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거실 기둥에는 '김상용'의 '남으로 窓을 내겠소'라는 詩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제가 오래 전에 만들어 걸어 논 것 입니다.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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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귀농 인구가 4,000여 가구에 1만명 정도 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제 시골에 가면 몇 년 전만 하여도 각각의 집에 노인 부부가 거의 계셨는데 요즘 내려가 보면 한 집에 거의 한 분.. 힐머니들만 계시는 집이 많답니다. 동네 경로당은 진작에 할머니들 차지가 되었고 몇 분 남지 않은 할아버지들은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다네요.
얼마 전에 시골 읍내에 어머니와 같이 나가 봤는데 가는 날이 마침 장날이라 제법 많은 분들이 장 구경을 오셨습니다. 근데 정말 놀란 것은 나다니는 분들이 거의 다 노인입니다. 그것도 모두 할머니들..
간혹 TV에서 보여주는 5일장 구경하고는 완전 다른 분위기.
읍내 5일장에서 가장 장사 잘 되고 바쁜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약국과 한의원입니다. 연세 드신 노인 분들로 인하여 장날만 되면 약국과 한의원은 그야말로 초만원입니다. 모두 연세가 있다보니 닷새에 한번 열리는 읍내 장에서 겸사로 약도 사고 진맥도 받고 하는 것입니다.
조그마한 시골동네에서 작년에 다섯 분이 돌아 가셨답니다. 물론 저희 아버지도 포함됩니다.
지금 시골에 사시는 분들 중 60세 이하도 몇 사람 있긴 한데 그 사람들은 모두 타지에서 들어 와서 식당이나 영업을 하는 사람이고 나머진 모두 70세 이상이라 합니다. 이제 대략 10년 정도가 지나면 시골엔 빈 동네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꾸 자꾸 비어지는 시골에서.
얼마 전 동네 빈 집 하나가 팔렸답니다.
도회지 사람한테 팔렸는데 뭐 하러 샀는냐고 물어보니 집을 황토로 새로 지어 들어와 살겠다고 합니다.
침이 꼴까닥 넘어 갑니다.
언제나 속에 품고 있던 내 뱉지 못한 속 마음...
연어가 회귀(回歸)하듯이 저도 그곳으로 돌아 가고픕니다.
요즘 제 아내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시골에 들어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부러 억지 소리를 합니다.
'시골에서 당신 같은 이는 못산다. 뭐 할 줄 아는 거이 있어야지!' 하면서 심지를 돋우면 '왜 못해 다 하면 되지!' .. 하며 점점 내 전략에 말려 듭니다.
먼저 나서 뜸 들이다가 식어버리면 큰 일이라 자꾸 옭아 매고 있는 중입니다.
늘 마음 속으로 결심하는 귀향(歸鄕).
탱자나무로 울을 치고 선한 바람 지나가는 흙담 토방에서
툇밭에서 금방 뜯어온 상추쌈을 입이 찢어져라 먹고
배 부르면 자고 꿈이 오면 꾸고
작은 일을 큰 걱정으로 만들어 하루를 보내고 ...
요즘 저녁에 누워서 잠이 오지 않을때는 탱자나무 심을 걱정을 하여 봅니다.
그러면 잠시 후 어느듯 저는 익숙한 솜씨로 탱자나무로 울을 치고 있고 아내는 저만치 상추밭에서 잡풀을 골라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금 저는 밤마다 귀향(歸鄕)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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