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한여름이 아닌데도 월매봉에서 면봉산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넝쿨이 뒤엉켜 밀림이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바지 하나가 물풀이 들어 완전 못쓰게 되었네요.
참으로 난산행(難山行)을 한 하루였습니다.
포항과 청송의 경계에 있는 면봉산(眠峰山)은 이곳 저곳 제각기 높이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는데 일단 정상석에 적힌 높이는 1,120.6m입니다.
한문으로는 眠峰山인데 안봉산으로 읽는 이들이 다수 있다는...ㅎㅎ
면(眠), 안(眼)
면봉산(眠峰山)의 眠은 쉴면(眠)자로서 산이 높아 새들도 쉬어 가는 곳이라하여 붙여졌다고 하네요.
대개의 면봉산 산행은 포항 죽장면 두마리를 기점으로 많이 하는데 저는 청송군 현동면 월매리의 용암사를 들머리로 하였습니다.
이유는 월매봉 오르는 암봉 능선이 나름 괜찮은듯 하여 찾았던 것인데 산행 후 되돌아보니 전 구간에 걸쳐 가장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그리 어렵지 않는 산행을 예상하고 찾았는데 전체 산행시간이 7시간 넘겨 걸렸습니다.
풀 숲 헤쳐 나가는 일이 한겨울 눈밭 러셀보다 더 힘든곳이 많더군요.
그래도 열심히 걸었는데 생각보다 코스가 길고 초반에 월매봉까지 오르는데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아침에 도착하여 용암사 입구에 주차를 할때부터 주위가 쌩~한게 오늘도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하루 종일 홀로산행으로 보냈답니다.
월매남봉을 지날 무렵부터는 넝쿨이 정말 심하게 엉켜서 어렵게 헤쳐가고 있는데 발 끝에 물컹한게 채이더이다.
글로 표현이 곤란한 요상한 소리(앵~앵~)를 내며 앞으로 튀어 나오는 짐승은 족제비 가족 4~5마리.
이넘들이 그냥 달아나면 좋은데 앞으로 달아나면서 뒤돌아 멈춰 저를 째려보는데...
기분이 묘하네요. ㅠ
개기는거여?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용암사와 경북대연습림의 갈림길.
월매저수지 바로 아래이고 경북대연습림쪽으로 다리 건너 간이화장실이 있는데 그 앞 그늘에 주차를 하고..
산행준비를 하여 용암사 방향으로 오릅니다.
용암사까지는 포장도로 약 5분거리.
용암사 구경하고 나와서 산행 들머리를 몰라 그냥 멋모르고 계곡을 따라 넝쿨 뒤엉켜있는 임도를 따라 10여분 들어 갔습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조금 더 들어가다가.. 판단은 빠를수록 좋은거..
잠시 바짓춤내려 영역표시하고 휙하고 되돌아 나왔습니다.
다시 용암사까지 내려와 뒤돌아서 다리 건너 우측 풀숲을 보니 등산안내도가 서 있더군요.
그곳에서 10여m 임도를 따라 전진하니 우측에 리본 하나. 그곳에 들머리 등산로가 있습니다.
아마 여름에는 이곳에 멋모르고 와서는 들머리 찾기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용암사에서 월매봉까지는 등산로가 아주 희미합니다.
선등자의 채취를 잘 확인하면서 오르면 큰 문제는 없을것 같지만 위험구간이 많아 조심하여야 겠습니다.
산행코스 :
월매리 용암사 입구(경북대 연습림과 갈림길) 주차 - 용암사 - 암릉 - 월매봉 - 안부 - 월매남봉 - 참나무군락지 - 다지송군락지 - 면봉산, 두마리 갈림길 - 면봉산 정상 - 되돌아 나와서 두마리 방향 - 곰내재 - 계곡길과 임도길 - 경북대연습림 - 용암사 입구(원점회귀)
소요시간 : 7시간
※ 용암사에서 암릉구간으로 오르는 코스는 위험 구간 다수.
월매봉에서 면봉산을 연계하여 오르는 산행은 여름에 비추.
넝쿨이 너무 많습니다.
다만 월매봉은 암릉과 조망이 뛰어나 용암사를 기점으로 하는 산행을 추천합니다.
월매봉~면봉산 등산지도
위 지도에서 노란색 구간이 제가 다녀 온 코스
월매리 용암사 입구(경북대 연습림과 갈림길) 주차 - 용암사 - 암릉 - 월매봉 - 안부 - 월매남봉 - 참나무군락지 - 다지송군락지 - 면봉산, 두마리 갈림길 - 면봉산 정상 - 되돌아 나와서 두마리 방향 - 곰내재 - 계곡길과 임도길 - 경북대연습림 - 용암사 입구(원점회귀)
월매리로 들어가기전 들판에서 바라 본 면봉산 방향 풍경입니다.
면봉산은 앞쪽 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경북대연습림(정확한 명칭은 경북대학교 부속 학술림)과 용암사 갈림길입니다.
위 화살표에서 우측(용암사)로 올라서 좌측 화살표로 내려오게 됩니다.
좌측 다리 건너 화장실 앞 주차공간에 있네요.
용암사 앞에서 올려다 본 암봉
저곳으로 오르게 됩니다.
이곳은 칼데라(Caldera) 지형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을 지정된 곳입니다.
칼데라는 화산폭발하고 시간 한참 흐른 다음 분출 자리가 푹 꺼져 내려 앉아 분지 형태가 된 지형을 말합니다.
월매봉에서 면봉산으로 올라가는 우측(청송군 현서면 무계리)이 여기에 해당 됩니다.
용암사 구경
사람은 기척이 없고 입구 개 한마리만 요란하게 짖어 댑니다.
개가 아직 수양이 덜 된 듯..
절 마당 밑을 거쳐 흐르는 계곡수가 있는데 정말 물이 맑고 시원한 풍경입니다.
절을 나와서 임도를 따라 오릅니다.
들머리를 찾지 못해서 한참이나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산길 입구를 찾습니다.
용암사에서 계곡 임도를 들어가는 입구. 위 다리를 지나 바로 오른편에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휜히 보일것 같은데 여름철이라 입사귀로 가려져 겨우 찾았습니다.
등산로 안내판에 세워져 있는 곳에서 임도방향으로 10여m 더 진행하면 우측에 들머리가 있습니다.
여름이라 전혀 입구가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대략 10m 진행하여 우측 풀숲으로 헤집고 들어가면 산길이 보여집니다.
우측 사면으로 비스듬히 난 등산로는 절 뒷편 계곡방향으로 이어져 있는데 입구에서 대략 30여m 오르면 좌측 사면길로 암봉 방향으로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이곳으로 올라야 됩니다.
일단 계곡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서 계곡구경부터 하고 나올 작정으로..
정말 깨끗하고 멋진 계곡입니다.
이런 굴도 있구요.
계곡 구경하고 다시 돌아나와 암봉으로 올라가는 바위길을 오르면서 내려다 본 용암사.
경사 심합니다.
소나무 하나가 가지가 찢어져 자빠졌는데 다행히 중간에 Y자 형태의 소나무에 걸렸습니다.
저 형태로 가지가 죽지 않고 살았네요.
위로 올라다보니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네발로 딱 붙어서 일단 올라갔습니다. 근데 사방이 아찔한 절벽..
다시 내려 옵니다.
저곳에 올라가니 절벽 가장자리로 부처손 엄청납니다.
군락으로 이렇게 많이 붙어 있는건 처음 봅니다.
내려와서 좌측으로 우회하여 오르니 조금 전 그 바위 뒷편입니다.
바위 꼭대기에 어엿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일품입니다.
위 사진의 바위 뒷편에서 다시 윗쪽 암봉으로 올라야 하는데 직등은 불가능하고 좌측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고 우측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습니다.
제가 멋 모르고 우측으로 돌아 올랐는데 낙석 위험도 많고 길도 좋지 않습니다.
좌측으로 오르는게 나을듯..
푹신푹신한 이끼와 부처손이 많은데 절벽에서 이걸 잡고 잘못 오르다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길쭉하게 생긴 암봉 능선에 도착.
저 곳 앞쪽까지 갔다가 되돌아 옵니다.
어디든지 떨어지면 중상 이상입니다.
올라야 할 마지막 암봉
이곳은 그냥 직등으로 오르는데 아찔한 구간 있습니다.
아찔한 구간=스릴 만점
암봉에서 조망되는 면봉산 방향
정상은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월매리 방향 건너편 능선
아주 멋집니다.
중간에 바위굴도 보이고..
이런 절벽들이 다수 있는데 조심..
월매봉에서 면봉산에 이어진 산길에는 멋진 소나무들이 즐비한데 이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암릉구간 끝나고 힐링 숲길입니다.
룰룰랄라...
이때까지만 하여도 면봉산 구간이 넝쿨로 그렇게 어려울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구요.
월매봉으로 가면서 내려다 본 암봉 구간입니다.
아랫쪽으로 용암사도 내려도 보이네요.
멋진 소나무들이 많아 산길이 지겹지 않는 구간입니다.
등산로는 희미하지만 능선길이라 대충 헤집고 나가면 됩니다.
월매봉 도착. 881.8m
이곳에서 면봉산 정상까지는 4.8km
용암사에서 이곳까지는 1.65km. 그리 멀지 않는 거리인데 두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이곳에서 면봉산 정상까지는 죽 떨어지는 내리막 구간 이어지다가 다시 기나긴 오르막입니다.
대략 3시간 정도 소요.
겨울, 매서운 북풍의 영향인지 가지들이 모두 남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자연이나 세상의 이치에 순응해야 하는데 세상에는 이를 역행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내리막 안부 지나고 오름길 시작부터 연이어진 넝쿨길.
등산로는 애초 보이지도 않고 느낌상 길이라고 여겨지는 곳으로 헤집고 전진.
그러다가 발길에 채여 앵앵거리며 달아난 족제비 가족 너댓마리.
상당히 덩치가 큰 두어마리하고 새끼로 여겨지는 서너마리.
이넘들이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같이 달아나면서 사람 겁을 전혀 내지 않습니다.
전혀 비켜서지 않고 빤히 쳐다보네요.
위 사진의 풀 숲 아래 보이는 저 넘이 저를 꼬나본 넘중에 한넘입니다.
넝쿨길이 이어집니다.
올라타고 밟고 헤치고 집어뜯고..
조망이 트이는 곳 나오면 멋진 오찬을 즐기려 했는데 아무리 올라도 조망이 트이지 않네유..ㅠ
봉우리를 몇 개나 넘나드니 기운이 빠져 적당한 자리에 베낭을 탁자로 하여 점심식사.
식사 유료제공은 LG25 편의점.
요즘 김밥 두줄 5,000원보다 이게 가성비가 좀 나은듯 하네요.
조그만 아이스백에 넣어 온 500mm 에델바이스가 아직도 완전 시원합니다.
바지는 넝쿨에 스치고 끍혀 엉망이 되었구요.
다지송군락지.
바닥부터 가지가 분리되어 올라오는 건 반송이라고 하는데 이곳 소나무들은 유별나게 가지들이 많습니다.
아주 특이하네요.
식사 마치고 기운 내어 다시 넝쿨과의 싸움입니다.
면봉산 300m 남았습니다.
정상에 올랐다가 이곳까지 되돌아와서 두마방향으로 하산하면 됩니다.
이곳 저곳 온통 산나리가 예쁘게 피었는데 산길이 위낙 피곤하다보니 눈길을 주지 못했습니다.
면봉산 정상 축구공이 보입니다.
기상관측소가 면봉산 정상에 있습니다.
사방으로 조망이 탁 트이는 면봉산 정상
가장 돋보이게 다가오는 보현산
그 우측으로 팔공산이 조망 됩니다.
보현산 산행기 : https://duga.tistory.com/2625
보현산은 등산 아니더라도 나들이로 올라도 됩니다.
정상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가 있구요.
면봉산 정상 서쪽 조망 파노라마.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내려다보는 두마리 풍경
원래 계획은 곰내재를 거쳐 베틀봉으로 오르는 것이었는데 급 수정.
도저히 넝쿨을 더 이상 헤치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헌 옷 바지를 입고 와 다행입니다.
집에 가서 버려야 할듯.
곰내재로 내려가는 길
멀리 베틀봉이 보입니다.
산딸기 엄청납니다.
몇 일 비가 내리지 않아 무척 맛나네요.
산딸기를 배 부르도록 따 먹었습니다.
곰내재
곰내재에서 그냥 임도를 따라 편안하게 내려갔으면 될 것 조금 질러간다고 산길로 접어 들었는데 길은 온데간데 없고 .. 사서 고생.
계곡이 정말 멋집니다.
온 몸이 근질근질 후텁지근 땀 범벅..
뭘 했는지는 상상에...
경북대 부속 학술림 마당에 있는 연리목.
강제로 만든 연리목이라 눈길 제로.
산행 종점에 있는 월매저수지.
월매나 고생을 했는지 맥이 탁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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