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새 봄을 알리는 전령사입니다.
엄동 채 지나지 않는 추운 날씨에 굳은 기개로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보노라면 진정 역경을 이겨내는 지혜와 강한 의지를 느끼게 됩니다.
순천의 금둔사는..
그리 많이 알려진 사찰이 아닌데도 이맘때쯤이면 전국에서 조용히 몰려드는 방문객들의 발길로 인해 절마당이 분주해지는 곳입니다.
바로 매화 때문인데요.
금둔사 위치 (전체적인 위치를 확인할때는 위 지도를 클릭하면 됩니다.)
전국에서 가장 일찍 매화를 피우는 곳은 물론 당연 제주지방이지만 이곳을 제외하고는 전남 순천의 금둔사(金芚寺) 매화가 단연 으뜸으로 먼저 꽃을 터트립니다. 음력으로 섣달에 꽃을 피운다하여 납월매(臘月梅)라고 부릅니다.
음력 섣달을 납월(臘月)이라 하므로 이곳 금둔사의 매화는 진정 설중매(雪中梅)입니다.
물론 이곳 금둔사 말고도 양산의 통도사 자장매(慈臧梅)도 일찍 꽃을 피우기로 유명한데 두 곳이 아마 새 봄을 가장 먼저 알릴려고 경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통도사 자장매 소개 : http://duga.tistory.com/2247)
올해는 유난히 추운 겨울로서 매화도 지난해보다 많이 늦게 피었는데 이곳 금둔사의 매화도 이미 지난 1월 중순지나 두 송이가 활짝 피었다가 그 뒤 매서운 추위로 모두 얼어 붙어버렸다고 합니다.
금둔사는 9세기 통일신라때 창건된 절이나 그뒤 폐허로 존재되다가 근간에 새로 중창된 절입니다.
딱히 그때의 유물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것으로는 보물로 지정이 된 삼층석탑과 석조불비상이 있습니다.
새로 금둔사를 부흥시킨 지허스님은 매화나무를 많이 옮겨 심었는데 그 중 낙안읍성에서 종자를 가져와 기른 납월매는 여섯그루로서 현재 읍성의 어미매화는 죽고 없으니 납월매를 구경하려면 이곳 금둔사밖에 없습니다.
여섯그루의 매화는 하나하나 순서가 매겨져 있고 그 중 오늘 현재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은 여섯번째 매화나무(1985년생)입니다.
나머지 매화들은 꽃봉오리상태인데 대략 1주일쯤 후면 살짝 살짝 피어나는 모습이 가장 멋진 자태가 될 것 같습니다.
신라때 시인 최광유(崔匡裕)는 이곳 금둔사 매화를 보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는데..
너무 정감이 넘치고 아름다운 시 입니다.
練艶霜輝照四隣(련염상휘조사린) 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춰
庭隅獨占臘天春(정우독점랍천춘)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繁枝半落殘粧淺(번지반락잔장천) 바쁜 가지 엷게 꾸며 반절이나 숙였는데
晴雪初銷宿淚新(청설초소숙루신) 갠 눈발 처음 녹아 눈물아래 새로워라
寒影低遮金井日(한영저차금정일) 그림자 추워서 금샘에 빠진 해 가리우고
冷香輕鎖玉窓塵(냉향경쇄옥창진) 찬 향기 가벼워 먼지 낀 흰 창문 닫는구나
故園還有臨溪樹(고원환유림계수) 내 고향 개울가 둘러선 나무는
應待西行萬里人(응대서행만리인) 서쪽으로 먼 길 떠난 이사람 기다릴까
새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매화...
추운 겨울을 지난다는 건 몸이기도 하고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제 다가오는 새 봄에는 몸에도 마음에도 봄으로 가득 하기를 바래 봅니다.
지난 겨울은 참 추웠습니다.
일단 먼저 금둔사 매화구경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금둔사 매화구경과 함께 모둠으로 묶어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코스로는 금둔사가 속해진 산 금전산을 올라 볼 수 있고 산자락 아래 있는 낙안읍성과 개인이 관리하는 돌탑공원이 있습니다.
위의 4곳 여행지를 금둔사의 매화 소개와 함께 같이 올릴려다가 서로 소재가 달라 따로 올려 놓겠습니다.
네곳을 모두 천천히 둘러봐도 하루면 충분하니 이곳 금둔사 매화 구경과 함께 알찬 하루 일정의 관광코스가 아주 잘 짜여질 수 있는 봄여행지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금전산은 등산코스이니 산을 좋아할 경우에는 포함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빼도 됩니다.
금둔사 여섯번째 나무의 매화입니다.
납월매 여섯나무 중 이 나무만 현재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꽃이 그리 많이 피지 않았지만 오히려 너무 귀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 가슴으로 한참 담았습니다.
아직은 바람이 차고 기온이 쌀쌀한데 이렇게 꽃을 피우고 있는걸 보니 가슴 뭉클해지네요.
여섯개의 납월매는 이렇게 모두 순번이 매겨져 있습니다.
현재 꽃울 피우고 있는 나무는 여섯번째인데 나머지 나무도 모두 꽃봉오리를 품고 있으므로 일주일정도 지나면 꽃을 터트리리라 생각됩니다.
여섯번째 매화나무는 임시 화장실로 사용중인 건물 보로 앞에 있습니다.
바람이 심하여 여자화장실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바람에 사진촬영에 집중이 되지 못했다는...
위 사진 맨 좌측 건물 앞이 여섯번째 납월매입니다.
금둔사 일주문
금전산 금둔사(金錢山 金芚寺)라는 편액이 걸려 있네요.
확실한 일주문입니다.
대웅전 앞마당입니다.
절은 근간 1980년대 중창이 되었지만 나름대로 아기자리 운치있습니다.
현재 범종각과 해우소 공사중인데 두 건물의 풍채가 만만찮습니다.
절집 좌측 상단에 60불의 여래좌상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이는 과거 7불과 미래 53불이라 합니다.
과거칠불은 이 우주가 한번 생겼다가 소멸 될 때까지 부처님이 한분씩 출현한다고 하는데 석가부처는 이중 마지막 부처님이고, 앞으로 미륵보살이 성불하여 부처가 될 것을 비롯하여 53분의 부처님이 나타난다는 것이라 합니다.
발 뒷굼치를 들고 살며시 지나 갑니다.....
산신각
좌측으로는 천연석에 새긴 석조마애비로자나불.
화엄종의 본존불입니다.
동림선원지
금둔사의 액기스..
국가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약사여래불과 삼층석탑
약사여래불은 높이 3.15m의 특이하게 생긴 석비형 불상입니다.
머리의 육계가 아주 크고 넓은 특징이 있습니다.
삼층석탑은 그리 뛰어난 조형미는 보이지 않으나 통일신라사대의 역사적인 가치가 남아있는 귀중한 유물로 판단이 됩니다.
약사여래불에서 내려다 본 금둔사
여섯번째 납월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길...
대웅전 내부
본존불은 목불로서 석가여래이고 그 뒤 후불탱화는 손연칠교수의 작품이라 합니다.
이곳 금둔사는 차(茶)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 들려 매화가 피어있는 나무를 찾지 못해 왔다갔다 하는데 어디선가 말빨(?) 좋은 스님이 나와 이리저리 안내하며 꼭히 큰 스님을 만나서 차를 한잔 마시고 가라고 간곡히 부탁하는데 저는 녹차보다는 곡차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 귀한 차를 뿌리치고 왔습니다.
돌아오며 생각하니 많이 아쉽네요.
마음이 쫒기니 몸도 쫒기어 절간에 머물며 잠시의 시간을 허공간에 달아 맬 여유조차 없었던가 봅니다.
대웅전 외벽으로는 심우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우현 송영방화백의 작품이라 합니다.
심우도 그림도 돋보이지만 좌측 측문 위에 그려진 매화가 더 일품입니다.
측문에 그려진 달나라 토끼...
금둔사 매화와 금전산 산행, 그리고 낙안읍성과 돌탑공원을 같이 다녀왔는데 이 모두 두루두루 연결되는 코스이지만 카테고리의 특성상 따로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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