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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던 정선 두위봉 설경

 

요즘 제가 차박에 푹 빠져 있답니다.

거의 홀로 산행으로 자차로 이동을 하기땜에 이전에는 새벽에 일어나 출발하곤 했는데 요즘은 전날 밤에 출발하여 목적지 부근에서 차박을 한 후 다음날 여유있게 산행을 한답니다.

차박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한번 나누기로 하고 오늘 목적지는 정선의 두위봉.

 

전날, 만항재를 넘어와 정암사 둘러보고 고한에서 하루밤 자고 일어나니 주변이 온통 빙판길입니다.

새벽 2시경부터 비가 내렸는데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다보니 비가 모두 얼어 버렸네요.

엉검엉검 기어서 들머리인 도사곡휴양림에 도착.

왜 이곳을 들머리로 택했는냐? 두위봉 네곳의 들머리 중 고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정상까지 가장 긴 구간의 코스이구요.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5.3km입니다.

 

근데 이 날..

정말 고생 많이 했네요.

몇일 전 다녀 온 설악 공룡보다 훨씬 더 힘든 산행을 했습니다.

정상까지의 5.3km 구간을 4시간 반 정도나 걸려 올랐으니 거의 기다시피 오른셈이구요.

아랫쪽 고한에 예보된 강우량이 1~5mm 정도라서 눈이 보기 좋게 딱 왔겠구나 하며 올랐는데 산에는 완전 폭설..

더군다나 습기를 잔뜩 머금은 눈이라 아이젠 바닥에 눈이 떡처럼 붙어 도저히 아이젠을 신고는 진행을 할 수 없어 벗고 올랐는데 미끄러지고 꼬꾸라지고 ..

 

산은 하루종일 운무에 갇혀서 조망은 하나도 없도 앞으로 가는 진행방향도 헷갈리고..

발은 눈에 푹 푹 빠지고, 바람은 불어대고, 날씨는 춥고..

그래도 눈에 보이는 풍경은 환상적..

흑백의 수묵화와 함께한 하루.. 오직 내 발자국만 있었던 이날의 두위봉.

암튼 엄청 고생한 하루였답니다.

 

 

산행지 : 정선 두위봉.

일 시 : 2021. 2. 1.

산행코스 : 도사곡자연휴양림 - 1샘터 - 2샘터 - 주목군락지 - 능선 - 정상 - 갔던길 그대로 하산(원점회귀)

소요시간 : 7시간.

 

 

근간에 잘 찍지 않았던 휴대폰 동영상을 잠시 찍었습니다.

휴대폰 들고 진행하면서 찍은 것이니 조금 걷기 수월한 구간의 영상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화면이 빼딱해 보이는데 원래 산길이 빼딱한 곳이랍니다.^^

 

 

 

 

해발 1466m 두위봉.

강원도 정선의 신동, 남면, 사북에 걸쳐 있습니다.

능선이 멋진 곳이며 봄 철쭉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오르면서 보니 단풍나무도 아주 많더군요.

이곳 능선 바로 아래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목이 있답니다.

주목들의 포즈는 태백산보다 못하지만 수령은 휠씬 더 앞서는 정말 웅장하고 멋진 주목이 있는 곳입니다.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네곳이 있습니다.

제가 오른 구간은 2코스인 도사곡자연휴양림 들머리였구요.

 

단곡에서 오르는 1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간이고 제가 오른 2코스는 가장 긴 구간입니다.

정상까지 5.3km입니다.

전날 머문 고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2코스로 올라서 1코스나 4코스로 내려와 택시를 타고 원점으로 되돌아 올 계획이었는데 정상까지 오른 후 새롭게 눈길을 더 헤쳐나갈 정신이 없어 내 발자국 따라 다시 2코스로 되돌아 내려 왔답니다. 

 

 

자연휴양림 입구.

희망찬 석탄가족이란 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고한 사북은 한때 석탄으로 날리던 곳..

그 시절의 탄광에서 고생했던 분들,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오릅니다.

앞쪽 보이는 건물이 화장실인데 요즘 같은 시기에 하루 종일 한두명 이용할까요?

근데도 내부에는 히터가 틀려 있고 종일 불이 켜져 있네요.

우리나라 좋은나라라고 하기에는 낭비요소도 조금 많은듯 합니다.

 

 

휴양림 도로도 반들반들 얼어서 여기까지 공중부양하면서 올라 왔습니다.

도로를 따라 끝까지 올라오면 이런 조그만 광장이 나오고 이곳부터 산길...

 

 

역시나 등산로도 반들반들...

다만 습기가 있어 아이젠이 박혀 미끄러지지는 않습니다.

지난 단풍들이 이파리를 떨구지 않고 붙어 있는게 용하네요.

겨울단풍을 보는듯 합니다.

 

 

제1샘터.

이곳 샘터는 얼지 않았습니다.

수량이 풍부하네요.

시원하게 한모금 하구요.

 

 

눈길이 조금 깊어지는데...

습도를 잔뜩 머금은 눈이 내린 바람에 아이젠 밑바닥에 축구공처럼 달라 붙습니다.

완전 고역...

 

 

제2 샘터.

이곳은 꽁꽁 얼어있고 어디가 샘인지 구분이 가지 않네요.

아이젠을 벗습니다.

도저히 신고 올라갈 수 없네요.

 

 

2샘터 지나니 운무로 시야가 막힙니다.

올라갈수록 더하구요.

이곳부터는 풍경이 모두 흑백 수묵화가 되었습니다. 

 

 

두위봉의 명물 주목입니다.

세그루가 나란히 있는데 모두 나무 형태(樹形)가 온전한 국내 유일의 거수목입니다.

수령은 무려 1400년.

인간이 대략 스무번 정도 죽고 나는 세월을 버티고 있는 영물입니다.

 

 

가운데 있는 주목이 나이가 가장 많다고 하는데 이건 맨 아래 있는 가장 젊은 나무로 1100년 된 것이라 합니다.

 

 

 

 

 

이게 가운데 있는 주목.

밑둥 가운데가 비었습니다.

이런 형태로 가지를 치고 우람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넌 몇살?

난 1400살..

너는 몇살이니?

 

 

주목 군락지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능선입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2km인데..

눈이 폭발적이네요.

 

 

눈 내린 산에서 눈 풍경을 가장 멋지게 즐기는게 설화와 상고대인데 상고대는 시간이 지나도 볼 수 있지만 설화는 눈 내린 바로 다음날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이날 눈꽃 구경은 실컷 했지만..

정말 힘드는 산행을 했답니다.

 

 

하루종일 혼자 독차지한 두위봉.

 

 

 

 

 

발자국은 깊이 빠지고...

조망은 막히고.

 

 

그래도 눈은 호강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봉우리에 올랐는데 찬바람도 쌩하게 불고 ..

도데체 여기가 어디여...

 

 

다시 정상방향으로 길을 걷는데..

정상이면 올라야 되는데 깊이 떨어지는 내리막길...

 

 

 

 

 

 

 

 

뭐가 보여야 짐작을 하겠는데 암튼 길은 외길이니 그냥 앞으로 나아 갑니다.

 

 

 

 

 

 

 

 

정상 방향 1.4km 남았다는 표시판.

 

 

 

 

 

어린 고라니가 생각나는 등걸.

눈도 있고 입도 있고...

 

 

 

 

 

또 다른 주목 군락지를 지납니다.

아랫쪽 있는 나무들보다는 수령이 약하지만 그래도 멋진 자태입니다.

 

 

 

 

 

이건 아주 큰 참나무 고목인데 생긴 모습이 걸작품.

두위봉에는 주목도 대단하지만 이런저런 고목들이 많습니다.

특히 다른 산에서는 보기드문 참나무 고목이 많네요.

 

 

가끔 뒤돌아 보는데 내려 갈 일이 걱정..

 

 

여기가 어디인가..ㅠ

 

 

어떨결에 표시판이 하나 보이길래 다 와 가나했는데 이곳이 정상이네요. 

 

 

그 흔한 정상석도 없어..

자연석 윗면의 눈을 치웠더니 누군가 두위봉이라고 메직으로 써 두었네요.

세상에서 가장 내츄럴한 두위봉 정상석

 

 

너무 어렵게 올라오다보니 이거라도 하나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정상 인증샷을 어렵사리 하나 만들었답니다.

 

배낭을 안내판에 걸어두고 선채로 늦은 오찬을 즐깁니다. 그래봐야 빵 한조각..

하산을 어디로 할까 망설여집니다.

눈길을 헤쳐가며 다른 구간으로 내려갈까? 아니면 왔던 길을 되돌아 내 발자국 따라 조금 쉽게 내려갈까...

조망도 트이지 않는 다른 구간으로 내려가봐야 고생길 훤하고..

그냥 왔던길로 내려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올라왔던 길.

내 발자국을 따라 내려 갑니다.

 

 

요상한 거목의 참나무 뒷태도 다시 한번 더 보고..

 

 

정신없이 올라오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주목군락지들도 빙 한번 둘러보고...

 

 

그리고,

원 없이 구경하는 흑백의 수묵화 풍경...

 

 

 

 

 

 

 

 

올라왔던 내 발자국을 꺼꾸로 다시 밟으며 ...

 

 

 

 

 

 

 

 

 

 

 

산을 오를때는 뒤돌아보라고 했는데 그말이 맞네요.

올라올때는 가지지 못했던 느낌을, 새로움을 다시 보게 됩니다.

 

 

이렇게 기다란 가지는 그동안 용케도 잘 견뎠습니다.

바람에, 비에, 눈에, 부러지지 않고 ..

 

 

저는 290mm 왕발입니다.

내일쯤 이 구간을 누군가 오르면 제 발자국에 고마움을 전할것 같습니다.

눈길 오며가며 도장 하나는 확실하게 해 두었네요.

 

 

다시 도사골로 내려오니 하늘에 파란빛이 보입니다.

난 하루종일 어디를 다녀 왔는지..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던 정선 두위봉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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