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경북 내륙은 오지 중의 오지로서 한번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대구에서 안동 한번 찾아 갈려면 한나절 운전을 해야 했구요.
여름에는 영주 역전에서 노숙을 하는 수 많은 여행 인파가 있기도 하였답니다.
그 뒤 중앙고속도로가 놓여지고 나서부터 안동이나 영주방면으로 다니기가 참 쉬워 졌답니다.
이 중에서 안동은 양반도시로 많이 알려진 곳인데 산지로 이뤄진 내륙치고는 높은 산이 거의 없는 특징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1000m가 넘는 산이 하나도 없는 곳이구요.
그나마 이름이 있는 곳이 학가산이나 화산, 아기산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거창한 이름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손님(?)을 불러들이는 산이 하나 있는데 바로 천지갑산(天地甲山).
천지갑산(天地甲山)이란 천지(天地)간 제일의 산(甲山)으로서 수려하고 장엄하기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는 뜻입니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지명들에는 워낙에 허풍스런 곳들이 많지만 그래도 대강 이름값에 빗대어 붙여진 곳들이 많으니 이곳도 그 정도는 되겠지.
기대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 갔답니다.
결론적으로..
뻥을 쳐도 좀 심하게 친 듯..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곳은 아니다."라는 게 결론입니다.
두 가지가 이 산의 매력이자 뽀인트입니다.
2봉에서 3봉 오르기 전 만나는 탁 트인 풍경.
전 산행 구간에서 유일하게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한반도형의 물돌이를 만나는 길안천의 풍경이 최고입니다.
어쩌면 저렇게 물이 흐를 수 있나 생각할 정도로 두 굽이를 크게 돌아 흐르는 모습이 완전 태극천의 형태입니다.
다만 감상 장소 바로 앞이 완전 절벽이라 조심해야겠네요.
또 한가지는 하산길에서 만나는 모전석탑입니다.
벽돌로만 쌓은 탑을 전탑이라고 하는데 모전석탑은 돌을 벽돌 모양으로 모방하여 쌓은 탑이라는 의미입니다.
조성연대가 통일신라로 되어 있는데 그럼 지금부터 최소한 1000년은 지난 것입니다.
이런 위태로운 장소에 분칠도 하지 않은 석탑이 천년을 버티고 있다는게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이 탑이 지방문화재로만 등록되어 있고 주위에 울타리 하나 없이 누군가 발로 걷어차 버리면 천년 역사가 와르르 무너질 지경인데, 그냥 이대로 무심히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네요.
암튼 볼수록 매력적인 모전석탑은 하루빨리 문화재로서 관리가 제대로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탑 위에는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돌을 자꾸 얹어서 어느 순간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천지갑산의 산행 시간은 넉넉잡고 2시간 이내입니다.
멋지게 꾸민 송사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1봉, 2봉, 3봉, 4봉(정상).. 그리고 하산길에서 5봉,6봉, 7봉을 만나는데 각 봉우리는 구색으로 그냥 붙여둔 이름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3봉 같은 경우에는 비탈진 오르막 한켠에다 팻말을 세워두어 조금 황당하기도 하답니다.
주차장에서 조금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고 왼편은 하산길입니다. 오른편으로 조금 더 오르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편은 급경사코스, 오른편은 완경사코스로 되어 있습니다.
급경사코스로 오르면 바로 2봉에 도착하게 되어 1봉에 발도장을 찍을려면 되돌아 조금 내려갔다가 올라와야 됩니다.
경사진 산길을 조금 올라 이제 몸이 약간 달아 오를려면 벌써 정상.
급 좌회전하여 하산을 하면서 5봉부터 7븡을 거치게 되는데 억지로 조망을 보고자 두어곳 벼랑끝으로 나가 보지만 완전히 트이는 조망은 없네요.
전 구간 로프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좌측으로 절벽이 이어져 있어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가을이나 겨울에는 낙엽이 많아 길이 미끄러운데다 겨울에는 바닥에 눈이라도 쌓이면 위험지수 극강입니다.
짧은 산행구간이지만 나름 매력적인 곳입니다.
천지간에 갑산은 아니지만 안동의 갑산쯤으로 쳐서 후하게 점수를 매겨 봅니다.
산행코스 :
송사리 주차장 - 2봉 - 1봉 - 3봉 - 4봉(정상) - 5봉 - 6봉 - 7봉 - 모전석탑 - 주차장(원점회귀)
소요시간 : 대략 2시간 정도
※ 천지갑산 산행 마치고 나니 시간이 널널 남아 바로 인근에 있는 백색탄(白石灘)을 들려 봤습니다.
(천지갑산에서 15km거리)
백석탄은 다 타고 남은 연탄재가 연상이 되는데 이게 아니고 청송 고아리 신성계곡에 있는 하얀 바위돌을 말합니다.
灘자는 개울을 의미합니다.
백석탄은 청송이 자랑하는 8경 가운데 제 1경으로서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이 되어 있구요.
이곳에 들리면 돌개구멍이라고 하는 하얀 바위에 항아리 모양 구멍이 뻥 뚤린걸 볼 수 있는데 유식용어로 포트홀(Pothole)이라고 합니다.
녹색길이라는 트레킹코스도 만들어져 있던데 올 봄 예약을 하여 봅니다.
안동 천지갑산 등산지도
급경사코스와 완경사코스는 추가로 그려 넣었습니다.
산행코스 :
송사리 주차장 - 2봉 - 1봉 - 3봉 - 4봉(정상) - 5봉 - 6봉 - 7봉 - 모전석탑 - 주차장(원점회귀)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는 송사리 주차장입니다.
보이는 정자 옆으로 오르막 계단이 만들어져 있는데 조금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편은 1봉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에서 하산코스인 모전석탑에서 내려 오는 코스입니다.
딋편으로 보이는 절벽의 봉우리들이 천지갑산입니다.
거의 전 구간에 결쳐 로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격한 오르막길도 많지만 한쪽이 절벽으로 되어 있어 위험한 곳이 곳곳 있습니다.
당연 급경사 구간으로 올랐는데 2봉으로 도착을 하네요.
오른편으로 느긋하게 오르면 1봉부터 차근차근 연결을 할 수 있습니다.
정상까지는 약 1시간 미만 소요 되는데 2봉 올라가는 급경사 구간 빼고는 그리 가파른 곳은 없습니다.
오래되고 비틀린 노송들이 등산로에 있어 간간 되돌아 보게 되네요.
1월 중순이라 추운 날씨인데도 눈은 전혀 없고 등산로가 온통 서릿발로 가득하여 푹 푹 꺼집니다.
참나무 낙엽도 많아 미끄럽기도 하여 절벽길에서는 추춤 조심됩니다.
3봉 아래 조망처입니다.
바로 앞이 절벽이라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전 구간에서 가장 조망이 잘 트이는 곳입니다.
길안천의 물돌이를 제대로 감상하는 곳이고 물돌이 중간에 한반도 형태의 지형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와이드한 풍경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물이 완전 태극형태로 한바퀴 돌아 나가는 장면이 신기합니다.
중장비로 한나절이면 직전 물길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구요.
커디란 소나무가 쓰러져 있네요.
뿌리깊은 나무는 아닌가 봅니다.
저는 이렇게 큰 나무가 쓰러져 있으면 대개 둘러 피해 건너 갑니다. 이유없이...
금새 정상입니다.
몸에 열도 제대로 오르지 않았는데....
천지갑산에서 50m 하산하면 급 좌회전 하산길입니다.
이곳부터는 급경사로 된 하산길입니다.
5봉, 6봉부근에서도 중간중간 조금씩 조망이 트이는 곳이 있으나 탁 트이지 않는 아쉬움이 있네요.
낭떠러지 아래로 길안천이 보이네요.
위험한 절벽이 많은 곳입니다.
송사리 마을
사진 아래 주차장이 보이고 제 차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네요.
각 봉우리는 이렇게 나무 팻말에 봉이라는 표시를 하여 두었는데 별 의미없습니다.
6봉 끝 절벽에서 보는 지형이 오히려 한반도를 더 닮았습니다.
모전석탑.
탑을 찬찬히 둘러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네요.
서두 본문에도 올려 두었지만 이 차림새로 1000년을 지났다는게 너무 신기합니다.
아마도 분명 후대에 새로 쌓은듯 하구요.
근데 탑 상단부가 너무 위태합니다.
지나는 등산객들이 소원풀이로 올려 둔 돌들인데 이게 과중합니다.
자칫 탑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것 같네요.
지자체나 문화재 당국에서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듯 합니다.
둘레에 울도 치고 탑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으로 하고
그리고 위에 얹어 둔 돌을 들어 내리고 보완도 하고...
모전석탑 지나면 급 경사길 내리막입니다.
밧줄을 쳐 두었지만 주의해야 겠네요.
길안천에 내려와 물가에서 여울 구경을 한참 합니다.
아주 아늑한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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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 본 천지갑산.
살얼음이 만든 작품이네요.
어느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
되돌아 나와 송사교를 건너면 바로 송사리인데 보호수로 지정이 된 커다란 느티나무 위용이 있습니다.
여유시간에 찾아간 인근의 백석탄
천지갑산에서 15km 거리에 있습니다.
입구 안내판을 지나 개울로 내려가면 법어같은 문구들이 쓰여진 안내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네요.
일단 내용은 '공부를 열심히 하자.'라는 의미 같습니다.
여울가로 둘레길(녹색길)이 조성이 되어 있던데 날씨 풀리고 덥지 않은 봄에 한번 와서 걸어 볼 생각입니다.
천천히 여유롭게 내를 따라 걷는 맛이 아주 좋을것 같네요.
이곳 저곳 둘러보며 포트홀도 구경하고 .. 스톤발란싱 하나 만들어 흔적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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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탄(白石灘)은 타버린 연탄재 아닙니다.
청송 고아리의 너무나 아름다운 하얀 돌과 계곡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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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맑고 아름다운 계곡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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