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장부 - 이종원의 詩

Posted by 두가 글과 그림 : 2019. 2. 1. 18:12






오늘 '미나문방구'란 영화를 봤습니다.

어른들 누구에게나 한두가지의 추억 열차를 타게 해 주는 문방구..

그리고 '외상 장부'란 시가 생각이 났네요.

아이들한테는 외상이란 단어가 생소하지만 그 시절에는 엄마와의 약조가 된 문방구에서는 허용이 되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어른이 되어..

골목길 모퉁이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연탄 한장과 콩나물 한 웅큼을 외상으로 해야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리고 쓰디쓴 소주 한병과 라면 몇 봉도 ..


세월 지나..

그것들 모두 장부에서 다 지우고 이만큼의 세월 강을 건너 오셨나요?




.......................................................





외상 장부


이종원
 
 
비포장도로 끝
세월의 발걸음 짚어놓은
녹슨 양철 지붕이 누워 있다
햇살이 깨진 유리창 쪽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선다
젊은 아낙은 노파로 바뀌었고
가판대는 듬성듬성 머리가 빠져
곧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어딘가 낡은 부적으로 걸려 있을 지도를 찾는다
십여 개 암호를 차례로 호출하지만
일치하는 숫자는 겨우 서너 개
그도 두부 막걸리 소주 같은 일반 명사일 뿐
눈깔사탕, 라면땅 등은 고어(古語) 되어 묻힌 지 오래다
노인도 나도 멋쩍은 웃음으로
기억의 자물쇠를 겨우 푼다
공소시효 끝난 아득히 먼 날
어머니 이름을 팔아 달콤한 맛을 수없이 도적질했던
그 물목들이 비문으로 서 있다
상환하지 않아도 될 영의 숫자에
속죄의 눈물로 다 지우지 못할 낡은 수첩
먼 길 떠나며 원본까지 가져 가버려
흔적 또한 없다는 것
침묵에 잠든 어머니를 깨워 몇 배로 갚아주고 싶다
 
 
  


―시집『외상장부』(시와사람, 201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9.02.01 19:24 신고 Favicon of https://itsmore.tistory.com BlogIcon 농돌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한 명절 되시고 건강 기원드립니다

  2. 2019.02.02 20:42 창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상장부라는 단어는 확실한 느낌을 갖게 되지만
    그 외상장부에 딱히 떠오르는 추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위에 몇몇 구멍가게를 하시는 분들이 계셨고
    특히 이런 세모에는 한해 밀린 외상값을 어떻게 하더라도 갚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외상값을 갚지 못해 그 가게앞을 피하여 다니던 사람이 많았던 그시절..
    저는 비슷한 추억으로 만화방을 피해 다니던 기억이 자주 있습니다.
    만화를 빌려 갔다가 약속한 날짜에 돌려 주어야 되는데
    어쩌다 그날자에 약속을 못지키고 그러다가 지금 생각하면 연체료 그 것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학교를 왔다갔다 하다가
    나중에 걸려서 조금 혼이 났던 기억들입니다.......
    그런 것이 지금에도 마음에 걸려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면
    반납 날짜만은 단디 기억하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9.02.03 1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학교때 만화에 심취하여서 만화가가 되겠다가 맹렬히 연습을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때 아마 자작으로 그린 만화가 몇 권 되기도 하였답니다.
      저도 아마 반환을 제때 못하기도 했을것인데 분명 뭔가 고역을 당했을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전의 만화와 다르게 한질이 수십권이 되는게 많은데 제 방에도 새책 만화가 백권도 넘게 꽂혀 있답니다.
      출처는 비밀이구요..^^

  3. 2019.02.04 09:20 하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기억에도 70년대 동네 어귀 구멍가게에는 동네 주민들의 외상장부가 있어서
    아이들 시켜 두부한모 달아놓고 가져와라. 콩나물 한봉 가져와라..는 등 엄마의 심부름이 있었습니다.
    돈이 들어오면 수시로 갚고 그러길 되풀이하시던 시절 지금은 사라져 버린 외상장부...
    시인의 말처럼 공소시효가 끝난 어린시절의 달콤한 도적질... 옆에서 누가 그짓을 하는걸 보아도 누구도
    일러바칠 생각을 하질않았구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눈감아 주시는건지 구멍가게나 문방구 아저씨는
    제 할일만 하시고...^^*
    모처럼 시 한편으로 어린시절로 잠시 돌아가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내일 설 명절 가족분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보내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9.02.04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마트시대의 일상이 편의가 되어 세상을 참 많이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갑에 들고 다니는 건 현금보다도 카드 몇장..
      이제 물건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그냥 카드를 내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 건 시골 엄마와 집사람..
      그리고 아이들것 뿐..
      나머지는 모두 스마트 폰에서 얼굴을 누르면 해결이 되고..
      어릴적 동네 어귀 단골 가게에서
      일상품들을 외상으로 구입하던 그 시절의 애틋함이 추억으로 그리운 시간입니다.
      다시 한해의 명절인 설날...
      어쩌면 근무를 하실지도 모르는 하마님.
      그래도 즐거운 날 되시고 감기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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