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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2020년 끝날, 지리산에 오르다. 미완의 천왕봉

 

2020년 12월 31일.

섣달그믐날.

올겨울 가장 추운 날이라 하는데 아침 일찍 중산리 도착하니 쌔~하네요.

-16˚에 귀신 울음소리 같은 바람까지 몰아치니 정신없습니다.

 

새벽에 출발하여 중산리 도착하니 7시경.

가장 추운 시간.

즐기려고 온 추위.

맘껏 즐기려고 했는데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하니 금줄을 쳐 놨습니다.

폭설 예보로 정상 쪽 기상이 좋지 않아 더 올라갈 수 없다고 하네요.

 

로타리대피소에서 한시간여 동안 해제되기를 기다리다가 도저히 기미가 없어 그냥 하산하였답니다.

아무 죄 없는 국립공원 직원들만 고달프네요. 

많이 아쉬운 하루였지만 이것도 다행이라고 여겨 봅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다행의 연속이 연속되니 지금의 '내'가 존재 되고 있는 것이구요.

존재의 확률이 억만분의 일인데 그 속에 용케 버티면서 산에도 오르고 있다는 게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많은 사람들과 세상을 이끌고,

퇴근하여 가족들과 김이 오르는 식사를 하고,

거리낌 없이 가고, 오고...

친구들 만나서 술 한잔하고,

영화도 보고,

노래방에 가고,

어울려 웃고 떠들고 했던...

정말 아무것도 아닌 평범했던 일상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되돌아 보이는 2020년.

 

그런 시절이 다시 올까요?

그런 시절이 다시 오면 우리는 어떤 다짐을 해야 할까요?

 

 

 

제 블로그를 찾아와 주시는 모든 분들,

2021년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중산리 도착은 아침 7시.

적막합니다.

평년 같으면 오늘 같은날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많이 붐비는 곳입니다.

자꾸 하품이 나옵니다.

차로 되돌아가서 일단 잠시 눈을 좀 붙여 봅니다.

 

아래쪽 공용주차장인 대형 주차장부터 차량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다행이  이곳 중산리 분소 앞에 아는 식당이 있어 그곳을 통해 이곳까지 차량으로 올라 왔네요.

 

코로나 시국이라 주차장은 모조리 막아두고 산행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열어놓고 있습니다.

주차장은 막아 버리고 산행을 하게 놔 두고...

뭔가 한참 덜 떨어진 행정이네요.

 

 

차에서 30여분 눈 좀 붙이고 난 후, 식당에서 따스한 국밥 한그릇 하고 화장실에서 쉬야 후 산행 준비를 합니다.

올라 갈 때는 옷차림을 가볍게 합니다.

땀이나면 안되구요.

대신 목이나 손, 머리는 보온을 단디 해야 합니다.

오늘 바람이 장난이 아니에요.

 

 

법계교 앞 곰돌이 앞에서는 늘 정상을 한번 보고 갑니다.

오늘은 정상이 보이지 않네요.

 

 

년말인데도 직원들도 산행객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산행 시작입니다.

 

 

칼바위까지 워밍업 하구요.

 

 

출렁다리 갈림길에서 직진.

고바위가 시작 됩니다.

우리나라 3대 악코스 중 하나가 이 구간입니다.

중산리~천왕봉.

 

 

무상무념으로 오르는 산길.

바람소리가 어마무시합니다.

사진으로는 참 평온하게 보인다는게 어쩔수가 없네유..ㅎ

 

 

대기는 맑은데 정상쪽은 눈구름으로 뒤뎦여 있네요.

 

 

 

 

 

 

 

 

법계사 맞은편 세존봉에서 올려다 본 천왕봉 방향인데 정상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로타리대피소도착.

정상 방향으로 금줄이 쳐져 있습니다.

천왕봉 기상 악화로 정상 등행 불가.

 

 

국공 직원의 양해를 얻어 배낭은 취사장에 보관하고 바로 위 법계사로 향합니다.

혹시 그 사이 해제되면 알려달라며 전번 남겨주고..

 

 

법계사에 도착하니 비구니 스님께서 보궁 앞의 눈 청소를 하시다가 나를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

중산리에서 왔다고 하니 막혀 있는걸로 아는데 어떻게 올라왔냐고 하시네요.

주차장만 막아 두었다고 하니..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표정입니다. 

 

 

사리를 모신 계단을 향해 삼배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해발 1,450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사찰입니다.

 

 

법계사 유물 중 보물로 지정이 된 삼층석탑입니다.

 

 

 

 

 

올라왔던 세존봉 우측으로 멀리 삼천포가 조망 됩니다.

 

 

연기 풀풀 나는 저곳은 짐작컨데 화력발전소.

 

 

 

 

 

나쁜넘들...

뭔 기를 빼앗겠다고 이런 쇠말뚝을 꽂아 두었을까요..

 

 

한시간여를 기다려도 정상쪽의 등로가 풀릴 기미가 없습니다.

아쉬운 마음 안고...

하산 합니다.

 

 

되돌아 본 정상 능선의 설경.

정상까지 올랐다면 정말 멋진 설경과 매서운 추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하루였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자꾸 되돌아 보이네요.

 

 

산은 올라가는것 보다 내려가는게 훨씬 더 힘듭니다.

산에서 무릅이나 발목을 다치는 경우는 거의 하산 할 때 생긴답니다.

 

 

 

올라 갈 때 무심히 본 망바위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집으로..

지리산 중산리 코스로 오면 늘 이자리에서 정상 방향 사진을 하나 찍는데 오늘은 흐릿합니다.

 

 

기상 악화로 정상까지 오르지 못한 지리산.

올 한해의 느낌과 비슷하네요.

맘대로 되는게 없는 2020년 한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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