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 일기

차가운 겨울바다 건너 한산도 망산 산행

 

 

두어달 이상 우리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딸아이네가 아마도 곧 자기네 집으로 들어갈 것 같네요.(내용)

이사 가기 전에 늘 하나 생각하고 있었던게 나랑 같이 산에 자주 다니는 둘째 지율이를 데리고 어딜 가서 1박을 하고 오는 것인데 이번에 그걸 실천에 옮겨 봤답니다.

 

장소는 한산도.

평소 이순신장군을 존경한다는 지율군을 데리고 한산도에 가서 설명도 해 주고 제승당도 보여주고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나 대포도 보여주고 .. 그리고 망산도 오르고 이곳 저곳 둘러보고.. 암튼 그렇게 나름의 계획을 잡았는데 생각외로 아주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하여서 신나는 조손차박(祖孫車泊) 1박 2일이 되었답니다.

한겨울에 차 안에서 7살짜리와 한산도에서 쉽지 않은 차박을 한 기억은 아이 못잖게 나도 추억으로 오래 할것 같네요.

 

첫날, 대구에서 출발하여 통영항에 도착하니 11시 40분,

12시 배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첫날은 망산 산행으로 하루 보내고, 다음날은 여행으로 하루 보내고 12시 20분 배를 타고 나왔답니다.

차박을 계획 했으니 당연 차를 가지고 들어 갔구요.

 

한산도는 섬 여행으로 자주 찾아 간 곳이네요.

근간에 들린 여행은,

2019년 봄 1박 2일이 있습니다.

 

한산도 1박 2일의 첫날 일정입니다.

한산도에서 가장 높은 망산 산행기이구요.

 

망산은 들머리를 진도마을(면사무소 소재지)로 하거나 제승당으로 하거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개 아늑한 숲길로 되어 있고 간혹 데크계단으로 된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이 있지만 국립공원이라 정비는 잘 되어 있습니다.

하루 일정이라면 제승당이 있는 선착장에 내려서 곧바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진도마을로 가서(20여분 소요) 그곳을 들머리로 하여 망산 산행을 하고 날머리를 제승당으로 하면 곧바로 배를 타고 되돌아 올 수 있으니 스케쥴관리가 수월 합니다.

뒷다리 여유가 있다면 추봉도 대봉산까지 이어 걷기도 하는데 산행 매력은 별로인곳입니다.

한산도 들어가는 배와 나오는 배는 2개의 회사가 운영하는데 거의 1시간 이내의 간격으로 계속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산행지 : 한산도 망산

일 자 : 2021년 1월 16일. 금방 7살 된 지율이와 함께..

산행코스 : 제승당 - 더풀개(들머리) - 망산교 - 정상 - 진두마을(버스편으로 제승당으로)

소요시간 : 4시간 정도(7살 아이의 걸음)

 

 

 

 

한산도 망산(294m) 등산지도입니다.

위 지도의 빨강색 선이 다녀 온 구간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이동했네요.

 

산행코스 : 제승당 - 더풀개(들머리) - 망산교 - 정상 - 진두마을(버스편으로 제승당으로)

 

 

통영항 출발,

날씨가 꽤 춥습니다.

 

 

배라고는 발리가서 관광용 낚시하는것 타 본게 전부인 지율이..

3층 갑판에 있는 모형 조타핸들을 신나게 돌려 봅니다.

추운데 들어가자고 하여도 소용 없네요.

배 타고 가는게 마냥 신나는 모양입니다.

통영에서 한산도까지는 대략 30여분 소요.

 

 

주변에는 새우깡으로 갈매기 유인하기에 한창입니다.

지율이도 한번 해 볼래? 하니,

무서워서 못하겠답니다.

남들 하는것 구경만으로도 족한듯..

 

 

이거저것 신기한게 많습니다.

배가 가는것도 신기하고 물이 지나가는것도 신기하고 세상이 모두 신기한 7살입니다.

 

 

한산도 도착하니 12시 35분. 차를 내리고 산행 준비하니 대략 1시쯤 되었네요.

산행 시간으로는 조금 늦은 시간입니다.

일단 몇 시간은 걸어야 하는데 오늘 7살의 컨디션이 어떨지 걱정입니다.

하산해서 일몰을 보는 계획으로 일단 출발...

선착장에서 좌측 도로를 따라 150m 이동하면 들머리가 나옵니다.

 

 

이곳부터 산길 시작.

 

 

거북 등대를 지나 우리를 태우고 온 배가 더시 나가고 있네요.

 

 

앞쪽으로 한산대첩 전승비가 보이고 뒤로는 통영의 미륵산입니다.

 

 

조금 당겨서...

 

 

걷기좋은 멋진 산길이 이어지네요.

전 구간 중 대략 2/3은 이런 사부작 산길입니다.

 

 

지율이 저기 누가 물구나무 서기 하고 있따.

어디??

저~어기...

 

 

걷기 좋은 산길도 있지만..

 

 

하염없이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길도 있고..

 

 

끊임없이 내려오는 나무길도 있고...

 

 

그리고 다다른 소고포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

 

지율이 저기 앞에 있는 분이 이순신장군이야.

할부지보다 더 못생겼네요.

할부지도 수염 기르면 저렇게 된다야..

 

 

이곳에서 한참 쉬면서 간식 타임.

아이는 시간 개념이 전혀 없답니다.

 

 

뭔 이야기를 조잘조잘....

주로 유치원 친구들한테 들은 귀신 이야기.

 

바람이 제법 많이 불어서 머리 스타일이 자꾸 엉망이 되어 급한대로 목도리로 머릴 묶어 주었습니다.

 

 

 

 

 

산 능선에 이런 인위적인 돌담이 있는데 뭔 자국인지 모르겠습니다.

옛 전란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계속 걸어가면 별로 춥다고 생각이 되지 않는데 잠시 머물면 아주 춥습니다.

바람도 차갑게 불구요.

추위 보다는 바람이 더 걱정.

 

 

아이의 보온에 대한 준비는 단디 하고 왔지만 그래도 산에서 만나는 추위는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오후 시간이라 더하네요.

 

 

중간쯤에 있는 망산교.

밑으로 한산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도로가 지나갑니다.

 

 

 

 

 

오르내림은 계속되고,

아이를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해 줍니다.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지어낸 이야기인데도 아이는 많이 좋아 하네요.

 

 

망산 정상입니다.

해발 294m이지만 0m에서 시작하고 0m에서 마무리 됩니다.

 

 

추운 시간입니다.

그래도 아이는 저보다 더 나은듯...

 

 

보이는 곳이 모두 놀이터가 되네요.

 

 

 

 

걸어 온 능선길입니다.

섬 산행이지만 능선길이 제법 길고 오르내림도 몇 곳 있네요.

 

 

거제 방향입니다.

우측으로 뾰쪽한 산은 산방산.

정상의 조망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잡목을 제거하여 두었는데 막상 눈 앞 나무들은 남겨 두었네요.

쫌 시원하게 해 두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정상의 봉수터입니다.

이곳에서 청동기의 유물들도 발견이 되엇다고 하는데 시간만 나면 한쪽 귀퉁이 한번 파 보고 싶지만 해 떨어질 시간 가까워 생략.

 

 

깨꿍...

 

 

요짝으로도 까꿍..

 

 

소사나무가 도열하여 반겨주고 있네요.

 

 

진두마을쪽으로 하산.

정상에서 2.5km입니다.

 

 

 

 

 

아랫쪽으로 추봉도 봉암마을이 보여 지네요.

마을 뒷편 바다는 몽돌해수욕장입니다.

 

 

올해는 동백이 늦은것 같습니다.

따스한 섬마을인데도 이제 동백꽃이 피기 시작 합니다.

 

 

하산 완료.

지율이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차단기 옆 마이크에서 갑자기 흘러 나오는 코로나 안내 방송.

마스크를 쓰고 안전 거리를 두고 어쩌구...

요즘 국립공원에서 흔하게 설치 해 둔 동작 감지마이크가 갑자기 들려 아이는 깜짝.

 

 

진두마을에 도착하니 4시 40분 쯤.

선착장으로 가는 차는 5시에 있습니다.

 

 

바닷가에는 낚시하는 이들이 많네요.

코로나로 한산도는 더욱 한산한데 들어 온 관광객은 거의 낚시하는 분들인가 봅니다.

 

 

바다가 반짝반짝하는 모습이 아이한테는 무척 신기합니다.

할부지 바다가 출렁출렁해요.

 

한참이나 밀물과 썰물에 대하여도 설명을 하여 줍니다.

달님이 바닷물을 끌어가서 물이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걸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네요.

 

 

되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진두마을 바닷가를 구경합니다.

진두는 한산도에서는 가장 큰 마을이고 식당이나 마트도 이곳밖에 없습니다.

면사무소가 있는 곳이구요.

 

 

빨리 버스를 타고 가서 차량을 회수하고 다시 이곳으로 와서 일몰을 봐야 하는데 시간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묘한 조형물을 한참이나 감상하고..

밤이되면 안쪽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훤하게 달처럼 보입니다.

 

 

 

※ 이어지는 2편은,

7살짜리와 할부지가 한겨울 한산도에서 차박을 한 이야기와 차가운 한산도 여행 이야기가 이어 집니다.

너무 추운 날이었습니다.^^

Comments

  • 아이고...인물도 훤출한 지율이랑 산행을 또 하셨군요.

    아이가 제대로 추위에 대비해서 옷을 잘 갖춰 입은거 같아요.
    지율이는 커서도 아주 감성이 풍부한 좋은 인성을 가진 아이로 잘 자랄거 같아요.

    • 고맙습니다. jshin님.
      겨울이라 여러가지 추위에 대한 대비를 하여 갔답니다.
      아이라서 그런지 어른보다 더 추위에 잘 견디는것 같아요.^^

  • 하마 2021.01.19 0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자 지율이와 함께한 1박2일.... 멋지십니다.
    지율이도 할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또 만들었을테구요.
    한산한 한산도 망산의 산길이 지율이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잠시 생기가 돌았을것같습니다.^^*
    산에 눈은 보이질 않으나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많이 내려갔을것같네요.
    그래도 의젓하게 할아버지와 함께 산행도 하고 사진도 찍은 지율이가 한층 컸다는 느낌입니다.
    멋진 한산도 망산의 풍경을 저도 잘보았습니다. 2편이 기다려 집니다.;)

    • 하마님께서 정답을 소개해 주셨네요.
      아이와 산행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아이를 이끌려면 온갖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랍니다.
      옛날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귀신 이야기,
      그리고 이것 저것 지어내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듯 산행을 마치게 되네요.ㅎㅎ
      이날 날씨가 꽤 추웠습니다.
      특히 바람이 제법 많이 불었구요.
      겨울 산행은 사실 기온은 어지간하게 내려가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바람이 불면 정말 견디기가 어렵구요.
      체감온도도 급격히 떨어지기 땜에 더욱 추운듯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요즘 집에 꼬맹이들이 많아 뭐 하나 올리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ㅎ^^

  • euroasia 2021.01.19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십니다.
    추분데 함께한 지율이에게 한표를 던집니다.
    할부지를 능가할 산악인 납시요 !!!
    차박시리즈 2탄을 기대합니다.

    • 유라님 제주도 보름살이 다녀 오셨는데 언제 또 가셔서 한달살이 마저 채우시길 바랍니다.
      그 즈음 저도 날아가서 술도 한잔 하구요.
      꼬맹이 응원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율이가 요즘 아이들 같지 않고 조금은 남다르다고 생각하였지만
    이처럼 하룻밤을 할아버지와 차박을 하고 산행을 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하였습니다.
    7살먹은 대단한 지율이입니다.
    설명글에도 꽤 추운날씨라고 하는데 처음에만 장갑을 끼고
    나중에는 거이 벗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추위를 견디는 것도
    저의 짐작으로는 외탁을 한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앞니 빠진 지율이 얼굴이 더 귀엽습니다.
    그러고보니 지율이에게 절값을 주어야 되는데 해를 넘겼습니다....ㅠ
    이런 지율이를 보면서 할아버지도 뿌듯한 마음이겠지만
    아마 짐작으로는 지율이 아빠 엄마가 더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할 것 같습니다.
    한산도는 꽤 익숙한 이름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자주 등장을 하지만
    아직도 못가보고 있습니다.
    오늘 이사진들과 설명을 보면서..
    그럼 이제라도 가볼까 하는 생각을 얼핏하지만...
    그또한 실천은 쉽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합니다.............^^

    • 요즘 이갈이를 하는 나이라 아마 몇 개 정도는 뽑은듯 합니다.
      모두 집에서 실밥을 묶어 잡아 당겨 뽑았는데 어느날은 제대로 뽑히지 않아 죽는다고 울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절값? 이란 말씀에 뭔가 잠시 생각하다가 웃음이 났습니다.
      저도 너무 황당하여 깜짝 놀랐던 ..ㅎ
      다음에 정식으로 데리고 가서 세배를 드리고 진짜 과세돈 받겠습니다.
      지향이와 규복이가 지금의 아이들만한 나이때 이곳 한산도에 데리고 갔던 기억이 너무 선명하여 그 뒤 몇 번 다녀 왔는데 이번에 또 갔다왔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기억속에 남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녀 왔는데 바램대로 그리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 전 2년전 버스 타고 한바퀴 돌았었습니다
    나가는 배 시간을 맞추려고 노심초사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길이 협소해 운전하기 어려운 구간도 많은것 같던데 대단하십니다

    이순신 장군이 누비셨던 한산도를 손주분들과 즐거운 추억 여행
    잘 하신것 같습니다^^

    • 버스가 배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있기 때문에 잘만 맞추면 섬을 적당하게 구경을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주 적은 섬은 아니라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이곳 저곳 샅샅히 구경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구요.
      아이에 기억에 한산도와 이순신장군이 남아지기를 바래 봅니다.
      고맙습니다.^^

  • 7살 지율이 .. 말썽도 많이 피울 나이에 기특하게 할아버지랑 등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20대가 되면 멋진 할배를 닮은 멋진 청년으로 대한민국 산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거래처의 급한 요청으로 오랜만에 새벽 2시 까지 컴 앞에서 일을 했더니.. 피곤은 하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합니다.
    한산도 망산 잘 구경했습니다~~

    • 쏭빠님의 말씀대로 커 가면서 그런 바램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시골 전원주택에서 재태크 근무라..
      완전 환상적입니다.
      이러저리 연결이 되어 그런 일들이 많아졌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많이 바쁘시면 제가 조수 노릇하러 얼릉 달려 가겠습니다.^^

  • 아~ 한산도 현재의 풍경이 궁금했는데 ㅎㅎ
    손주와 함께 산행 하시는 할배 ㅋㅋ 얼마나 정감이 있는지 ,,
    저도 어릴때 할아버지의 지게에 언혀 다닌 기억과
    일하시는 할배, 아버지께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막걸리 받아서 가져다 드린 기억이 희미하게 납니다.
    작년 1월 첫주에 다녀 왔는것 같은데..올해 만큼 춥지 안았는것 같아요.
    한산도 제승당 가는길 동백꽃 필때 꼭 오고 싶다해서...
    혹시 동백꽃 개화 상태 정보 좀 부탁 드립니다.
    사진상 진두 하산길 쪽은 아직 이르다고 확인하였습니다~
    항상 좋은 정보와,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 이번 망산 산행은 홍님의 지난 산행기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전 한산도 여행을 다녀 와서도 망산을 올라보지 못했던게 아쉬워 이번에 아이와 여행삼아 다녀 오게 되었답니다.
      홍님의 말씀대로 아이의 추억속에 할비와 함께했던 여행이 남아지길 바래 보구요.
      동백은 저도 기대를 하고 갔는데 올해는 좀 늦어지는것 같습니다.
      제승당길의 동백은 개화가 되어 있는걸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진두 하산길에서도 저거 딱 하나 봤구요,
      보름정도 지나야 조금 필것 같네요.
      홍님의 지난 글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세이지 2021.01.19 2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망산 정상의 할부지와 손자의 표정 정말 멋져요.
    사실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함께 뭘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요.
    두가님은 지율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하우가 대단하신가 봐요.
    지율이는 늘 멋진 산을 보고 다니니
    그 마음이 나무처럼 꽃처럼 아름답고
    산처럼 진중한 아이로 클 것 같아요.
    그리고 삶의 갈피 힘든 순간마다 할아버지를 떠올리고
    그 힘든 순간을 멋지게 이겨내는 청년으로 자랄 것 같아요.

    저는 요새 백패킹에 심취해 있는데 차박도 진짜 궁금해요.
    사실 코로나로 계속 집에만 있다 보니까 답답하고
    또 어디로 간다고 해도 1박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자연 그런데 관심이 가요.
    산 정상에서 일몰을 보고 또 밤 하늘의 별을 보고
    아이들처럼 작은 텐트에서 잠을 잔다는 게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서 빨리 2탄 보여 주세요.
    집에서 말했다가 미쳤다 소리 듣기 딱일 것 같아 말 못하고
    지금은 그냥 유튜브나 보며 대리만족 한답니다.
    봄이나 여름이 되면 친구들 꼬드겨서 한 번 시도해 볼까 싶은데
    그러려면 사전에 공부를 철저히 해 두어야 할 것 같아서요.
    산행을 해보니까 제 체력도 좀 되고 운동되 되는 데다 제가 산을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같이 가는 남편까지 덩달아 좋아해서 올 해는 더 열심히 다녀보려고 해요.

    그리고 작년 한 해 우리 가족 모두 가장 인상 깊었던 일로 꼽는 공룡능선 산행
    그 소소한 산행일기 보여 드릴 게요.
    힘들었지만 두가님 산행자료 덕분에 안전하게 잘 다녀왔답니다.
    부족한 점 기습 추위를 가볍게 생각했던 점은 두고두고 기억해서 다른 산행에 참고하고요.


    공룡의 등을 타고

    ‘극악의 난이도’ ‘압도적인 풍경’ ‘산행 시작 후 절대 되돌아 올 수 없음’ ‘설악의 진수’ ‘산꾼들의 마지막 로망’ 그 말에 나도 필이 딱 꽂혔다. 공룡능선을 가 보리라. 기왕이면 가장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가 보자. 그러나 후배의 아들 결혼식과 집안의 이런 저런 행사로 조금 늦어져 절정의 단풍철이 지나 버렸다. 산이 어디가나 내년에 갈까? 아니지 단풍은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지. 어쩌면 잎 지고 기암과 산세가 고스란히 드러날 때가 더 멋질 수도 있어 마치 말끔히 화장을 지운 미인의 순수한 얼굴처럼.

    산행 계획을 듣고 동행을 요청하는 둘째와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 나니 또 첫째 아이도 합류했으면 싶다. 카톡을 보냈더니 별로 내키지 않은지 “저도 갈까요?” 하고 되묻는다. 어떻게든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같이 갈 수 있다면 우리 가족에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즉시 금요일 내려온다는 회답이 왔다. 국내의 산 중 가장 아름답고 힘든 산행을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가슴이 설렌다.

    대구에서 밤 11시에 출발했다. 쉬엄쉬엄 설악산탐방지원센터 소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 벌써 주차장은 많은 차가 들어찼다. 사람들은 이미 입산 가능시간 3시부터 등산을 시작하고 산 중턱까지 헤드랜턴 불빛이 길게 이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구불구불 불을 뿜으며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 불빛에서 멀어져 숲으로 들어서자 둘째가 연신 하늘을 보면 감탄한다.
    어릴 때 고향 하늘에서 본 별들이 다 어딜 갔나 했더니 죄다 설악산 구경하러 이곳으로 온 모양이다. 호박만한 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내려왔다. 정수리 위로 오리온자리가 뚜렷이 보인다. 예리한 빗금을 그으며 떨어지는 유성, 소원을 비는 아이들의 목소리, 별들이 서로 부딪히면 저런 명랑한 소리가 날까. 서늘하고 깊고 푸른 신비의 밤, 우리는 은밀히 별을 움키러 가는 사람들처럼 급경사 등산로를 엉금엉금 기어서 올랐다. 비선대를 지나 마등령 오르는 길은 험악하다. 여러 산을 올라보았지만 이런 급경사는 처음이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을 오르는 느낌이랄까. 무서워서 컴컴한 골짜기 뒤를 내려다 볼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한참을 오르자 머리칼을 날리는 바람이 서늘하고 차츰 어둠이 걷힌다. 앞서 가던 사람이 조금만 더 오르면 마등령이라고 한다. 손에 잡힐 듯 가깝던 별빛은 해쓱하게 사위고 동녘 하늘에 분홍빛이 길게 새어 나온다. 일출의 기미다. 헤드랜턴 불빛으로 발아래만 보다가 서서히 속초 시내며 산봉우리가 점차 드러나는 모습이 마치 천지가 새로 생겨나는 것 같다. 그 속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지 모두 말을 잊고 바라본다.

    마등령 아래 바위 옆, 바람을 피해 앉아 아침을 먹었다. 일박 일정을 무박으로 수정하고 급히 잔멸치만 넣어 만든 약식 김밥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시장할 때 먹는 밥, 김밥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느냐고 한다. 마등령에 아홉 시가 넘어 도착하게 되면 공룡능선을 타지 말고 오세암으로 하산하거나 아니면 비선대로 되돌아 내려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었는데 우리는 아침을 먹고 나도 8시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섰다. 마등령 삼거리로 걸음을 재촉하는데 저만치 1275봉 범봉 공룡능선의 준봉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단풍은 이미 졌지만 그래서 하늘로 거침없이 뻗은 바위봉우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멋지다. 아름답다. 신비하다. 그 어떤 것으로도 부족한 표현 이런 풍경에 어울리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래서 사람들은 공룡능선에 중독되고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고 하면서도 다시 배낭을 꾸리는가 보다.

    잠시 걷는 사이 비경은 눈앞의 봉우리에 가리고 봉우리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차고 거친지 각오하고 바람막이를 입었는데도 몸이 뻣뻣해진다. 아이들도 너무 추운지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뒤돌아보니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산행 내내 이렇게 춥다면 하산하는 게 맞겠지? 그런 표정이다. 내 마음이 딱 그랬다. 그래도 온 가족이 함께 산행할 기회가 다시 있을까. 등산복 대신 운동복을 입은 아이들이 몹시 걱정된다. 이 봉우리만 넘어보자. 그래도 계속 이렇게 춥다면 아쉽지만 오늘 산행을 포기하고 오세암쪽으로 내려가자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가면모자로 꽁꽁 싸매고 꿋꿋이 오른다. 저 사람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처 대비할 틈도 없는 기습적 추위에 허벅지와 발가락에 쥐가 났다. 등산화가 무거워서 트레킹화를 신고 왔더니 그런 모양이다. 조심조심 평평한 곳을 골라 디뎠다. 불안한 마음으로 봉우리 반대편으로 가자 햇살이 비치고 딴 세상처럼 바람이 없다. 비로소 잃었던 정신이 돌아왔다.

    잠시 쉬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둘 다 괜찮다고 한다. 바람만 없다면 쾌청한 날씨가 산행하기 더없이 좋겠지만 다 좋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공룡능선 접어들고는 듣던 만큼 산행이 힘들지는 않았다. 파란 하늘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기암, 한 봉우리를 오르면 또 내려가고 중간 중간 철제 난간을 잡고 매달리는 긴장감과 재미에 피로를 느낄 새가 없었다. 오히려 비선대에서 마등령으로 오르는 구간이 더 힘들었다. 거의가 급경사에다 조망 없이 눈앞을 막는 산에 압박감이 더했던 모양이다.

    좌우로 곧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바위틈을 지나고 고개를 넘고 까마득한 절벽 같은 경사에 난간을 잡고 매달려 내려갔다가 다시 그런 길을 매달려 올라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 뒤 우리는 마침내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추위와 피로에 지쳐 표정조차 얼었다. 희운각대피소에소에는 온수도 떨어지고 다만 햇반을 데우는 전자레인지뿐이었다. 그것도 줄이 길어 우리 차례를 기다리기에는 하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둘러보니 그 어디서도 온수를 구할 데는 없고 저만치 막 배낭을 꾸리는 분 옆에 버너가 있었다. 미안함을 무릅쓰고 불을 빌었는데 흔쾌히 버너에 불을 지피고 넣었던 코펠을 꺼내 물을 데워 주었다. 미안한 마음에 배낭을 열어 이것저것 챙겨 드렸는데 도리어 배낭 속의 먹을 것을 잔뜩 꺼내 내 앞에 도로 밀어두고 서둘러 떠났다. 산만큼 크고 높은 마음을 산에서 만났다.

    천불동 계곡은 아직 화려했다. 절정은 지났지만 남은 단풍이 고와 하산 길의 눈이 즐거웠다. 여기저기 셔터도 누르고 시리게 푸른 계곡물에 단풍이 잠긴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14시간 산행 후 숲길을 걷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쭉쭉 뻗은 나무처럼 씩씩하다. 가만히 나무에게 물어본다. ‘우리 아이들 멋지지요? 한 줄기 바람이 일며 나뭇잎들이 와르르 박수친다. 이마에 닿는 바람이 아리도록 상쾌했다.
    돌아와 산행기를 쓰는 지금 아직도 나는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온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만 공룡의 등을 타고 신비한 선계를 잠시 흔들리며 꿈꾸다 온 것 같다. 다시 공룡능선으로 갈 배낭을 꾸리고 싶다. 그 때는 꿈속처럼 허둥대지 않고, 여유를 갖고 천천히 산과 함께 하고 싶다. 아무리 험하고 먼 길이라도 분명한 목적지가 있으면 어렵지 않다는 걸, 한 발 내딛으면 그 폭 만큼 틀림없이 정상에 가까워진다는 사실도, 수려한 공룡능선의 모습과 더불어 영원히 잊지 않고 싶다. 아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기억은 우리가 쉬이 잊게 되지만 함께 체험한 감동은 두고두고 가슴을 데울 것이다.



    • 세이지님께서도 지구별에 글을 올리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됩니다.
      아래 공룡의 글이 사진과 곁들여 읽어졌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작가의 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공룡능선의 맛입니다.

      우리집 셋째 아인이와 제가 앞자리 하나 떼고 나면 동갑인데 노는 수준도 거의 비슷하답니다.
      위의 두 아이는 이제 조금 컸다고 뭔가 생각이 깊어져 살짝 다르게 보이구요.

      작년부터 이곳 저곳 돌아댕기면서 1박2일 코스를 많이 잡는데 모두 차박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새벽 3시나 4시쯤 산행을 나서는데 이제는 전날 밤에 출발하여 목적지에서 하루 차박하고 아침에 산행을 하니 훨씬 여유도 있구요.
      산 중에서 혼자 술도 홀짝홀짝 마시는 기분이 여간 아니랍니다.
      백패킹은 이전에 몇 번 다녀 왔는데 이건 더 짜릿하지유.
      산정에서 혼자 또는 둘이서 별을 보며 누워 있는 맛은 저잣거리에서는 아무리 글로 설명해도 감을 잡을 수 없답니다.
      다면 차박이나 백패킹은 장소가 제한이 되어 있고 툭하면 불법이나 민폐와 연관이 되어 알게 모르게 지만 알고 살짯살짝 다녀 와야 할것 같더라구요.

      어쩌다가 산행 입문을 멋지게 해 버린 세이지님.
      완전 축하 드립니다.
      올 봄에는 적당한데 가셔서 산신제도 한번 지내시길 바라구요.
      가까운 산이나
      먼 산.
      높은 산이나
      낮은 산.
      멋진 산이나
      볼품 없는 산.
      모두 다 산이구요.
      모두 최고의 보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헉...이렇게 추운 겨울에 7살짜리 손주와 차박을 하셨다구요 ?
    햇빛이 있어도 차에 군불을 넣지 않으면 추운데...
    그래도 두가님만 알고 계신 생존 노하우가 있겠죠 ? ㅎ
    이순신 장군보다 더 잘생기셨다는건 힘들어서 업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요 ? ㅎㅎ
    근데 정상석에서 기념사진...지율군의 인상이 더 근엄한거 같은...ㅎ
    하여간 대단하십니다...ㅎㅎ

    • 요리조리 준비만 잘 하면 겨울 차박도 즐길만 하답니다.
      군불 전혀 넣지 않아도 되구요.ㅎ
      지율이는 가끔 위험지역 같은 곳에서 안고 가기도 하는데 두어발짝만 걸으면 내려 달라고 합니다.
      아마 수치스러운가봅니다.
      한산도 망산은 꼭 한번 올라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네요.

  • 세이지 2021.01.20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상에서의 사진에 하부지와 손자의 손 좀 보세요.
    이런 걸 '피의 부름' 이라고 하지 않을 까요.^^
    글의 답글에서 올리는 게 더 편한데
    답글에 사진을 올릴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 전혀 의식하지 않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세이지님의 말씀으로 미소로 보게 됩니다.
      작가의 예리함이 정말 돋보이네요.
      정말 댓글에 사진을 올리면 참 좋을것 같아요.
      일본 커뮤니티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곳도 많은데 말입니다.
      요즘 티스토리 에디터가 영 이상해서 글 한번 올리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