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은 제가 아는 유명 인물로는 세 명이 있네요.
송시열, 정지용, 육영수..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옥천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옥천이란 건 이번에 첨 알았습니다.
두 집 거리가 500m도 떨어져 있지 않는 것 같네요.
육영수 여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박정희에 대한 공과는 여러가지 평가가 엇갈리는 반면에 육영수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액션이 강한 남편과는 달리 육여사는 친서민적이면서도 아이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챙기기도 하였지요.
특히 한센병 환자를 많이 챙겼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육여사는 1974년 제가 고1 때 여름방학 중 8.15일 광복절 기념행사 중 재일교포 문세광의 저격으로 목숨을 잃었지요.
애초에 총구는 박정희대통령을 노린 것이라 박정희저격미수사건이라고도 합니다.
정지용 시인은 누구나 다 아는 가곡 향수의 주인공.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한국 현대시를 개척한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며 청록파 시인들을 발굴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시작 활동을 많이 했는데 그가 발굴하여 등단시킨 시인들 중에는 청록파 외에도 윤동주 이상 등이 있답니다.
해방 후 문학활동은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전쟁 발발 시 피난을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뒤로의 행방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옥천읍으로 들어가기 전 맛집이라고 하는 식당에 들렀는데 전문이 올갱이국.
경상도에서는 고디탕이라고 하는데 이곳에는 방식이 조금 다르네요.
우리는 정구지를 잔뜩 넣어서 맑게 끓이는데 이곳에서는 된장을 풀어서 뻑지근하게..
그래서 그런지 김여사와 내 입에는 별로네유...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씩씩하게 먹는 걸 보니 맛집은 분명한데....
육영수 생가 입구입니다.
방문자는 대개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고 그렇지 않으면 완전 청춘 커플분들.
집이 상당이(엄청나게) 넓고 큰 구조입니다.
육여사의 부친은 옥천에서도 알아주는 대지주로 지역 유지였다고 합니다.
육영수가 태어나던 1920년대 이미 이 집에서는 전화기와 자동차까지 있었다고 하니...
생가 건물의 구조는 대문으로 들어서면 상당히 규모가 큰 사랑채가 있고 그 뒤쪽으로 안채가 자리하고 있는데 주위로 사당과 별당이 따로 있습니다. 그 외 고용인들이 기거하던 부속건물등이 있습니다.
현재 생가는 사랑채, 안채, 위채, 별당, 곳간채, 창고, 중문채, 연당사랑, 정자, 사당, 뒤주, 연자방아, 아래채, 차고 등 13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대문에서 곧장 들어가면 만나는 사랑채에는 육여사의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옆쪽으로는 예쁜 연지가 있네요.
연못 뒤편의 건물은 연당사랑이라고 하는데 아주 예쁜 건물입니다.
겨울에는 식구들이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다고 합니다.
진짜 부잣집이었네요.
1960년대 후반,
나는 교실 유리창 밑에 달린 레루(레일)을 뽑아다가 나무밑에 달아서 동네 개울창에서 쓰케토를 신나게 탔는데 그 수십 년 전에 우아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으니...
뭔가 하여 올라가 봤더니 안쪽으로 정자가 하나 있네요.
정자 밑에서 내려다보는 생가.
여름에 얼음을 보관했던 석빙고라나...
육영수의 여고시절.
단발이 아니었던 게 특이하구요.
세일러복 스타일이네요.
박정희가 육영수를 만날 때는 육군 소령.
신랑 육영수군과 신부 박정희양은....
그때 주례를 했던 분의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지유.
오래전에 신불산 공룡을 올라가는데 궁뎅이가 엄청나게 큰 어떤 아줌씨가 쫄아서 겁을 먹고 절절매는데..
뭐 하러 겁나는 코스에 따라왔느냐고 하니..
산악회에서 그냥 가자는 대로 따라 댕긴다고..
지금 온 산이 뭐냐고 하니..
모른답니다.
오늘도 비슷한 분을 만났네요.
김여사가 어떤 여자분과 위 사진의 방을 한참 들어댜보며 이야기를 나누길래 그 여자분이 김여사한테 뭔가 설명하는 줄 알았는데 그 여자 가고 나서 김여사가 픽 웃네요.
"글쎄요, 여기가 박정희 생가인줄 알고 왔다네요." 하면서...
방을 들여다보니 이상하게 여자 방 같아 보여 김여사한테 물었답니다.
박정희는 취향이 조금 우습지 않냐고?
김여사가 의아해하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여자 단체 여행 따라오면서 목적지를 잘못 파악하고 왔네요.
단독 정미소격인 연자방아까지 있는 대 부호.
초행으로 잘못 돌아 댕기다간 집 안에서 길을 잃어먹을 정도로 집들이 많습니다.
다 둘러보고 나서 느낀 기분은 별로 부럽지 않다는...
우리 시골 옛적 빨랫줄이 마당을 가로지르고 반질반질한 대청마루에서 삶은 감자와 강냉이를 다투어 먹던 그 삼간 흙집이 훨씬 더 다정한 추억으로 느껴집니다.
육영수 생가 앞에는 작은 소공원이 있네요.
차를 몰로 잠시 이동하여 도착한 정지용 생가.
난 정지용의 시 중에서 널리 알려진 향수보다는 고향이란 시를 더 좋아한답니다.
얼룩백이는 아니지만 송아지를 곁에 둔 커다란 어미소가 있길래 김여사 올라타소 했더니 절대 올라타지마소 라는 안내판이 곁에 있다고 하네요.
정겨운 사립짝문.
생가터는 맞지만 허물어지고 없어 1996년에 복원한 것이라 합니다.
정지용 생가의 전체 풍경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생가 바로 옆에는 정지용 문학관이 있습니다.
하얀 얼굴에 잘 생긴 정지용과 산적파에 술통빠진 얼굴에 폼나지 않는 스탈의 두가가 한자리에....
위에서 글이 담긴 불빛이 내려와 손바닥으로 시구가 흘러간답니다.
정지용이 시인 조지훈한테 보낸 편지.
우리 집 지율이 글씨가 이제 보니 지용체네요.
정지용 문학관의 차마 아쉬운 점...
이곳에서 정지용의 육필이 하나도 없다는 점.
전부 복사본이네요.
이곳 옥천에 100년이 지난 구교사(舊校舍)가 있다고 하여 찾아간 곳.
제 어릴 때 학교 건물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여 그 추억을 찾아갔는데..
장소는 죽향 초등학교입니다.
새로 지은 학교 건물 한켠에 자리한 옛 건물인데 이 초등학교가 1909년 개교를 했다고 합니다.
제가 졸업한 거창초등학교가 1907년 개교를 했으니 그보다는 늦네요.
옛날에는 외벽 나무에다 콜타르를 칠해서 보호를 했던 것 같은데 페인트로 예쁘게 칠을 해 두니 오래된 것 같지 않습니다.
이 학교 동문으로는 육영수, 정지용 등이 있습니다.
반대편으로는 깨끗한 신식 건축물의 교실들이 있구요.
정지용은 1910년에 입학하여 1914년에 졸업을 했네요.
그때는 4년제였던 것 같습니다.
옥천을 나와서 호수가로 방향을 잡고 목적지 없는 드라이브를 합니다.
앞쪽으로 보이는 곳이 호수 위의 공룡능선 부소담악.(산행기 보기)
만수가 되어 공룡 중간이 물에 잠겼습니다.
건너갈 수 없겠는데요.
중간에 보현사라는 이름도 예쁜 절이 있길래 잠시 들렸는데 개보살 두 마리가 얼마나 짖어 대는지 얼릉 나왔네요.
바다 같은 호수를 바라보며 차를 몰고 가는데 길이 점점 좁아지네요.
거의 임도 수준입니다.
어느 고개를 넘어가는데 새로 만들어 모신 목장승이 반깁니다.
솜씨로 봐서는 동네 손재주가 있는 분이 정성으로 만든 것 같은데 이곳에서 동제를 지내는 것 같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잠시 군것질 타임으로 쉬었다가..
정말 곳곳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어찌 이런 곳에도 살고 있을까 하는 깊은 골짜기 그곳에도 외딴집이 있고...
이곳에서 또 한참을 시간 보냈네요.
아마도 시골 귀촌을 하여 밭을 일구며 지내는 것 같은데 밭 둑을 모두 국화꽃으로 장식을 해 두었습니다.
오른편의 조그만 집이 그 주인공인 것 같아...
얼굴이나 보자며 차를 몰고 내려갔는데..
조금 더 내려가면 머가 있냐며 보자고 다시 더 내려갔더니 바로 호숫가.
급경사에서 차를 돌린다고 정말 애 먹었네요.
국화집주인은 출타 중인지 집에는 아무도 없는 듯.
머리가 무거워진 해바라기만 주인을 기다리고 있구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국화로 밭 둑을 장식한다는 놀라운 센스.
호수 끝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방아실 마을.
이 돼지집은 맛집이 분명한 것 같네요.
이 외진 곳을 찾아오는 이들도 대단하구요.
숨은 글씨 찾기.
"개 삽니다."
끝동네로 가는 길.
원래 이곳을 차박지 목적으로 찾아갔던 곳인데 아무래도 취사에 조금 애로점이 있을 것 같아 되돌아 나왔답니다.
호숫가에 멋진 차박지가 있긴 한데...
용궁으로 가는 길.
다시 한참이나 되돌아나와 차박 장소로 이동합니다.
오늘 차박지는 회남면 소재지에서 다리 건너에 있는 소공원.
야경입니다.
야경을 찍은 장소가 아침에는 이렇게 보이네요.
물안개 살짝 피어오르는 호숫가의 조용한 마을.
회남면의 남대문공원.
왜 이곳에 남대문이....??
주차를 하고 호수 구경을 합니다.
대청호는 바다로 치면 리아스식입니다.
호수 주변의 선이 하늘에서 보면 상당히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남대문공원에는 로컬장터가 있는데 김여사 주특기가 이런 거 구경하는 거라...
난 한참이나 따로 놉니다.
검은 봉다리 몇 개 들고 차에 오르네요.
이제 마지막 목적지는 청남대.
몇 년 전 가을에 한번 다녀온 곳인데 분위기가 참 좋은 곳이지요.
시간도 넉넉하여 오늘은 천천히 구경할 셈입니다.
가다 서다 멈추며 호수를 만끽합니다.
이형기의 호수라는 시가 떠 오르구요.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다음 여행기는 청남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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