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원효굴을 찾아 갔습니다.
원효스님이 이곳에 기거하며 수도를 했다는 곳인데 청운대 천길 벼랑에 있는 조그만 동굴입니다.,
불교가 융성했던 신라,
그 시절 의상과 함께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원효.
아마도 우리나라 절집 창건자로서 가장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 스님 중 한분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원효와 관련된 유명 사찰이 99곳이나 된다고 하네요.
머.. 기사 딸린 V클라스 벤츠를 몰고 댕기는것도 아닌데 온 나라를 돌아 다니면서 절도 세우고,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도를 득하고..
참으로 허무한 내용이지만 아무래도 스타급 스님이다보니 이름을 팔아 절의 유명세를 내세웠던 그 시대, 또는 후대의 맹랑한 마케팅 행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원효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으며, 성은 경주 설씨(薛氏), 이름은 사례(思禮)로 전해집니다.
젊은 시절 의상과 함께 당나라에 유학가서 스파이로 몰려, 쫒겨 온 사건이 유명한데 내용은 이곳에 있습니다.
의상과는 나이 차이는 나지만 친구처럼 지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에서 앞 구절은 원효 작품이고 뒷구절은 의상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은 다음 세상에서는 부처님께 귀의 한다는 내용으로서 아미타부처는 내세를 주관하고, 관세음불은 현생을 주관하니 이 둘을 합쳐 내세에 부처님께 귀이하고 현생에서도 부처님의 자비를 구원한다는 의미가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원효는 머리가 아주 빼어난 인물로 평가 됩니다.
승려이기도 하지만 사상가로서, 철학가로서도 유명했구요.
머리도 깍지 않고 중인척 하면서 술에 취하여 서라벌 거리를 쏘 다니며 설법을 남긴 덕분에 일반 민초들이 스스럼없이 부처님을 알고 불교와 친화되는 계기를 만든게 원효입니다.
암튼 그는 승려 시절에 무열왕의 딸 요석공주와 눈이 맞아 설총을 낳았고 그 후 파계하였습니다.
원효는 어찌되었건 무열왕의 사위가 되어 버렸는데 김유신이 61살때 무열왕의 딸과 결혼을 했으니 김유신과 원효는 동서지간이 되기도 하는 묘한 관계...
암튼, 그 시대의 찬란한 인물 원효가 이곳 팔공산 자락의 최고 명당이라는 청운대 아래 오도암을 창건하고 그곳 아득한 절벽에 원효가 수도를 했다는 암굴이 있는데 이곳이 원효굴입니다.
겨우 한 사람 들어가서 누울만한 공간이 있는 아주 작은 인공 석굴입니다.
이전에 이곳을 찾아 갈려면 거의 간 떨리는 곳이었으나 이제는 군위군에서 중국 잔도식으로 나무 발판을 설치하여 쉽사리 접근이 가능 합니다.
원효구도의 길이라고 하여 아랫쪽 오도암과 이곳을 연결하는 탐방로가 조성이 되어 있구요.
가장 추운 날.
이곳을 찾았습니다.
목적은 원효굴이었으나 기왕 올라간 김에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을 들렸다 내려오면서 원효굴을 들렸습니다.
올라가면서 원효굴을 먼저 찾지 않은 건 오도암에서 원효굴까지 지리지리하게 놓여진 계단길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구요.
겨울에만 햇살이 들어오는 원효굴에 엉덩이를 밀어넣고 걸터 앉아 점심으로 빵 하나를 떼어먹고 있으니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원효는 이 굴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먹고, 자고, 그리고 하루종일 뭘 하며...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똥은 어떻게 쌌을까?
설마,
앞쪽 천길 벼랑쪽으로 돌아앉아서 알궁뎅이 까고..@ㅠ@
산행지 : 팔공산 원효굴
일 시 : 2021년 1월 6일
산행코스:
동산계곡 제1주차장 - 산길(등산로 희미함) - 헬기장 - 하늘정원 - 비로봉 정상 - 하늘정원 - 원효굴 - 오도암 - 주차장(원점회귀)
소요시간 : 3시간 30분
의 지도의 붉은 선과 같은 코스로 다녀 왔습니다.
산행코스:
동산계곡 제1주차장 - 산길(등산로 희미함) - 헬기장 - 하늘정원 - 비로봉 정상 - 하늘정원 - 원효굴 - 오도암 - 주차장(원점회귀)
오도암 주차장입니다.
상당히 넓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10여m 오르면 우측으로 오도암으로 가는 숲길이 나오고 그곳에서 지나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우측에 볼록거울이 있는 곳에 위와 같은 금줄이 쳐져 있습니다.
이 곳이 도로를 따르지 않고 하늘정원으로 곧장 올라가는 등산로입니다.
등산로는 이용하는 분들이 많지 않는데다 눈까지 내려있어 등로가 중간중간 끊히는 곳이 있습니다만 리본이 간간 달려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하늘정원 아래 헬기장까지는 제법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지고 대략 1시간 정도 소요 됩니다.
중간에 두어곳 조망이 탁 트이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에 오래 서서 감상하기에는 벅차네요.
팔공산 북서쪽 능선입니다.
가까이 서봉이 보이고 파계봉과 멀리 가산이 조망 됩니다.
그 뒤로는 구미 금오산도 보이고 그 아래 구미 외곽의 아파트군도 조망이 되네요.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아찔아찔한 구간을 두어곳 지나게 됩니다.
겨울에는 아이젠 필수.
미끄러지면 찾을 수 없네유...
당신은 누구시길래?
외로운 산행길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발길이 앞쪽에 나 있습니다.
이 삭막한 겨울 철.
뭘 먹고 살고, 어디서 자고, 어떻게 지내는지...
앞쪽으로 근간에 핫하게 뜬 화산산성이 건너 보입니다.
우측으로는 보현산도 조망이 됩니다.
아랫쪽 도로는 산정에 있는 군사시설과 연결이 되어 있구요.
하늘정원입니다.
좌측은 군사시설.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다.'
그렇네요.
체력도 필요 하지만 끈기가 더 중요한 것이 등산이 아닐까 합니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을 한번 다녀 오기로 하고,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왕복 대략 30~40분 정도가 소요 됩니다.
여러가지 방송시설들이 보여 지는데 가장 높은 곳이 팔공산 비로봉(1,193m) 정상이구요.
완전 추운 날씨입니다.
바람없는 양지쪽은 나은데 반대되는 곳에서는 움추려 드네요.
비로봉으로 가면서 뒤돌아 본 청운대입니다.
상부는 하늘정원이구요.
육안으로 원효굴이 건너 보입니다.
조금 당겨 봅니다.
빨간 원 안이 원효굴입니다.
더 당겨 봤습니다.
데크 마지막 부분에 조그만 검은 점이 원효굴입니다.
그 옆의 좌선대도 보이네요.
이전에는 저런 데크가 없어 바위를 부어잡고 밧줄을 타고 접근을 했답니다.
밑으로는 아득한 절벽입니다.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 도착.
맞은편 동봉이 바라다 보이네요.
하늘정원에서 올라오면 크게 수고도 없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답니다.
고릴라 설치해서 인증샷 찍고 얼릉 내려 옵니다.
바람이 마구 몰아 치네요.
구시대 유물...
진지 구녕입니다.
다시 하늘정원으로 돌아와서 한 계단 내려서면 좌측으로 원효굴로 가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원효굴까지는 80m.
쉽사리 갈 수 있게끔 데크를 만들어 놨습니다.
2014년 하늘정원과 함께 공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사를 한 분들, 고생 많으셨겠는데요.
중국 잔도 정도는 아니지만 절벽에다 지주 박고 안전한 발판 설치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겨울이라 바람도 세차고 미끄러워 조심해서 이동합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아찔합니다.
요렇게 생긴 묘한 바위 하나가 용케도 붙어 있는데 천년 뒤 두고 봐야 겠습니다.
그때까지 버티는지...
아찔한 절벽 상단에 있는 원효굴.
그곳에 도착 하였네요.
오늘의 목적지입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후덜덜...
절벽 아래로 오도암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원효굴입니다.
해발 800m 정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내부로 깊이 280cm, 굴의 높이 80cm.
여름철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시원하고 겨울철에만 햇살이 비치는 자리입니다.
약간 타원형의 둥든 원통형으로 되어 있으며 구 중간에 두곳이 돌기가 윗쪽으로 두 곳 솟아 올라 있습니다.
굴 속에서 특정한 자리에서는 좌선을 할 수 있을 정도이구요.
자료에는 인공 동굴로 되어 있는데 꼼꼼히 살펴보니 자연석굴은 아닌듯 합니다.
그럼 누가?
이 절벽 상단에 굴을 팠단 말인가?
무슨 도구로?
어떻게 드나들면서?
여러가지 궁금증이 솟아 납니다.
원효굴 입구 오른편에 명문이 조각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쓰여져 있는 글자가 위의 글자는 서(誓)자이고 둘째 글자는 당(幢)자, 셋째 글자는 굴(窟)자로 되어 있다고 하여 이 굴을 서당굴(誓幢窟)이라고도 한답니다.
굴 내부에는 석간수가 배어나고 있습니다.
도를 닦든 수도를 하든, 숨어 지내던.. 가장 중요한건 물인데 이곳에 물이 솟아 나온다는게 신기하네요.
바깥쪽에는 살짝 얼어 있지만 안쪽에는 얼지 않고 샘물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이 추운 장소에서 얼지 않는것도 조금 신기하네요.
동굴 바로 앞에 있는 좌선대입니다.
좌선대 뒷통수이구요.
아래로는 정신없는 높이의 아득한 벼랑.
앞쪽으로는 바위가 의자 형태가 되어 한사람이 딱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원효가 좌선했던 자리라고 하는데...
자칫 몸이 앞으로 쏠리거나 깜빡 현기증이라도 난다면 ..
...끝입니다.
원효굴에서 마주 보이는 앞쪽 풍경.
원효마냥 동굴속에 좌선하여 한참을 앉아 있어 봤습니다.
무얼 버릴 수 있을까?
무얼 얻을 수 있을까?
아주 잠시 고고한 도의 세계에 머물러 보지만 금방 삭막한 오늘로 되돌아 옵니다.
오늘과 내일..
쉼없이 돌아가는 각박함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치열한 전장터.
그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원효가 아니니...
원효굴에서 오도암으로 100여m 내려오다보면 남에서 북으로 굴착한 석굴을 하나 더 만나게 됩니다.
아마도 원효의 시중을 드는 시종자가 거주했을것으로 추청하여 시자굴이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사철 햇살이 들지 않는 위치입니다.
굴의 깊이는 170cm로서 원효굴보다 짧지만 높이나 폭은 휠씬 넓습니다.
오도암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올려도 본 원효굴.
굴은 보이지 않고 근간에 설치된 데크가 보입니다.
계단이 714개.
저처럼 인위적인 계단 싫어하는 분은 저와 같은 코스로 돌면 이 계단길을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는 코스로 이용하게 됩니다.
오도암(悟道庵) 도착.
오도암 천왕문 겸 일주문 겸 사립문
참선도량이라 발걸음을 살금살금...
청운대 아래 자리한 원효암은 팔공산 최고의 명당이라고 하는데 원효가 창건한 암자입니다.
대웅전은 4자리 비밀번호의 자물쇠로 채워져 있어 들어가지 못하게 해 봤네요.
오도암 전경
대웅전 뒤로 보이는 암봉이 청운암.
바로 우측이 하늘정원이구요. 더 우측으로는 팔공산 정상의 방송 안테나들이 보여 집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오도암 입구의 거북이.
오도암에서 주차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참 운치있고 걷기 좋습니다.
팔공산 여러 암자길 중에서 가장 멋진 길 같네요.
길이 빤히 흙으로 덮여 있는데 아마도 사람이 많이 걸어서 트인 길은 아니고 누군가 빗자루로 쓸거나 흙을 뿌려서 길을 튀운 것 같습니다.
호젓한 하산길이 이어집니다.
걸상 나무가 보이네요.
딱 올라타기 좋습니다.
양반 체면 잠시 버리고 덥석 한번 올라 타 봤는데..!!
큰일날뻔...
남자들은 올라타지 마세유. 메추리알 손상 주의.
하산 마무리하였네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산길이지만 하루종일 걸은듯 뭔가 뒷 여운이 가득 합니다.
차를 타고 되돌아 오는 길.
팔공산 능선이 올려다 보입니다.
안테나 있는 곳이 비로봉 정상.
그 왼편이 청운대와 하늘정원. 그리고 그곳에 원효굴이 있답니다.
한겨울 차가운 겨울 바람이 팔공산 자락을 넘어가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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