몰랐던가보다. 경찰서장이 법당 앞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고 있었다.
그 때 성철스님이 나타났는데 허름한 누더기 옷차림이었다.
성철스님이 조용하게,
“담배를 피우시면 안 됩니다.” 했다.
경찰서장은 행색이 초라한 노스님의 말에 시큰둥하며
“여기에 금연이라고 적어 놓은 것도 아니고 담배 좀 피우면 어떻습니까?” 라고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성철스님이 대뜸 가래침을 뱉어 경찰서장 얼굴에 뿌리면서 일갈하였다.
“당신 얼굴에 가래침 뱉지 말라는 표시가 없는데 괜잖겠지요!”
경찰서장은 그 자리에서 얼굴 붉히며 떠났고 그 노스님이 성철스님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고 한다.
백렴암은 해인사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우측편으로 승용차로 약 10분 정도 더 올라야 하는데 걸어서 오를려면 30분 이상이 소요 됩니다.
백련암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풍경
오른편으로 백련암 일주문이 보입니다.
백렴암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일주문이 계단끝에 있습니다.
백렴암이라고 쓰여져 있는 이층건물은 일층으로 들어가면 본당 마당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마당쪽에서 보면 일층 건물로서 정념당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가히 조망처로서는 천하의 명당이라 하는데 전방쪽이 시원하게 트여져 있습니다.
정념당에서 바라 본 암자의 전체 풍경인데 마당 가운데는 커다란 쳔연석이 얹혀져 있습니다.
부처님 얼굴을 닮았다고 하여 불면석(佛面石)이라고 합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원통전
관세음보살을 봉안하고 있는 전각인데 워낙 조용하고 인기척이 없어 감히 들여다 보지를 못하였습니다.
적광전
이층건물인데 일층은 요사채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적광전 내부에는 석가모니삼존불이 모셔져 있는데 그 앞에 엎어져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눈에 뜨입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내내 저런 자세로 엎어져 있었는데 ...
이 모진 세상에서 어떤 아픔을 만났길래 부처님 전 온 몸을 던져내고 있을까요?
백련암 맨 위에 자리한 고심원입니다.
성철스님의 동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성철스님의 동상과 함께 그 옆에 그려져 있는 성철스님의 다비식 그림은 정말 놀라운 작품입니다.
높이 365, 폭 160cm의 대작으로서 한국화가 인물화의 대가 김호석의 작품입니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인물만 12,000명이라 하네요.
염화실(좌)과 좌선실(우)입니다.
이곳 염화실에서 성철스님이 기거를 했다고 합니다.
마당 가운데 있는 불면석(佛面石)
부처님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는데..
요모조모 둘러 봅니다.
지나가는 스님을 붙잡고 물어보니..
요렇게 방향을 잡고 보면 귓볼 뒤에서 바라보는 부처님 얼굴이라고 합니다.
좌선실과 좌측에 있는 성철스님이 기거했다는 염화실을 다시 한번 더 둘러보고 백련암을 내려 왔습니다.
김호석의 그림
백렴암을 내려와 잠시 해인사에 들렸습니다.
자주 들려 본 곳이라 뭐 특별한 곳은 없지만 점심공양이나 할까 했는데 시간이 늦어 버렸네요.
경내에서는 사진작가 하지권의 해인사 강원 '행복한 수행자를 기록하다'라는 작품전이 열리고 있어 천천히 둘러 봤습니다.
해인사 스님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인데 엄숙한 장면들보다는 일상속의 천진한 장면들이 많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가운데 큰 사진이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입니다.
전시장 내부에 차려져 있는 다상(茶床)이 너무 탐납니다.
나무 뿌리로 된 원목 같은데 어떻게 이런 모양이...?
포근하지만 그래도 겨울이라 절집이 조용합니다.
야단법석이 너무 많은 세상이라 오히려 고요한 절간이 어색하네요.
성철스님의 사리탑이 조성되어 있는 비문
안쪽으로 올라가면 원형모양의 3층석탑형 사리탑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평생 누더기로 지낸 성철스님께서 이 탑을 보면 뭐라할까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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