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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지리산 은둔의 암자, 우번암과 문수암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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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들녘과 산하.

지리산 기슭, 은둔의 암자가 있는 그곳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억겁億劫의 세월 속 찰나의 인생을 살면서 고뇌하는 이 무한한 어리석음을 어떻게 깨우칠까 하는게 오늘의 화두.

풀 수 있을까?

느낄 수 있을까?

 

겁劫이란 무엇이던가?

좌우가 40리 되는 커다란 바위를 하얀 무명천으로 일년에 한번 닦아 그 바위가 모두 닳아 없어지는 것이 한겁一劫인데..

이게 영겁永劫으로 만나는 것을 인연이라 하고 그것이 찰나刹那가 되어 생을 마치는데.

무슨 염두가 있어 찰나생멸刹那生滅과 찰나무상刹那無常을 거역하겠는가?

 

그속에서 무한으로 늘려지는 탐욕이나 욕심은 누구의 작품일까?

그리고 하늘도 신도 운명도 모두가 넘보지 못하는 사랑의 크기는 광활한 우주 어느 스승의 지헤일까?

영겁으로 왔다가 찰나가 되고 찰나가 다시 영겁이 되는 세상만사..

 

생각뭉치를 가슴에 품고 찾아 간 곳은 우번암과 문수암.

누구나 쉽사리 갈 수 없는 꽁꽁 숨겨진 은둔의 장소.

그리고 지정된 등산로가 아닌 비탐방로.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을 에둘러 삭여 봅니다.

난 우번암의 법종스님과 문수암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야.

오늘은 부처님과 의논할 일이 있어 그곳 암자를 찾아 가는 길이야.

자위와 변명을 속으로 되내이며 투명인간으로 변신하여 봅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숨소리 하나도 되담아 오고 티끌 하나도 남기지 않은, 아니간듯 다녀 오려고 무척 애쓴 하루였습니다.

 

 

..................................................

 

 

지도는 애초 없습니다.

머리속에 지도를 그려 넣어서 떠났습니다.

노고단을 먼저 입력하고 종석대에서 그려지는 차일봉, 월령봉능선, 그너머 왕시루봉이라고 잘못 알려진 왕시리봉능선, 맞은편의 서북능선, 대강 감을 잡아 길을 나섭니다.

탐방 내내 코스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문수암에서 시간 여유가 생겨 돼지령으로 넘어오다 왕시리봉능선을 만나고 다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급경사 오리지널 대간길에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탐방로 : 종석대 - 우번암 - 문수대 - 왕시루봉능선 - 노고단

소요시간 : 7시간

누구랑 : 나홀로

 

 

 

지리산을 가는 길에서는 늘 설레임이 앞섭니다.

다리에 힘도 더 들어가구요.

얕은 산에 오르면 얕은 힘이 들어가 조금만 오르면 피곤합니다.

반대로 곤한 산길이 예약되어지면 그만큼 다리도 힘이 들어가 집니다.

세상은 맘 먹기 달린 것 아닐까요.

맘만 먹으면 임금 부랄도 잡아 땡긴다고 하니..

 

들녘에는 봄이 가득 다가와 있습니다.

산내 지나고, 뱀사골 지나고, 달궁 지나면서 지리산 내음이 물씬 풍깁니다.

온통 지리산 향기에 취해 오르는데,

정령치 삼거리에 도착하니 길이 막혀 있네요.

정령치는 완전 꽁꽁 막아 두었고 성삼재길은 한쪽이 트여 있지만 요란스런 경고문과 함께 입간판과 안내판으로 막아 두고 있습니다. 

 

폭설과 결빙으로 통행금지!

헐.. 결빙이라니? 낼 모레가 춘삼월인데...

안내전화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아니 이 날씨에 성삼재 결빙이 되어 있단 말입니까?'

'그게 아니고... 낙석 위험도 있고... 그냥 조심해야 된다는... 우물쭈물~'

통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차들이 몇 지나갑니다.

'아니 차들이 지금 모두 올라가고 있잖아요?'

'글쎄요. 길은 녹았지만 방침이...'

'(....에라이...&@%*^$)'

괜히 씰데없이 시간만 낭비 했습니다.

성삼재 올라오니 탐방객의 차량들이 잔뜩 올라와 있습니다.

 

 

 

반야봉의 육덕한 짝궁뎅이가 올려다 보입니다.

지리산에서 가장 위엄있는 봉우리.

지리산 서남부 총사령관.

등로 한켠에 비켜서 있으면서도 큰 어른마냥 뒷짐 지고 정겹게 바라보는 ....

 

 

성삼재에서 노고단 오르는 길은 반 정도는 꽁꽁 얼어있고 반은 녹아 있고..

덕유산 향적봉과 함께 1,500m 이상의 고도를 쉽사리 오를 수 있는 곳.

지리 주능선이 경방기간으로 막혀 있어 산꾼들보다는 가벼운 탐방객들의 차림이 전부입니다.

 

 

 

코재 전망대에서 내려다 봅니다.

월령봉능선과 차일봉 능선 사이로 화엄계곡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약간 미세먼지 끼어 흐릿한 가운데 멀리 구례를 돌아 나가는 S라인의 섬진강이 아련합니다.

우리나라 강 중에서 가장 와 닿은 섬진강.

19번 국도변에는 애틋한 매화 몽오리가 처녀 가슴꼭지만하게 부풀어졌겠지요.

 

 

어느 순간 투명인간이 되어 숲으로 스며듭니다.

 

 

뒷통수가 근질근질하여 고개를 휘저으며 오릅니다.

'괜찮아, 난 스님 만나러 가는 길이야..' 애써 자위해 봅니다.

빤히 올려다 보이는 종석대

그리고 뒷편으로는 빤히 건너다 보이는 노고단.

 

 

위장의 숲은 얕아서 온 몸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곳이라 죄 짓고는 못 산다는 가벼운 떨림을 느끼며 오른 종석대鍾石臺.

사방팔방 조망이 탁 트여 거의 망루 역활을 하는 곳입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아마 요긴한 군사요충지였을지도 모릅니다.

 

이곳 종석대는 차일봉능선의 최상단부이기도 하지요.

잠시 뒤돌아 봅니다.

우뚝 솟은 노고단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리산 능선 중에서 근육질을 자랑하는 월령봉능선, 형제봉능선이라고도 하지유.

그리고 종석대를 타고 내려가는 차일봉능선, 그 사이로 화엄골이 길게 내리칩니다.

 

 

쳐다만 봐도 눈물 찔끔 나오는 만복대. 서북능선길.

작은고리 지나 만복대 지나 세걸산과 팔랑치 바래봉을 거쳐 인월까지..

어느 해였던가.. 길고 긴 저 능선을 꽃길따라 걸었던 추억이 떠 오릅니다.

https://duga.tistory.com/2145

 

 

좌측 노고단에서 흘러 내리는 월령봉능선과 중앙의 차일봉 능선 

산이 산을 만나 계곡을 만들고 봉우리를 만들고 능선을 만드는 이런 기막힌 풍경.

아름답다고 말하면 미화가 되고 멋지다고 표현하면 사치가 되는 우리의 산하...

그냥 보이는대로 느끼는대로 가슴에다 담을 수 밖에 없답니다.

클릭하면 크게..

 

 

우측 노고단, 가운데 만복대와 서북능선

제 그림자가 인증샷이 되었네요.

클릭하면 크게..

 

 

차일봉능선

양 다리를 벌려서 미끄럼타듯 내려가고 싶은...

 

 

월령봉능선뒤로 왕시리봉이 우뚯 솟아 있습니다.

그 뒤로 멀리 광양의 백운산.

 

 

월령봉과 차일봉 능선 사이로는 화엄계곡이..

화대종주시 어께를 짓눌리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리지리하게 올랐던 코재 오름길이 있는 곳.

우리나라 3대 악!! 소리나는 오르막길.

치악산 사다리병창. 설악 오색. 그리고 이곳 코재..

 

 

노고단을 조금 당겨 봅니다.

오리지널 정통 백두대간길이 건너다 보입니다.

중간에 노고단대피소가 보이네요.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

 

누군가 자연을 더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 국립공원 관리자가 된다면 분명 달라져야 할 게 많습니다.

숱한 범죄자를 양산하는 대간길도 그렇고..

군데 군데 막아 둔 탐방로도 그렇고..

탁상행정이 아닌 진정 자연사랑으로..

 

 

노고단대피소

 

 

왕시리봉 능선 뒷편, 가운데 좌측으로 가장 높이 솟은 산은 광양의 백운산.

산그리메의 풍경..

이걸 눈으로 불 수 있다는게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참 별 것 아닌데도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데..

생각해보면 너무나 호사입니다.

 

 

천은사에서 오르는 성삼재 고개길

지리산 통행료를 30년간이나 받아서 욕을 얻어 먹어도 섬진강물만큼 얻어 먹은 천은사는 작년에 통행료가 폐지되었는데 그 뒤로는 한번도 그쪽으로 지나가지 않아 실제 폐지 되었는지는 확인을 해 보지 못했네요.

 

바로 아래 산자락에 파란 지붕이 보입니다.

우번암 별채입니다.

약간 우측으로 다시 연한색 파란 지붕이 보이는 곳이 우번암이구요.

 

 

만복대와 서북능선

맨 끝 오똑 솟은 곳이 바래봉이겠지요.

작은고리봉 지나 만복대에 오르면 반야봉의 둥실튼실한 궁뎅이가 가장 잘 보이는데...

다만 짝궁뎅이라는 점이..ㅎ

 

 

종석대 조망놀이 뒤에 잠시 뻘짓.

 

 

구례읍과 섬진강 S라인

 

 

숲을 지나서..

 

 

찾아간 우번암

 

 

우번암牛飜庵

암자에서 많이 머물렀지만 사진은 최대한 생략하여 올렸습니다.

아무래도 스님의 수행 장소를 세세히 공개하는건 실례가 될 듯하여..

 

우번암에는 은둔의 암자답게 전설이 전해지는데,

신라 고승 우번이 상선암에서 10년 계획으로 수도하는 중 9년째 되는 날, 묘령의 미인이 나타나 유혹을 하는 바람에 그에 못이겨 따라 가는데 놓칠까봐 정신없이 따라 간 곳이 차일봉 정상. 그리고 그 여인은 사라지고 대신 나타난 관음보살.

정신을 차린 우번이 큰 깨우침을 얻고 토굴을 파서 수도한 곳이 이곳이라 합니다.

그리고 우번이 깨우치는 그 순간에 큰 종소리가 들렸다는 곳이 종석대...

대개의 암자는 뒷편에 영험한 바위를 등지고 있는데 이곳 우번대는 종석대에 약간 내려와 평범한 숲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게 특징입니다.

지금 이곳에는 법종스님이 40년째 수도를 하고 계시다 하네요.

법종의 스승이었던 백운스님이 토굴 형태로 기거하면서 지내다가 지금의 암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리산에는 예로부터 33대臺가 있는데 그 중 기도처로서 많이 알려진 문수대文殊臺, 종석대鐘石臺, 묘향대妙香臺, 서산대西山臺, 무착대無着臺, 향운대香雲臺, 문창대文昌臺, 영신대靈神臺, 향적대香積臺, 금강대金剛臺를 지리산 10대라고 합니다.

대臺라는 것은 기운이 차고 기력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하는 곳이라 대개 암자가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스님은 안에서 수행 중이신듯하여 부처님께 가져간 공양은 나무 탁자위에 조심스레 올려 두고 나왔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맷돌

이 무슨 화두일까요?

 

 

지금은 전기가 들어오는 우번암.

시대가 변하여 이 첩첩 심산골 조그만 암자에 전기가 들어 온다는게 좋기는 하겠지만 ..

수행 스님께서 인터넷도 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콜라도 내어 드신다는 상상을 하니 웬지 조금 거시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번암 본채보다 백배는 더 튼튼한 요사채 겸 별당, 그 곳 한켠 돌탁에서 잠시 투명인간 놀이

오늘, 영락없는 투명인간입니다.

 

 

종석대의 종소리가 뗑~~~ 하고 울립니다.

환청일까?

 

 

무넹기고개를 지나갑니다.

바로 옆이 코재입니다.

노고단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원래는 남원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는데 이걸 수로공사를 하여 전남 구례 화엄사 쪽으로 내려가게 하여서 이곳 농사에 엄청 도움을 준 수로의 이름이 무넹기.

물을 넘긴다는 뜻.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고 하여 일부 대간꾼들은 대간길이 끊혔니 어쩌니 투정 부리는 곳. 

 

 

코재 전망대에서 한번 더 조망놀이

좌로부터 왕시리봉능선, 월령봉능선, 차일봉능선

가운데는 화엄골

클릭하면 크게..

 

 

당겨서 본 화엄사.

홍매화 안부를 챙겨 볼 시기이네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는 이 부근이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노고단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본 종석대

 

 

다시 투명인간이 되어야 하는데 윗쪽에 노고단이 빤히 올려다 보입니다.

100여m 못미쳐서 스며드는 바람에 한참 고생 했네요.

 

 

 

 

 

 

 

 

문수암文殊庵 도착.

스님은 아니 계시고 대문은 가로막혀 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빗장을 풀었습니다.

문수암의 소박한 돌천왕문을 통과 합니다.

 

 

언듯 첫 느낌은 토굴이랄까...

아니 토굴로 보여 집니다.

이곳에 그냥 가만이 있어도 수행이 될 것 같은.

이곳이 바로 은둔이네요.

 

일주문처럼 여겨지는 돌담 축에 걸친 장대를 벗겨내고 들어 온 문수암.

다시 한번 더 마당 가운데 있는 두 그루 전나무 줄기에다 빗금으로 얼기설기 나무가지를 걸치고 그것도 모자라 나이롱 끈으로 두어번 더 왕복으로 휘감아 둔 표식.

이 집 주인의 부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들어오면 안된다고..'

 

나름 해석을 합니다.

'가급적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그리고,

다만 그대가 나를 찾아 왔고 뭔가를 그리워 왔다면 아니온듯 다녀 가시라고..

 

남향 문수암에는 막겨울 햇살이 가득합니다.

비록 구름이 왔다갔다 하지만 따사한 새 봄 자락을 먼저 들이는 곳이구요.

해발 1,300m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암자

꽤 깊은 곳, 높은 곳에 숨어 있네요.

 

육산 지리산에서 기가 모이는 곳은 당연 바위 아래이고 그 바위들이 일품새를 이루고 있는 곳은 이곳 문수대.

아찔한 바위 벼랑의 기를 한 곳으로 모아 터를 잡은 곳이라 딱히 명당터라고 고집하지 않아도 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입니다.

 

 

마당 한켠에 자리한 돌방석이 정겹습니다.

무엄하게도 막걸리 두어동 이곳에서 비우고 나면 도가 트일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곳 문수암의 마스코트는 뭐니뭐니 해도 이 돌방석입니다.

이태릭 대리석으로 만든 최고급 식탁이 여기 견줄 수 있을까?

돌탁, 석방석, 돌방석..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까요.

아무튼 내츄럴판타스틱한 보기드문 명품 식탁입니다.

 

 

질매재로 내려가는 왕시루봉능선이 바로 곁입니다.

잡목들이 약간 가려져 있네요.

 

 

이리저리 어슬렁 거려 봅니다.

뒷편 문수대에서 떨어지는 석간수를 모아 나오는 약수도 한사발 하고..

스님 툇밭 구경도 하고

해우소는 어떻게 생겼나 구경도 하고

일없이 한바퀴 빙 둘러보기도 합니다.

 

 

지리산智異山이란 원래가 대지문수보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에서 利자가 異자로 변형되어 만들어진 산.

여기 등장하는 문수보살文殊菩薩은 누구인가? 복덕도 짓고 반야지혜를 설파하는 아이큐 최고의 보살 아닌가요.

지혜의 산 지리산에서 문수보살의 지혜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문수암.

1803년 화엄사의 초운스님이 최초 기거 했다고 하니 역사가 장구합니다.

짧은 역사로 거슬러 보니 이곳은 또한 의병장의 혼이 스며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간혹 이곳에 원효와 의상의 자취까지 스며들었다 하는데 그것마저는 믿거나 말거나 하면서...

 

불심이 채여서 동여매여 있는 저 공간 안에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그네가 할 수 있는건 ..

이곳 앞에서 잠시 합장을 하는 것 뿐.

역시 수행자가 있는 곳 세세하게 옮기는 건 실례가 될 것 같아 눈으로 담은 내용들을 죄다 옮기는 건 생략합니다.

다만 우번암과 같이 마련하여 온 두 몫의 부처님 공양 중 하나는 돌탁에서 잠시 합장하고 제가 대신 합니다.

 

 

역시 이곳에서도 투명인간 놀이를...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서 오늘은 너무 자잘해 집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법이 있는걸...

 

지리산 꼭꼭 숨겨진 은자의 장소.

그 깊숙한 곳에서 불심을 느껴 봅니다.

불자가 아니라도 깊게 고개가 숙여 집니다.

 

한참이나 문수암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어딘가 숨어서 지켜보고 계실 문수보살께 인사를 드리고 되돌아 나옵니다.

빗장 문은 고히 그대로 걸어 두고..

아니온듯 살며시 빠져 나옵니다.

 

 

왕시루봉으로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입니다.

머리 레이다 촉의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 눈에서는 심안의 깊이로 투과레이저를 마구 발사합니다. 

 

그러나 한편 마음은 한없이 한가합니다.

길을 잃은들..

자빠진들..

헤매인들..

아무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오늘은 제가 할 수 있는 수행을 마무리 한 것이니 이보다 더한 복됨이 어디 있을까요.

어쩌면 덤이네요. 이 시간 이후로는...

 

무릅팍도 양켠 깨지고 얼굴도 생채기가 났습니다.

임께 보고를 하였습니다.

엄살이라고 답을 받았네요.

마음이 고스란히 즐거워져 있는걸 보니 엄살 맞네요.

 

 

 

 

 

 

 

 

 

 

 

 

 

 

 

 

원시림과 풀 숲.. 쓰러진 나무들과 온갖 잡목..

두어시간 고난의 숲길 행군이 끝나고 잠시 앞이 탁 트입니다.

왕시리봉능선입니다.

 

 

좌측으로는 지리주능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바로 아래 돼지령입니다.

 

 

오리지널 대간길을 헤쳐 갑니다.

길은 고난입니다.

 

 

언듯 앞이 트이고 노고단이 빤이 보이네요.

 

 

가운데 왕시리봉능선이 자리하고 그 끝으로 백운산이 솟아 있습니다.

산과 산이 이어지고 골과 골이 겹쳐지는 우리네 산하...

찌릿하게 다가오는 풍경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노고단 정상에서 잠시 조망 놀이를 합니다.

좌측으로 보이는 종석대, 우측으로 노고단 고개

가운데 노고단 대피소가 보입니다.

 

 

그 사이에 반야봉은 궁뎅이를 감추고,

지리 주능선도 아득합니다.

노고단에는 약간 늦은 시간인데도 쉽사리 올라 온 탐방객들이 여럿.. 긴 능선을 바라 봅니다.

빗방울 하나가 툭 떨어지네요.

서둘러 내려 가야겠습니다.

 

 

 

※ 혹시 이곳을

저처럼 암자 탐방 목적으로 다녀 오실려면,

비탐지역이므로 아니간듯 다녀오시고...

 

우번암은 무넹기와 종석대만 알면 찾아 갈 수 있고,

문수암은 노고단과 그 옆 송신탑만 알면 쉽사리 다녀 올 수 있습니다.

문수암에서 왕시리봉으로 넘어가는 건 완전 비추.

되돌아 나오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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