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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첩첩산골 오지산행으로 찾은 산청의 소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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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원래가 화끈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여름 한더위에 타지에 있다가 대구 들어오면 벌써 숨이 탁 막히는 곳입니다.

안지랑 곱창골목에는 구수한 곱창과 함께 땡초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도 어~ 시원하다면서 너스레를 뜨는 곳이 대구이구요.

가장 더운 여름에 수천명이 모여서 치맥파티를 하는 곳도 대구입니다.

 

그런 대구가 정말 본의 아니게 요즘 화끈(?)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조금 추춤해지나 했더니 이곳 대구에서 다시 급속히 번져 지금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대구사람들은 요즘 모두 죄인 비슷하여 라면 잔뜩 사 놓고 집에서 운신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쫄아들고, 두려움에 갇히고, 움츠린 곳이 되었네요.

바이러스 소굴처럼 되어버린 대구.

하지만 늘 그렇듯이 모든것은 결국 순환이 되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리고 해결이 되지요.

 

지금의 사태에 대하여,

다윗왕이 구한 솔로몬의 지혜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자세한 건 이곳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산청군은 전국구 오지로 알려져 있는데 그곳에서도 가장 깊숙한 중촌마을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오지라는 건 결국 청정(淸淨)하다는 뜻.

잠시라도 순한 공기 들이키고 싶어 찾아왔답니다.

 

오늘의 산행지는 이곳 뒷산격인 소룡산(巢龍山·761m)

용의 둥지라는 뜻입니다.

 

마을 입구, 동네를 알리는 비석이 세워진 곳에 묘하게 꾸며논 돌이 있네요.

오이 꼭지 하나에 메추리알 두 개.

이걸 남근석이라고 표현하기엔 점잖고 부랄석이라고 하기엔 속되고, 암튼 그것 비슷하게 만든 돌 세 개.

 

마침 노인이 한 분 다가와 느릿하게 지나치네요.

아마도 낯선 객이 들어와 동네 입구에서 기웃거리고 있으니 뭔가 가려워서 일부러 다가온듯합니다.

다짜고짜 물었습니다.

 

"저 부랄은 뭡니까?"

"아, 저거.. 새마을사업때 만든거라."

"부랄 모양 맞지요?"

"그럼 맞지."

"뭔 사연이라도 있나요?"

"사연은 무슨.. 60년대 새마을 할 때 맹근거지."

"그냥 재미로 만든 거예요?"

"아마 그럴걸.."

 

이후엔도 동네 역사랑, 자랑이랑 한참이나 쉼없이 이야기합니다.

이러다가 오늘 산행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르신, 집이 어디세요? 태워 드릴께요."

"바로 요기야."

하며 저쪽을 가르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다며 인사를 하니 마지못해 입맛을 다시며 돌아 섭니다.

아직 하고픈 이야기가 많이 남았나 봅니다.

 

그 어르신의 이야기로는,

이곳 중촌에는 장관과 나고 국회의원도 나고,

임진왜란때 홍씨가 피난와서 일군 동네라고 합니다. 그 뒤 한동안 집성촌이었는데 지금은 타성받이도 많다고 합니다.

 

산행은 소룡산으로 올라서 바랑산을 거쳐 내려올 계획이었는데 올라가니 미세먼지가 꽉 끼어 조망도 좋지않고 소룡산 올라가는길에 이런저런 인위적인 시설물로 인하여 산행의 맛을 잡쳐버려 바랑산은 치앗뿌고 내려와 버렸습니다.

지자체에서 일군 행위가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리 많이 찾지도 않은 산에 왜 이런 시설물들을 잔뜩 설치하여 산행의 맛을 반감시키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네요.

 

산행코스 :

오휴마을 - 오휴저수지 - 망바위 전망대 - 홍굴 - 강굴 - 정상 - 새이덤 - 독촉골삼거리 - 독촉골 - 오휴마을(원점회귀)

소요시간 : 3시간 30분 정도, 나홀로

 

 

 

 

 

소룡산만 다녀 오려면 아주 가볍게 하여 올라가도 됩니다.

날씨가 맑고 미세먼지 없으면 멀리 지리산 능선이 아주 잘 보이는 곳인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끼어 조망이 사라졌습니다.

 

산행코스 :

오휴마을 - 오휴저수지 - 망바위 전망대 - 홍굴 - 강굴 - 정상 - 새이덤 - 독촉골삼거리 - 독촉골 - 오휴마을(원점회귀)

 

 

가는 길에 만난 합천호 조정지댐

발전소에서 나오는 물이 고이는 곳입니다.

발전기를 돌리는 물은 합천호 바닥의 물이라 여름에는 차갑고 겨울에는 따스하여 이곳 조정지댐은 아침 물안개가 아주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곳입니다.

 

 

중촌마을 입구

들머리인 오휴마을은 조금 더 올라가야 합니다.

중촌마을 표시석 뒤로는 아주 묘한 돌작품이 있는데...

마을 어르신 설명으로는 이 작품을 만든지는 50년도 더 되었다고 합니다.

60년대 새마을사업때 요걸 맹글었다고 하네요.

제목이 뭔지,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는 수수께끼.

 

 

오휴(烏休)마을 입구 도착.

뒤로 보이는 산이 소룡산.

오휴마을은 풀이 그대로 까마귀가 쉬어간다는 의미.

임진왜란 때 진주에서 부모를 모시고 피란 가던 강언연이란 분이 이곳에서 까마귀가 소룡산에서 맴도는걸 보고 뒤따라가 산 중턱에 있는 바위굴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냈다고 하여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그 굴 이름도 강굴(아래쪽 사진)

 

 

동네 보로 뒤에 있는 오휴저수지

산골 저수지로는 상당한 규모입니다.

이곳 동네는 상수도 걱정은 없겠습니다.

완전 청정 저수지이네요.

 

 

초반에 이런 오솔길을 오를때까지만 하여도 기분 좋았답니다.

잔날 밤 살풋 내린 비로 인하여 먼지도 없고 낙엽을 밟는 기분도 아주 좋습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이것 설치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경사에 무릅각만 커지게 만드는 인위적인 가로막 계단을 잔뜩 만들어 두었네요.

이런 가로막 계단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안쪽이 빗물에 파여서 참으로 올라가기 불편한 형태로 변한답니다.

이 길을 한참 올라갑니다.

 

 

더 한심한 작태를 만나게 되네요.

돌계단입니다.

돌을 다닥다닥 붙인것이 아니고 대충 계단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어디선가 외부에서 가져 온 돌로...

 

이건 완전 문제입니다.

 

 

대략 짐작으로 올 여름 두 해만 지나면 등산로 엉망이 될 것입니다.

큰 비 내려 돌 아래가 파이면 자연스럽게 무너집니다.

굴러 내리는 건 둘째고 경사로 봐서는 안전사고 위험이 더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별로 찾는 이도 없는 오지의 산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쓸데없는 시설을 왜 만들었을까?

산을 오를때 계단이 있으면 한발 오를때마다 무릅각을 90도로 해야하고 발은 수평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휠씬 더 큽니다.

 

차라리 여기에 쏫아부은 세금으로 이 지역 산에 맞는 꽃나무를 심거나 예쁜 계절꽃을 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가로막 통나무 계단과 이곳 돌계단에서 산행맛을 거의 날렸는데,

이건 약과...

 

 

일단 중간에 있는 홍굴을 잠시 둘러보고..

등산로에서 조금벗어나 있는데 낙석으로 굴이 막혀 조금 위험한 상태입니다.

 

 

다시 오르니 망바위 전망대가 나옵니다.

지리산이 보여야 하는데 미세먼지로 바로 아래만 내려다 보입니다.

중촌마을, 오휴마을. 그리고 오휴저수지가 빤히 내려다 보이네요.

 

 

경지정리된 논은 부드러운 곡선은 사라졌지만 농부들은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농로가 이채롭습니다.

 

 

망바위에서 잠시 조망 즐기고 오르려는데, 이건 정말 아니네요.

이런 계단이 한참이나 이어집니다.

 

광역시 동네 뒷산도 이런 거창한 시설은 잘 없는데 오지의 숨은 산에 이런 설치를 해두면 올라가기 편할거라고 생각했을까요?

흙을 밟고 바위를 딛고 땀을 흘리며 오를려고 온 것인데 아파트 계단마냥 만든 덱. 완전 실망입니다.

경사가 있는 산길이라면 등산로를 조금 정비하여 위험 요소를 줄이면 되고 손잡이 밧줄을 설치해 두면 알아서 잡고 오르면 되는 것입니다.

 

 

만든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파손된 곳도 이곳저곳 보이구요.

이건 나무이기 때문에 수명이 있습니다.

뒷돈이 계속 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소룡산 올라가는 등산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세가지 형태의 인위적인 계단에서 산행의 맛을 완전히 잃어 버렸습니다.

아무튼 소룡산은 지자체에서 신경을 너무 과하게 쓴 곳인듯 하네요.

이런 발상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산행길을 바랬는데...

 

 

30m 우측으로 강굴이 표시되어 있어 들려 봅니다.

 

 

올라오면서 계단때문에 짜증이 났는데 그 여파인지 이곳 안내판을 보니 또 짜증이 납니다.

이런 안내판은 사진 앵글에 잡히지 않게 조금 비켜서 세워 두면 더 낫지 않을까요?

 

강굴은 강언연이란 분이 임진왜란때 이곳 석굴에서 전쟁이 끝날때까지 지낸 곳이라 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강굴이구요.

 

 

오른편 바위 위에는 진양강씨세수(晋陽姜氏世守)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요즘말로 하면 인증샷이죠.

여기 있었다는 ...

 

 

바위굴은 안쪽이 상당히 넓습니다.

여나므명이 앉아도 충분할것 같습니다.

내부 바위틈에서 석간수도 흘러나오구요. 아마 이 물이 생명수였겠네요.

세상만사 귀찮으믄 이곳에서 살아도 될 듯..

 

 

이곳 동굴에 붙어 있는 박쥐.

잡아서 두 다리 잡고 풍차돌리기를 한번 해 볼까 하다가 ..

이크,

중국에 이번 바이러스가 이넘과 관련이 있네마네 소문이 생각 나 얼릉 나왔네요.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이렇게 바위도 넘고 타고 오르고 하는 맛을 즐겨야 산행인데 모조리 인위적인 계단을 만들어 버렸으니..

전체 산행 중 유일하게 바위길 잠시 넘는 곳입니다.

 

 

정상에는 육각정자가 세워져 있습니다.

식사자리로 최고이네요.

 

 

정자옆에 있는 정상석

 

 

동쪽으로 황매산이 조망 됩니다.

북쪽으로는 가까이로는 월여산, 멀리로는 거창 감악산이 조망됩니다.

 

 

정상에서 하산길

이곳으로는 계단이 조성되지 않아 휘파람이 절로 나옵니다.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만나는 새이덤

전체 산행구간에서 베스트 뷰, 최고 하일라이트 구간입니다.

등산로에서 비켜 있는데 꼭 들려봐야 할 곳입니다.

 

 

새이덤은 높은 절벽으로 되어 있는데 내려보니 아득 하네요.

 

 

새이덤의 조망

서쪽으로 바랑산이 바로 건너다 보이고 북으로는 신원의 월여산과 거창의 바람개비 설치된 감악산이 건너 보입니다.

그 앞으로 한국전쟁의 가장 비극적인 역사.

거창양민학살사건을 추모하는 거창사건추모공원이 있습니다.

 

1951년 2월 초. 한창 한국전쟁이 불붙고 있을 때.

적과 아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이곳 신원면에서도 밤에는 적군이 낮에는 아군이 주인이 되었던 곳.

'견벽청야'라는어처구니없는 작전으로 무고한 지역주민 663명이 집단적으로 희생 당한 곳입니다.

※ 견벽청야 작전 : 국군은 적들이 주둔할 근거가 되는 마을이나 양식의 씨를 모조리 제거하여 깨끗히 해 놓는다는 의미.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건너편 바랑산

원래는 저곳까지 둘러볼 계획으로 왔는데 정상으로 오르는 덱 계단과 돌계단에 산행 자체가 실증이 나 버렸고 미세먼지 가득하여 조망이 트이지 않아 저곳은 다음에..

 

 

북쪽으로 보이는 거창의 감악산

그 사이 저와 이름이 같은 대현마을.

 

 

바로 앞쪽으로는 가을송이가 제법 있다는 월여산

월여산 : https://duga.tistory.com/1746

 

 

대현마을은 지형이 참 묘합니다.

 

 

새이덤

 

 

 

 

 

새이덤과 북쪽 방향, 감악산과 월여산

클릭하면 크게 ..

 

 

 

 

 

이곳에서 독촉골로 하산

 

 

하산길에서 맑고 깨끗한 저수지를 만났네요.

 

 

이걸 자꾸 돌려 보고 싶어 집니다..

만,

참고 그냥 내려 왔습니다.

 

 

긴 겨울 지나고 모처럼 만나는 연두빛입니다.

깊숙한 골짜기에도 봄이 왔습니다.

 

 

다시 오휴마을로 ...

 

 

집으로 돌아 오면서 지나치는 거창사건추모공원

결국 양민학살이란 말은 빼 버렸답니다.

 

 

 

그리고 합천호...

곧 4월이 되면 이곳 합천호 주변은 백리벚꽃길이라 하여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길로 변신한답니다.

머, 섬진강 벚꽃길이 아무리 유명하다캐싸도 내고향 합천 벚꽃길에 비하믄 택도 읍씀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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