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입암산을 갈려고 했던 건 아니었구요.
대구에서 밤길을 달려 신안 지도읍을 지나 증도를 목적지로 하고 그곳에서 하루 자면서 갈증나던 술이나 한잔하고 다음날 이곳 저곳 구경하고 돌아 올 계획이었답니다.
근데 밤길을 달리다보니 너무 먼 거리에다 이번에 눈이 많이 내린 곳이라 다니기가 아주 불편할것 같아 목적지 급 변경.
내장산 국립공원에서도 북서쪽 변방에 자리하고 있는 입암산으로..
전국구 명산인 내장산, 백암산과 같은 국립공원에 속해져 있지만 두 산의 명성에 밀려 명함도 못 내미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산자락 아래 남창계곡도 있고, 사적지로 지정된 입암산성도 있고, 가을 단풍도 유명한 곳입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서쪽 방향의 풍경도 탁월.
입암산(笠岩山)은 한문풀이 그대로 정상의 바위 모습이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이라하여 갓바위산이라고 부릅니다.
해발 626m로서 산행은 전반적으로 수월한 편입니다. 큰 가파름도 없도 너들도 없는 평이한 육산으로서 오르기도 쉽고 내려오기도 쉬운 산이구요.
국립공원이라 등산로 정비와 이정표도 아주 잘 되어 있어 길이 헷갈리는 곳은 1도 없습니다.
대개의 산행은 남창계곡의 국립공원관리소 옆의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은선골갈림길까지 올랐다가 이곳에서 산성골로 올라 정상에 이른 다음 은선골로 하산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반대로 은선골로 올라서 산성골로 하산해도 되구요.
모두 원점회귀가 되니 자가운전 산행으로 아주 적격지입니다.
근간에 날씨가 매섭게 추워서 속에 입을 동계용 내의를 준비해 왔는데 이거 입고 올랐다면 떠 죽었을 것입니다.
날씨가 완연한 봄이네요.
나무 위 눈이 녹아 비처럼 떨어지고 있었구요.
올해는 3한4온이 되는듯 합니다.
산행지 : 입암산(626m)
일 시 : 2021년 1월 14일
산행코스 :
입암산주차장(겨울에는 공짜, 그 외 계절에는 하루 5,000원) - 기도원입구에서 좌측으로 - 장성재갈림길 - 은선골삼거리(시계반대방향으로) - 남문 - 북문 - 정상 - 등천리 갈림길 - 은선골갈림길 - 입암산주차장(원점회귀)
소요시간 : 4시간(넉넉함)
산 정상의 모습이 삿갓을 쓴 형상이라 하여 갓바위산, 입암산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영락없이 흑곰을 닮았습니다.
커다란 곰이 포효하는 형상으로 보여 집니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 미세먼지는 진작의 예보로 알 수 있었지만 안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날씨입니다.
그래도 산행지로 가면서 보는 안개낀 시골 마을은 참 보기가 좋습니다.
남창계곡으로 가면서 넘어가는 곰재입니다.
앞쪽으로 보이는 산은 백양사와 경계를 이루는 가인봉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남창계곡 끝에 있는 입암산주차장 도착.
널찍한 주차장에 차가 한대도 없습니다.
겨울철에는 주차비 무료.
주차비 받는 안내원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것이나 당연한 ...
국립공원과 연계된 주차장은 이제 주차비도 나랏돈으로 좀 해결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국립공원 입장료 있을때 생각하믄 언감생심이지만유..^^
국립공원이라 등산로 정비는 잘 되어 있습니다.
과분할 정도로 세세하세 이정표도 세워져 있고 안전 설비도 잘 되어 있는데 이렇게 너무 잘 되어 있는게 오히려 마땅찮게 여겨지기도 한답니다.
산행로는 무난한 편입니다.
전 구간에 걸쳐 가파른 오름길 거의 없고 적당하게 오르고 적당하게 내려오고..
힐링 산행지로 아주 좋은 곳입니다.
산에서 커다란 바위를 작은 나뭇가지로 받쳐놓은 걸 많이 봅니다.
그냥 장난으로 재미로 그렇게 한 사람도 있겠지만은 대개 이 바위가 내 작은 작대기 하나로 굴러내려가지 않는다는 믿음, 희망을 받쳐 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이 사소한것 하나가 이 세상, 이웃, 내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의 지탱이기도 할 것이고 오늘 산행에서 나의 안전을 기원하는 하나의 바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날씨가 너무 포근합니다.
이삼일전만 하여도 극한의 날씨였는데 갑자기 봄이 된 느낌...
겉옷을 벗었는데도 이마에 땀이 흐릅니다.
조그만 목교를 건너면 은선교 삼거리.
이곳에서 좌측으로 올라서 우측으로 하산을 하여도 되고. 우측으로 올라서 좌측으로 하산을 하여도 됩니다...만.
요즘 코로나시기에 일방통행으로 안내를 해 두고 있네요.
우측으로 올라서 좌측으로 하산을 하라고..
충실하게 따릅니다.
넓직한 바위 위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눈이 없어져야 상황을 알 수 있지만 우선 보기에는 아주 신기합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새 둥지.
입구 구멍 크기로 봐서는 작은 새들의 집 같습니다.
저 곳 안에서 지지배배... 알콩달콩..
그들의 사랑이 있을것이구요.
입암산성의 남문터입니다.
성은 복원된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전체 산성 중에서 입구에 해당하는 낮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대단한 요충지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남문 성문이 자리한 곳이라고 하는데 안쪽이 은근한 분지 형태로 되어 있고 일단 식수가 풍부한 계곡이라 피난형 성곽으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을것 같습니다.
전쟁이 나면 지역 주민들이 식량과 살림살이를 챙겨 이곳으로 들어와 전쟁이 끝날때까지 버티면서 군인들과 함께 방어한 곳이라 생각되네요.
황룡강이란 지명이 중국풍이라 조금 의아한 이름이었는데 이곳 장성을 흐르는 영산강 수계이네요.
입암산성과 함께 이곳 역사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본다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이 산 속에 숨어 있을것 같습니다.
산성 마을터가 군데군데 남아 있습니다.
정유재란 때 이곳에서 왜넘들과 싸우다 순직한 윤진(尹軫)장군의 순의비가 있는 곳입니다.
등산로와 100m정도 벗어나 있는데 다녀간 발자국이 없어 눈을 헤치고 올라가 봅니다.
눈속에 파 묻혀 있습니다.
장식없이 몸돌위에 머리석이 얹혀 있고 아랫쪽 지대석은 눈에 파묻혀 보이지 않네요.
산성 안의 풍경속에서 그 시절 이곳에서 전쟁을 피하여 버티고 있던 민초들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서로 껴안고 보듬으며 살아갔을 그들...
능선마루, 북문입니다.
좌측으로 올라가면 갓바위(정상)쪽..
숲 사이로 멀리 갓바위 정상이 보여집니다.
이곳 입암산 산행구간 중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인 정상아래 계단길.
계단 위에는 거북바위가 올려다 보입니다.
거북의 머리 모습입니다.
정말 특이하게 생긴 바위이네요.
크기도 상당합니다.
건너다 보이는 갓바위 정상.
제 눈에는 갓을 쓴 사람 형상이기보다는 흑곰의 머리로 보입니다.
뒷편 입암면의 들판 풍경과 함께 조금 와이드하게 보는 입암산 정상인 갓바위.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갓바위 정상석.
가장 맘에 드는 정상석이네요.
크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 적당하면서도 아담하고.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글귀도 입암산에 어울리는 글씨체입니다.
실제 정상은 비탐구역안에 따로 있다고 하는데 어딘지 대강 둘러 봅니다.
백암산쪽입니다.
저쪽 어딘가가 실제 정상일까요?
좌측으로 망해봉이 오똑 솟아있고 연지봉이 이어집니다.
중간에 솟은 봉우리가 이곳 입암산의 실제 정상처럼 보이구요.
맨 우측으로는 방장산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갓바위 머리 중에서 가장 돋아 오른 곳.
이곳에 오르면 이 위에 올라서 뭔가 사진을 하나 찍어야 할 듯한 곳이네유..
그래서 이렇게...
갓바위 정상에서 서편아래에는 이렇게 멋진 전망대가 있습니다.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는 이 바위는 위에서는 몰랐는데 나중에 하산하면서 아래에서 보니 아주 위태하게 놓여진 바위..
갓바위 조망입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완전 백점인데 미세먼지가 끼어 아쉽습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좌측은 방장산이고 우측 약간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두승산입니다.
바로 앞쪽, 가장 돋보이는 산은 방장산.
입암 들판입니다.
국도1호선과 호남선 철도, KTX 철도, 그리고 호남고속도로가 평행하여 달리는 곳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마침 타켓으로 잡힌 KTX 열차.
빠릅니다.
들판을 시원하게 지나가고 있네요.
하산입니다.
이전에는 석굴로 통과해야 하는데 이제는 바로 내려가게 되어 있는듯 합니다.
올려다보는 갓바위 정상.
하산길도 무난합니다.
큰 경사 없고 적당한 내리막길을 편안하게 내려갑니다.
다만 날씨가 풀려서 위에서 비가 오듯 물이 마구 떨어지는게 문제라면 문제...ㅎ
연리목은 아닌듯, 연리근이었는데 위로 솟구쳐서 연리목이 되었네요.
그래도 신기합니다.
이건 펠리칸.
아니면 오리?
천천히 내려오면서 계곡이 쌓인 눈 풍경도 감상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하산 후 시간이 남아 장성호 관광지에 들렸습니다.
호수는 근간의 추위로 꽁꽁 얼어 붙었네요.
장성 출신 임권택 감독의 동상이 조성되어 있네요.
우리나라 영화감독 중에서 거장이란 칭호를 거리낌없이 받을 수 있는 분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 이 분의 작품을 잘 모르지만 이리저리 알려진 서편제는 기억 나네요.
이곳 공원에서 올려다보이는 가인봉,
포근한 날씨에 귀여운 반려가족들과 소풍을 나왔네요.
어휴.. 세마리...^
눈이 많이 내린 입암산이었지만 산행은 포근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산행시간도 즐거웠구요.
또 하나의 겨울도 얼마후면 추억이 되겠지요.
눈이 내리거나 바람이 차갑거나 그건 모두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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