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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오소리도 만나고 고라니도 만나고 .. 경주 장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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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한판 붙어보자 하는 맘으로 오른 장육산.

뜨거운 태양 작렬이네요.

반 정도는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인데 나머지 반 정도가 문제.. 거의 묻힌 등산로입니다.

촉에 의지하여 알아서 올라야 하구요.

 

그러다 보니 사람 구경 처음하는 고라니 한 마리가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뻘쭘하게 쳐다보는 일이 생겼고 조금 후 육장굴 인근에서는 산돼지만 한 오소리가 발 밑에서 재롱잔치를 하는 희한한 장면을 보게 되었네요.

산에서 야생 동물을 만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ㅎ

 

장육산은 경주 산내면과 청도 운문면의 경계선에 있는데 두 곳 모두 오르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꼭 이런 곳만 찾아댕기는 이들이 있기도 하지요.

신라 때 여섯 장수가 이곳에서 무술을 다듬었다고 하여 산 이름이 장육산(將六山).

산정상 아래 9부 능선에는 이들이 무술을 연마했다는 육장굴이 있구요.

여섯 명 중에는 김유신도 포함이 된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입추 지나면,

닷새마다 1도씩 떨어진다고 하는데 오늘은 36도를 가리키고 있네요.

덥지만 습도가 없어 견딘만합니다.

오늘 찾아간 곳은 하필이면 가장 사람 발길이 뜸한 경주 쪽 내칠리 하산저마을을 들머리로 한 것입니다.

 

 

산행지 : 장육산

일 시 : 2024년 8월 12일

산행 코스 :

내칠리 하산저마을 도로변 주차 - 묵은 임도따라 - 산길 헤매며 오름 - 말끔한 임도 만남 - 천제단,마애불 갈림길 - 정상 - 육장굴 - 마애여래좌상 - 임도따라  - 좌측 계곡길로 - 하산저(원점회귀)

소요 시간 : 4시간 30분

 

 

같은 코스 따라 걷기 : 이곳 

 

 

 

모처럼 길도 없는 난해한 산길을 올라봤습니다.

 

 

다녀온 등산지도

청색 구간이 다녀온 코스이고 시계방향입니다.

주황색은 임도 구간이고 청색은 도로구간.

 

 

내칠리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는 도로.

승용차 딱 한대 오를 수 있는 길인데 교행불가.

우리나라 첩첩산골을 많이 다녀 봤지만 이곳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외진 산골이네요.

 

 

보이는 산이 장육산 자락인데 도대체 어디로 올라야 한당 말인강..^^

 

 

묵은 도로길 표시판.

아무리 산골이지만 동네에는 보통 주차를 할 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도통 없습니다.

주차뿐만 아니고 차를 돌릴 장소도 없네요.

더 위로 올라가서 겨우 겨우 차를 돌려서 길가 교행장소로 만들어 둔 곳이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갑니다.

개울을 건너고 주욱 임도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임도 갈림길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촉의 안테나를 잇빠이 돋우고 가야 할 방향을 짐작해야 하구요.

 

 

개울로 내려가는데 할무니 한분이 굽은 허리로 뭔가를 지고 올라오십니다.

외진 시골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지만 오늘은 더 짠합니다.

산행 치우고 할무니 집까지 짐을 들어 드린 후 막걸리나 한잔 얻어 마시며 잠시 아들 노릇 하고 싶네요.

 

 

등산로가 있기나 한 건가??

 

 

반듯한 임도를 따라 오르는데 이런 반듯함은 곳 사라집니다.

 

 

동네가 내려다보이네요.

띄엄띄엄 한집씩.

옛날에는 모두 초가였을 것인데 지금 시골에는 집들은 모두 반듯반듯하게 변모해져 있답니다.

\

 

임도가 험해집니다.

묵은 임도를 따라 한참이나 올라갑니다.

 

 

임도 끝나는 곳.

그곳에서 위를 보니 물통이 놓여 있네요.

이런 외진 곳이 저 통은 어디에 쓰인 것일까?

물통에서 연결이 되는 호수가 아주 위의 샘터까지 연결이 되어 있는데 오래전 공사를 한 것인지 지금은 호스가 모두 삭아서 떨어져 있습니다.

 

 

길도 없는 산길을 치고 오를 때 만나는 이런 리본은 정말 반갑답니다.

고속도로 같은 등산로에 다는 리본이 쓰레기라면 이런 외진 산길에서 만나는 리본이야말로 구세주입니다.

 

 

그러다가 뜻밖에 고라니를 만났네요.

옛날 시골동네에서 가을 지나고 풀이 마를 때쯤 동네 어른들이 개를 풀어서 고라니를 많이 잡기도 했는데 이게 세계적인 보호종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말 천덕꾸러기이고도 하지요.

근데 오늘 만난 이 넘은 사람을 처음 만나나 봅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니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오늘 산행길의 반 정도는 그냥 길을 만들어 올라가는 것 같네요.

 

 

돼지탕

물이 뿌옇게 되어 있는 걸 보니 아침에 한탕(?) 하고 갔나 봅니다.

 

 

밀림 같은 숲길을 헤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앞이 밝아지는데 훤한 임도가 나타났네요.

차량이 다닌 자국도 선명합니다.

 

 

조금 오르니 갈림길이 나오고..

좌측은 천제단. 우측은 마애불입니다.

길 가 바위에 앉아 등산로를 가늠해 보다가 일단 우측으로 가서 정상을 먼저 만나기로 하고..

 

 

마애불로 가는 화살표가 있는 곳으로 멋진 바위가 있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바위가 마애불보다 더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마애불은 나중에 내려오면서 들리기로 하고 일단 정상으로 올라갑니다.

 

 

정상 주변은 나무들은 많지만 거칠지가 않아 다니기가 한결 수월하네요.

 

 

장육산 정상.

정상에서는 조망이 트이지 않지만 조금 내려오면 소나무들이 멋진 쉼터를 만드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조망이 트입니다.

 

 

소나무 쉼터 자리.

 

 

그저께 옹강산에서 본 풍경이 그대로 보입니다.

앞쪽으로 옹강산도 보이네요.

멀리 좌측부터 가지산이 보이고 운문산과 억산이 조망됩니다.

 

 

운문호가 내려다보이네요.

 

 

정상에서 육장굴 찾아가는 길은 난해합니다.

정상에서 북쪽방향으로 내려선 다음 평이한 숲길을 지나 좌측의 급 내려 막길을 100여 m 내려가야 합니다.

 

 

육장굴 입구에 해당하는 통천문.

굴은 별로 볼 게 없으니 이 석문은 정말 일품이네요.

 

 

석굴 내부.

굴 바닥에는 신라 때 여섯 장군이 이곳에서 수련을 했다고 하는데 장군들이 앉아 있던 자리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암벽에도 다섯 손가락의 자국이 찍려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육장굴이 있어 산 이름이 장육산이 되었다고 하는데 육장산이 되지 않고 장육산이 되었네요.

 

 

굴 내부에서 바깥으로 바라본 풍경

 

 

내부에는 무속인들이 그랬는지 영통이란 글씨가 쓰여 있네요.

 

 

양쪽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앞 제단 내부에 촛불이 아직 타고 있는 걸 보니 누군가 와서 관리를 하는 것 같고요.

 

 

좌측으로는 두 개의 굴이 있고 우측으로 석문이 있습니다.

이 석문을 통하지 않고는 드나들 수 없는 곳이고요.

 

 

굴은 별로 와닿지 않지만 석문은 정말 멋지네요.

 

 

육장굴 앞에서 아주 커다란 오소리를 만났습니다.

거의 멧돼지 급.

이 넘도 사람 구경을 별로 해 보지 못했는지 가만히 서 있으니 제 주변으로 두어 바퀴 돌아다닙니다.

 

 

육장굴에서 다시 올라와 마애불로 곧장 이동합니다.

등산로 없습니다.

그냥 느낌으로 직진.

 

 

산길이 툭 떨어지다가 약수터와 만나네요.

이렇게 놓은 지역에 샘터가 있다는 게 신기.

물은 개구리가 놀고 있는 듯하려 마시기는 조금 거시기.

 

 

샘터에서 임도 따라 조금만 가면 만나는 마매불.

원래 있던 바위에 음각으로 조각이 되어 있는데 불상의 높이는 154cm라고 합니다.

조각 시기는 조선시대로 그리 옛날은 아니네요.

지방 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이곳 마애불을 관리하고 이곳에서 지내는 보살이 한분 계시는데..

움막 같은 암자를 지어서 기거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살님한테 커피 한잔 얻어 마시며 한참 쉬다 내려왔습니다.

이곳 올라온 지 15년 되었다고 합니다.

조그만 애완견과 함께 이곳에서 수양 겸 마애불을 관리하며 지낸다고 하는데 외딴곳 9부 능선자락에서 혼자 지낸다는 게 대단.

가끔 울산의 집에 한 번씩 내려간다고 합니다.

사진은 폰에 들어있는 사진을 나한테 보여주다가 찍은 것이고 노출은 허락을 받았고요.

 

 

이곳 암자에서 바라보는 풍경.

정면으로 뒤편 희미하게 팔공산이 바라보입니다.

 

 

정말 풍경이 멋진 곳이네요.

 

 

뒤편으로 비슬산이 보이네요.

보살님이 보여준 폰의 사진에는 오늘 아침 이곳 아래 안개가 껴서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되었답니다.

 

 

거친 임도를 따라 하산합니다.

 

 

청도군과 경계석이 보이네요.

이곳에 경주와 청도의 경계지점.

 

 

아래에서 올려다본 장육산.

원 안이 마애불이 있는 곳이고 보살이 거주하는 암자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당겨서 본..

 

 

임도를 따르다가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길래 한참 내려가니.. 별장.

다시 올라가려다가 마침 이곳에 와 있는 분이 있길래 이곳에서 곧장 내려가는 길이 없냐고 하니 없다고 등산로는 없는데 내려갈 수는 있다고 하네요.

 

 

거의 무장공비 수준으로 하산.

 

 

한참을 내려오니 계곡을 만나게 되고..

 

 

오래전에 논인 듯 밭인 듯 흔적이 있네요.

이 첩첩의 산골에 그 옛날 척박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조금 더 내려오니 씻을만한 물이 흘러내려갑니다.

 

 

다시 만난 동네..

정말 동물처럼 헤맨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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