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재미도 없고.. 매우 긴 글입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친구와 함께 관악산행 중 잠시 휴식하고 다시 배낭을 메려고 하는데..
배낭끈에 팔을 넣을 수가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산을 했습니다.
마당발인 친구 녀석은 식당에서도 제 걱정을 하더니 이내 어디엔가 전화를 하더군요.
병원 사무장이신 동문 선배님 덕분으로, 치료를 받고 좋아져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산행도 평소처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병원장 선배님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예식장 입구에서 누군가 저를 보고 미소를 지면서 인사를 합니다.
어디서 봤는데..? 제 눈썰미도 보통은 아닌데.. 도통 기억이 가물가물..
식당에서 선배님께서 술 한 잔 따라 주시면서 ' 자네 어깨는 괜찮으신가?'
선배님은 질문 후 제 대답은 듣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손짓을 하시더군요.
"이젠 어깨는 괜찮으세요? 요즘 병원도 자주 안 오셔서 걱정을 했는데..."
병원에서 친절하게 어깨에 주사를 놔주셨던 그 간호사님이었습니다.
아~이런 이런.. 제가 또 결례를 범 했습니다.
벚꽃이 만발하던 어느 봄날..
병원 사무장이신 선배님께서 예당호 관광 왔는데 얼굴 좀 보자. 그리고 커피 한 잔 부탁해'..
근처까지 오셨는데.. 무심히 '네, 오세요' 했습니다.
어휴~ 혼자이신 줄 알았는데 선배님과 간호사님들이 우르르~~
아주 작정을 하고 오신 듯.. 트렁크에는 먹거리를 잔뜩 챙겨 오셨더군요.
그날.. 오후 내내 귀도 멍~
눈은 초점을 잃고..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도 기억이 안 납니다.
그 이후 카톡으로.. 주사를 놔주셨던 간호사님에게 평범한 안부 인사를 받곤 했습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간호사님 큰 딸이란 분에게 황당한(?) 부탁을 받았습니다.
'엄마가 그러시던데 좋은 분이시라고 칭찬을 자주 하시네요~'
'저희도 먹을 거 잔뜩 가져가서 하루 당일 신세를 지고 싶은데.. 거절을 안 하셨음.. 부탁을 드릴게요'..
좋은 분이라니..??
단둘이서 따로 만나서 데이트를 즐겼거나, 아니면 식사를 한 적도 없는데?
솔직히 당황도 했지만, 적당히 고지식한 저에게는 부담스러운 부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따님의 목소리가 유쾌하게 들렸습니다... 핑계가 좀 어설픈가요?... 음..
사실 세월을 버티며 나름대로 살다 보니, 상대방의 목소리로 감을 잡는 경우가 많더군요.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한 성격 외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유쾌한 목소리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본성의 소리, 그 자체는 아닐까요..?
짧은 통화 시간 동안 감각과 오성은 동원하여 정보를 캐어내려 하는 게 인간의 본성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정확성을 장담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의 경험으로는 신뢰를 하는 편입니다.
또 엉뚱한 길로 빠졌습니다~
다시 원위치를 하여.. 결론은 방문 요청을 OK~ 했습니다.
큰 따님의 맑고 유쾌한 음색이 제 좁은 가슴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당일치기 방문이 얼렁뚱땅 1박 2일이 되었습니다.
여름밤 너른 마당에 쑥 불을 피워놓고.. 별빛도 너무 좋았습니다.
후배님과 두 따님의 즐거운 수다 덕분에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후배님 가족이 떠난 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인연은 여기까지만...이라고..
그 후 후배님의 카톡에는 무덤덤하게 답을 주고, 전화는 받지 않았습니다.
평온한 내 삶에 누군가를 동참을 시키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는 생각에..
그러던 어느 날... 큰 따님에게 장문의 카톡이 왔습니다.
'아저씨! 저 다음 주에 결혼식 올려요~ 서울 올라오시는 거 힘들다는 거 잘 알지만..' 그런 내용이더군요.
축의금만 보내고 결혼식에는 참석은 안 했습니다.
'인연은 여기까지만..'이라는 제 고집으로..
신혼여행 후 감사하다는 글을 받았습니다만... 답장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병원 사무장이신 선배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제가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좋은 사람인 거 압니다. 명랑하고 긍정적이고.. 하지만 나이 차이도 심하고.. 고생만 시킬 텐데..'
그리고 혼자서 지내는 게 너무 편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설전 아닌 설전을 벌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인연을 만들다는 게 너무 부담이 됩니다.
솔직하게.. 그 누군가를 챙길 자신도 없습니다.
제 울타리가 낮고 부실해서가 절대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본능에 따라서 사는 삶은 당연하고, 본능에 따르지 않는 삶은 멍청한 삶일까요?
제 삶은 이제는 완전한.. 온전한 내 의지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졸음이 몰려오면 자고...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면 짐 챙기고..
그렇다고 해서 제가..'염세주의자'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낙관주의자'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만..
매운 청양 고추를 넣어서 맛있게 끓인 라면은 식욕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먹기는 힘들어도, 저는 불어 터진 라면을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제 식성이기 때문입니다.
맛있게 뜨거운 라면을 먹다가 혀를 대느니... 천천히 불은 라면을 먹는 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천둥 치고 번개가 번쩍입니다~
슬슬 술시(酒時)가 다가옵니다.
술 한 잔으로 정립이 덜 된 헝클어진 생각을 추슬러 보고자 합니다.
갈팡질팡이 더 솔직한 제 마음이긴 합니다만...
좋은 꿈 꾸시고 재미 1도 없는 횡설수설 글 읽으신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막걸리 한 잔 따라 드리고 퇴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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