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루를 거 하는 일터에
자주 들어오는 노인이 한분 계십니다.
연세는 아마 70중반쯤인데..
당뇨가 있어 시력이 좋지 못하고
기력도 많이 쇠한 편입니다.
들어 올때마다 까만 봉지에 소주 한병하고
포 안주 하나를 가지고 옵니다.
제가 바쁘건 말건 무슨일을 하고 있건 전혀 개이치 않고
책상 귀퉁이에 주섬주섬 소주병을 꺼내어 놓습니다.
그리고 종이컵에 서로 한잔씩 나누어 마시게 됩니다.
그러기를 벌써 두어달이 되었습니다.
아마 왕년에 부동산업으로 돈도 꽤나 만졌고
지금도 재산이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대화 중간중간 본토 발음의 영어가 섞이는 걸 보니
가방끈도 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차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서로 친해 지다보니
이야기가 길어 진다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긴소리 .짜른소리...'해서
한없이 긴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됩니다.
..."지금 내가 다니는 병원이 XX병원인데
여기 원장이 내가 옛날에 로타리 회장할때 데리고 있던 얘지.
성은 김가인데, 김해 김씨이고..
고향은 안동에서 예천으로 가다가...
어쩌구 저쩌구 ... ..
그리고 얘가 26살때 결혼을 했는데
부인이 전라도 나주에서 왔지...
나주 어쩌구 저쩌구 " ...
...........
...........
이야기의 요점은
내가 아는 사람이 병원 원장이라 친절하게
진찰을 잘 해주고 몇번의 진료비를 사양하는
바람에 주지 않았다는 간단한 내용입니다.
당뇨라는 것이 술은 쥐약과 마찬가지인데,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참으로 인생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을 마시면서 가찮은 레퍼토리로 열변을
하다보면 입에 씹던 안주와 침이
자주 튀어 나와 내 잔에 빠지기도 하고
이리저리 제법 어질러 집니다.
이야기를 들어면서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나도 노인이 되면 알게 모르게
저 노인의 흉내를 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저 노인도 젊을때는 저렇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 등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곱게 늙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주 오래전에 시골에 계시던 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셔서 아파트 올라 가기전에
시골에서 부터 참고 오셨던 소피를 아파트
구석벽에 가셔서 시원하게 보시는 걸 보고
기겁을 한일이 있습니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지면서
거울도 자주 보고
행동거지도 더욱 조심하는 버릇을
지금부터 들여 놓지 않으면
아차 하는 세월에 나도 망령든
허깨비 노인으로 퇴출 될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어디서 아래글을 보다가 생각나서
넉두리삼아 몇자 적었는데
적다 보니 내용이 길어 졌습니다.
생각 해보니
혹 이것이 벌써 '노인성 긴소리 짜른소리' 증상이
나타나는 것 아닐까요...
큰일났네요.
나이가 들면서 지켜야 할것들
1. 소언少言(말 수를 줄여라)
지식 경험 경륜이 풍부하니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지금 젊은이들 성에 차지 않으니 참견하고 싶고
과거의 주역일지 모르나 현재의 주역은 아니다.
2. 약언弱言(음성을 낮추어라)
청각이 둔하니 잘 안들리고 답답하니 목소리가
커지고 내 귀가 어둔 것은 모르고
크게 말할 것을 요구하니 젊은이가
피곤하니까 대화를 기피하게 된다.
3. 시혜施惠(베풀며 살라)
수입이 없으니까 당연히 도움만을 기대하기 쉽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베풀 일이 너무 많건만 능력이 없다.
이럴땐 주변 청소, 칭찬, 격려, 상담, 지도,
조언등이라도 베풀어라
4. 친교親交(주위에 미운 사람을 없애라)
살다 보면 마음에 맺힌 사람 있게 마련인데
내 마음 속의 미운 사람 지우지 못하면
갈수록 무거운 짐이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이것이 쌓이면 자기에게 병만 만들게 된다.
5. 근면勤勉(운동의 생활화하고 움직여라)
젊어서는 몸이 유연해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나
나이들수록 몸이 굳고 무거워 움직이기 싫어지니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과체중 비만, 성인병이 된다.
6. 공복감空服感(식사량을 줄여라)
식탐은 늙은 귀신으로 보이기 쉬우니
어른스럽게 사양하고 젊은이에게
영양가 있는 것 많이 권하라.
7. 치매를 예방하라.
일단 치매에 걸리면 치료방법이
아직은 없다고 본다.
8. 소욕少慾(욕심을 버려라)
젊어서는 자신감이 있어 여유가 있고
너그러우며 늙으면 이 돈 떨어지면
끝이다란 절박,불안,초조...
움켜쥔 주먹 펴기가 힘이 들지만
주먹을 펴야한다. (空手來 空手去)
9. 신앙생활信仰生活(죽음에 대한 공포감 제거하라)
천상병님의 시 歸天에서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에 잠시 소풍 왔다라는 것처럼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넉넉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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