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불거나 밤이거나 낮이거나 그 어느 악천후에도 산꼭대기 허허로이 서 있는 돌부처 하나에 천배 만배 절을 올리려고 1,500여 산길 계단을 1시간이상 꼬박 걸어 오르는 길엔 언제나 사람이 가득한 곳이 있다.
아무리 날이 덥거나 한겨울 눈바람이 몰아 쳐도 이곳을 오르는 인파는 끊임이 없다. 나이도 남녀노소 불문.. 걸음마 겨우 걷는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약사여래불을 외며 오른다..
365일 밤과 낮을 따지지 않고 언제나 기도처로서 그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은 아마 대한민국에서는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 되는 곳, 바로 팔공산 갓바위 돌 부처님이다.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에는 정상인 비로봉(1192.9m)이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이 금지 된 관계로 바로 옆의 동봉(1155m)이 정상 노릇을 하고 있다.
이 동봉을 기준으로 서북쪽으로는 서봉과 파계봉이 있고 동남쪽으로는 염불봉, 인봉, 노적봉이 있고 산세가 뚝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관봉(冠峰)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관봉 정상에 소원을 빌면 꼭 한가지는 들어 준다는 갓바위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관봉 정상에 돌로 만든 앉아 있는 약사 부처라 하여 그 공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이다.
공식 명칭에 여래라 함은 곧 부처를 이르는 말이고 약사라는 말이 빠진것은 이 부처님의 명칭에 대해 미륵불, 아미타불 등으로 이론(異論)이 있어 그런게 된 것이나 좌상으로 앉아 있는 부처의 왼쪽 손에 얹혀 있는 것이 약합이 분명하고 예부터 사람들이 약사부처라 하였음으로 약사여래불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이다.
약사부처라 함은 말 그대로 중생의 질병을 치유하는 부처이다. 숭유억불이 국가 기본 정책이었던 조선시대에서도 이 약사여래부처만은 무시하지 않았다고 한다.갓바위 부처가 약사불인데다가 언제부터인지 소원을 정성으로 빌면 꼭 한가지는 들어 준다는 소문이 퍼져 이 높은 산꼭대기가 가장 유명한 기도처가 되어진 것이다.
1,500여개나 되는 돌계단을 쉬임없이 딛고 올라오는 그것부터가 수행일수도 있고 내 정성을 시험하는 과정일수도 있기 때문에 산 뒷쪽 하양의 선본사까지 차로 휭하니 올라가서 20여분 걸어 오르는 것 보다 부러 돌계단을 오르는 이가 휠씬 많다. 여러가지 고민중에 꼭 한가지를 싸매 들고 여름 더위속에 땀 뻘뻘 흘리며 올라가서 정성을 다하여 빌어보면 아마 갓바위 부처님이 속 시원히 해결하여 주실 것이다.
그런데 무슨 큰 돈벌이가 될 것이라고 지자체에서 이곳에다가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기막히게 어리석은 발상을 하여 요즈음은 약간 시끄러운 곳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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