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는 가을의 한 복판.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에 아주 좋은 계절입니다.
마을을 지나고 산을 넘고 들길을 건너고...
자연속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성찰과 동기부여를 갖는 곳...
지리산 둘레길은 평범하고 흔한 우리의 시골길입니다.
일상적이고 가장 흔한 풍경속에서 자아를 일깨우고 어제를 반성하며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길이기도 하구요.
물질절인 풍요속에 살지만 늘 빈곤한것처럼 느껴지는 일상들..
그것들을 채우려고 떠나는 곳이 지리산 둘레길입니다.
그동안 지리산 둘레길을 한바퀴 한번에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거의 다 둘러 본 듯 합니다.
그 중 몇 구간은 아주 여러번 가 봤구요.
오늘 거닌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4구간으로서 금계~동강 구간입니다.
난이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대략 13km 정도가 되구요.
오르막 구간인 서암정사와 벽송사를 거치면 이 정도이고 그냥 곧바로 가면 11km정도 됩니다.
둘레길 소요 시간을 따진다는건 별 의미 없지만 5시간 정도 잡으면 됩니다.
9년 전 이 구간이 막 개통되고 나서 바로 가 본 후기가 있는데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있을듯 합니다.
그때도 가을이었고 지금도 가을이네요.
지리산 둘레길을 처음 걷는 분들이 착각하는 2가지.
1. 볼거리가 많다.
의미를 가지고 보거나 마음의 눈으로 볼 것은 아주 많습니다만 그냥 보면 평범한 우리의 산하입니다.
들길, 산길, 숲길.. 그리고 허물어지는 돌담이나 연세드신 할머니들의 고달픈 일상 등등...
2. 둘레길이라 사부작사부작 걸으면 된다.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온 분들이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몸살 났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은 평길로 된 곳은 거의 없습니다.
대개 오르내림이 심하고 산길도 많아 준산행으로 생각하고 덤벼들어야 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홈페이지 : http://jirisantrail.kr/
지리산 둘레길 금계~동강 구간 지도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지도 윗부분 작은 안내도는 아래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번호와 연결하여 보면 됩니다.
둘레길은 헷갈리는 구간에 안내판이 모두 세워져 있지 않으므로 지도를 복사하여 가서 위 작은 그림들을 참고하여 걷는것이 좋습니다.
대구에서 금계마을 찾아가면서 꼭 넘어 가야 하는 지안재.
고개마루에 지난번까지 없던 간이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네요.
지안재 지나서 만나는 오도재
지리산에도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도재를 넘어 조금만 내려가면 지리산 조망공원이 나오구요.
좌측 높은 봉우리 중 세번째가 천왕봉입니다.
하봉, 중봉, 천왕봉 순입니다.
금계마을 도착.
폐교된 학교 건물이 둘레길센터로 사용 중인데 아주 많은 이들이 찾아 왔네요.
엄천강에 놓여진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출발 시작입니다.
칠선계곡 입구 추성리에는 단풍이 한창입니다.
느티나무 고목의 줄기가 아래로 쳐져서 데크 속으로 내려가 다시 솟아 올라 있는 모습이 이채롭네요.
4구간을 걷다보면 건너편 채석강 상단에 조각된 불두가 보여 집니다.
아마도 앞으로 몸통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예상..
그러면 엄청난 크기의 자연석 부처님이 완성 되겠네요.
전 구간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산국.
요즘 온통 노란 산국들로 둘레길이 치장되어 있습니다.
엄천강의 경치 중 풍경이 아주 멋진 용유담입니다.
벼를 수확하여 길에다 말리고 그걸 다시 포대기에 담는데..
젊은 분들이 거의 없는 시골에서는 노인분들이 이런 일들을 모두 하고 있지요.
동네를 지날때마다 만나는 주막집
흰둥이 모자가 나와서 맞이 합니다.
둘레길을 걷다보며 동네 개들을 자주 만나는데 짖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워낙에 낯선 이들을 자주 보다보니 그냥 그렁갑다... 하고..
수확한 논들이 텅 비어 있네요.
누렇게 익어가는 벼논의 모습이 참 보고 싶었는데 살짝 늦게 왔습니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가에 벼를 말리고 있는 풍경,
혼자 거니는 이..
둘이 거니는 이..
가족끼리.
친구끼리.
동료끼리.
부부끼리,
연인끼리..
그리고 여럿이서 왁자지껄..^^
식사 시간이 된 듯 합니다.
배고 고프고 술도 고프고..
다행히 아주 멋진 카페를 찾았네요.
몽마르뜨 보빌리에급 최고의 내츄럴 레스트랑입니다.
분위기 좋고..
경치 좋고..
정말 모처럼 밖에서 도시락을 먹어 보네요.
막걸리 한잔하고 모처럼 내공 테스트...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인데 곧 사라질 작품입니다.
어머나!!!
강가에 뜬금없이 피어난 철쭉..
넌 어느별에서 왔니???
커피 무료입니다.
한잔 하세요.
숙박하는 집 아닙니다.
영업하는 집 아닙니다.
각박한 저잣거리의 인심에 짓눌려 있다가 만나는 글귀 하나에 마음이 따스해져 옵니다.
이 분은 누구일까?
곧바로 만났습니다.
커피샵을 마련해 둔 바로 아래 도로에서 청소를 하고 계시네요.
연세가 칠순은 넘으신듯...
너무나 달콤하고 향 깊은 커피..
적막한 시골 도로.. 그리고 시골 마을..
이곳에 가장 자주 드나드는 이는 택배차량과 우편배달부.
이것 저곳 뚝뚝 떨어져 있는 집들의 주인들은 대개 연세 든 노인분들..
하루 한번씩 동네를 들리는 우편배달부..
그렇지만 그마저도 미안한지 동네 입구 정자 아래, 집 대문의 우편함을 모조리 떼다가 옮겨 놓았습니다.
달랑 편지하나 들고 집 앞까지 올라오는게 너무 미안해서....
거의 목적지에 다 왔습니다.
동강마을이 내려다 보이네요.
산행으로 몇 번 찾아왔던 곳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분재처럼 자라는 사과나무..
참 많이도 열렸네..
아랫채 뒷간 처마에 매달아 둔 멍석..
요즘은 참 귀한 물건입니다.
경상도에서는 덕석이라는 사투리로 사용되었습니다.
동네에서 큰 죄를 지으면 멍석으로 둘둘말아서 모두가 매질을 하기도 하였지요.
어릴때 구경 한 기억이 떠 오릅니다.
하루가 지나 갑니다.
강가 내츄럴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덕분에 6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뭔 문제냐구요?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함양이나 추성리 방향 마을버스는 대략 1시간 간격으로 다니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원점회귀가 가능합니다.
자가차량을 세워둔 금계마을까지 택시를 부르면 14,000원입니다.
근데 택시가 에밀리앙의 애인 다니엘이 모는것보담 더 스릴감(?)이 넘쳐 탈 때는 주의가 요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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