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옹강산은 산 이름으로 얼릉 떠 오르는 게 옹녀와 변강쇠인데 이것과는 조금 무관한 산입니다.
다만 지자체에서 일찌감치 옹녀와 강쇠를 이 산에 등장시켜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으로 이곳 오르면 남정네들은 정력 넘쳐 치고 여인네들은 죽을 때까지 갱년기 없이 팔팔한 청춘이 되는 곳이라고 광고를 했었다면 아마 지금쯤 옹강산은 입구부터 줄을 서서 올라가는 산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산 이름의 유래는 옛날 큰 홍수에 이곳 봉우리가 옹기 만큼 잠기지 않고 남았다고 하여 옹강산(翁江山)이란 이름이 되었다고 하네요.
영남 알프스 약간 변방에 속해 있으면서 운문산과 가지산이 조망되기도 합니다.
많은 산객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아니 가본 산객이 없을 정도로 산꾼들에겐 숙제 같은 산입니다.
적당한 조망과 적당한 산행 강도.
그리고, 느낌표 하나.
아무리 더운 여름 산이지만 능선에 오르면 살짝 바람결이 있어 시원한 맛도 있는데 이날은 그야말로 바람 한점 없는 폭염산행이네요.
몸에 열이 펄펄 납니다.
옹강산 가장 기본 코스인 소진마을에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빙 돌고 내려왔답니다.
이전 산행의 느낌이 남아 있어 들렸는데 너무 더운 날이었습니다.
(이전 산행기 보기)
산행지 : 옹강산
일 시 : 2024년 8월 6일
산행 코스 : 소진마을 - 말등바위 - 정상 - 소진마을 (원점회귀)
소요 시간 : 4시간 30분
같은 코스 따라 걷기 : 이곳
평안도 출신 옹녀와 경상도 출신 변강쇠가 어울려 다니다가 이곳 옹강산에서 좀 놀았다는 소문이 있긴 한데 그건 누가 지어 낸 이야기라 생각이 됩니다.
이 두 남녀의 이야기는 변강쇠 이야기를 다른 가루지기전을 보면 아주 흥미가 있구요.
둘이 많이 싸돌아 댕긴건 분명한 것 같은데 함양에서 지리산 오도재 넘기 전에도 이 둘이 한참 정착을 해서 살았다가 죽었다는 동네가 있답니다.
오도재 가는 길에 보면 우측으로 옹녀 테마공원 비슷한 게 있습니다.
오늘의 산행지도.
옹강산의 가장 기본형입니다.
소진마을에서 시계방향으로 옹강산을 한 바퀴 빙 돌아내려 오는 코스입니다.
왜 시계방향?
하산길에서 시원한 계곡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소진마을 입구에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 그늘 아래 주차를 하고 산행 시작.
동네를 따라 올라가면서 추억 속에서나마 만날 것 같은 옛집이 있네요.
방 하나, 부엌 하나.
개울 옆에 좌측으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을 들머리로..
우측 도로가 나중에 하산하는 길이 됩니다.
조금 오르자마자 먼저 드는 생각이..
오늘 반바지 잘못 입고 왔네..ㅠㅠ
다행히 조금 오르니 잡풀들이 비껴 나는데..
그 대신 얼굴에 와닿은 거미줄이 엄청납니다.
스틱을 휘두르며 진행하는데도 얼굴 쪽은 방법이 없네요.
조망이 트이는 곳이 많아 걸음을 자주 멈추게 되네요.
좌측 지룡산과 억산이 보이고 중간에는 까치산과 호거산 방음산의 환 능선이 조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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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룡산자락의 바위봉인 복호산이 유별나게 보입니다.
그 뒤로 억산의 깨진바위가 보이네요.
건너편 와호산 능선.
주욱 오름길이 이어집니다.
어찌 바람 한점 없는지...
오름길에서 만나는 파노라마는 거의 비슷한 풍경이네요.
맨 좌측 뒤가 영알 대장 가지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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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풍경이 오르면서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지룡산에서 내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네요.
운문호가 내려다 보이고 그 뒤로 멀리 대구 수성구가 조망이 되는데 사진으로는 희미합니다.
약간 까칠한 암릉구간을 오릅니다.
소나무 그늘에 앉아서 바람아 불어라 ... 염불 비슷하게 뇌이면서..
약간 좌측이 대구 방향...
이전에는 댐 저수지들이 여름에 민감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여름에는 저수량을 확 줄여 둔답니다.
재작년인가 댐에 물이 제법 차 있었는데 여름에 비가 엄청 내려 부득이 방류를 하다가 댐 아래 수재난리를 만나게 하여 욕 엄청 얻어 먹었지유.
능선 도착.
오진마을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게 됩니다.
조망이 트이는 곳이 많아 여름 산이지만 시원한 맛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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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룡산 능선은 정상까지 올라가는 내내 바로 앞으로 조망이 됩니다.
그 뒤 운문산에서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운무로 살짝 가려져 있네요.
아주 특이한 능선길을 만나게 되는데..
주상절리입니다.
말등바위 가기 전 여러 곳에서 주상절리를 만나게 되는데 학술적인 가치가 없는지 이곳은 그리 알려지지 않고 있네요.
어떤 바위들은 정확하게 6각기둥 형태를 갖추고 있답니다.
다양한 바위 능선길을 지나고...
올라온 능선을 가운데 두고 보는 파노라마 조망.
좌측이 영알 산군들이고 우측이 경주와 영천방향의 산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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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온 능선길.
절벽에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바위 절벽 정상에서
흐르는 구름을 손짓하며
골짜기 나무들 숲을 그윽이 내려다보며
청정히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
열악한 바위 틈새에 뿌리 내리고
추위와 외로움과 위험의 삶이지만 아무 일 없는 듯
고고히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출근 차 안에서 절벽의 나무를 보고
눈물이 났다.
그윽이 내려다보는 것과 고고히 서 있는 것만 빼면
꼭 내 모습 같아서였다.
(박수민의 시)
옹강산에서 가장 유명한 말등바위
상당히 큰 바위로서 위에 걸터앉으면 말 탄 기분이 될 것 같은 장소입니다.
뒤돌아 본 말등바위
말등바위 지나고 약간 높은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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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는 말등바위 풍경.
옹강산에는 예쁜 소나무들이 많기로도 유명하지요.
옹강산 명물 소나무.
상당히 큰 소나무가 바위를 감싸고 있답니다.
옹강산 정상.
하산하는 구간에는 조망이 트이는 곳이 없습니다.
어서 계곡이나 나오너라... 되네이면서 지겹게 내려갑니다.
긍데 만난 계곡은 물 한방울도 없네요.
다시 한참을 더 내려가니..
청청 계곡에 옥수가 흘러내립니다.
옷 입은 채로 풍덩 ;;;;
도로를 따라 주욱 내려가면 다시 만나는 소진마을.
쨍한 햇살에 오곡과 과일들이 아주 잘 익어가고 있겠네요.
올해는 다행히도 아직 태풍이 없어 이대로 가을을 맞는다는 그 어느 해보다 풍요로운 계절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이 나무 그늘 아래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여름 나기를 했을 것인데 지금은 모두 마을회관 에어컨 바람 시원한 곳에서 냉국수 나눠먹고 계시겠지요.
입추 지났으니 곧 여름도 그리운 계절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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