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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기형도의 시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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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기형도는 1960년생이었고 그가 만 28세일 때 파고다 극장에서 영화 '뽕'을 보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쏘주 한 병을 손에 든 채로..

짧은 생에서 돋보이는 시를 많이 남겼는데 그의 시는 모두 사후에 유명해졌답니다.

그의 시는 대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느낌이 묻어나는 독특한 색채의 시를 많이 썼는데 이런 그의 시를 일컫는 장르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Grotesque Realism)'이라고 하네요.

그대로의 풀이로는 기존의 형태를 변형 일그러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형도의 시에서 그로데스크라는 말은 음산하고 침침하다는 느낌이 드는 말인데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란 말은 제가 풀이하건대 '허무주의'라는 단어와 결합시키면 거의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기형도의 시 중에서 가장 가슴으로 많이 다가오는 시가 '엄마걱정'과 제가 좋아하는 시 '빈집'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의 시 '빈집'을 소개합니다.

기형도의 시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들이 많은데 이 시는 조금은 평이합니다.

사랑의 상실을 단순 감정으로 표현했네요.

살면서 다들 그런 사랑 한번쯤은 있었겠지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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