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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나옹선사 이야기 - 청산은 나를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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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포항 인근에 있는 내연산에 가면서 산자락 아래에 있는 보경사(寶鏡寺)에 먼저 들렸는데요.
절집 안 우측편애 있는 기념품관 한쪽 벽에 인두로 지져 만든 송판 작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새개져 있는 글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로 시작되는 익히 안면이 많은 싯귀인데 평소 누구의 글인지 모르다가 그 뒤에 나옹선사(懶翁禪師)의 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나옹선사에 대하여 알아보니 경기도 여주(驪州) 신륵사(神勒寺)와 연관이 있구요.
여주 신륵사는 또 제가 관심이 많은 절이었습니다.
작가 이병주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대하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碑)' 이 10권의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소설에 보면 여주 신륵사가 나오고 그 신륵사와 연관된 스토리 중에 저(두가)의 성(姓)씨..  제가 좀 귀한 성씨[慶氏]인데 이 성씨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래 여주는 제가 가진 성씨가 집단 거주 하는 곳이라 관심이 많은 동네이구요. 이래저래 여주와 신륵사 그리고 나옹선사 등은 저의 관심사가 되어 있습니다.
나옹선사는 고려 말 스타급 스님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시 중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위에도 언급한 '청산은 나를보고~' 를 먼저 소개 합니다.

이 시는 제목이 별도로 전해지지 않고 원작자도 나옹선사가 아닌 중국 당나라 한산(寒山)스님이라는 설이 있어나 자세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怒而無惜兮     료무노이무석혜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은 조선 건국 태조의 왕사인 무학대사을 제자로 둘 정도로 당대 최고의 스님이었는데 아주 어려운 환경의 집안에서 출생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경북 영덕의 창수면이 고향이라 알려져 있으며 출가 전 속성(姓)이 아씨(牙氏)라 하는데 제 성보다 더 귀한 성씨 같습니다. 상당히 총명하였던 어린 시절 느닷없는 친구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출가를 했다고 하는데 일단 문경 묘적암이란 곳으로 가서 머리를 밀고 정식으로 출가를 하여 전국의 명산 고찰을 떠 돌아 나니게 됩니다.

4년 동안 이곳저곳을 떠 다니다가 자리를 잡은 곳이 지금 경기도 양주(楊州)의 회암사(檜巖寺).. 이곳에서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4년 뒤 28세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지금의 북경인 원나라 수도인 대도(大都), 그곳에서 인도에서 온 고승 지공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을 하고 10년 뒤 다시 고려로 돌아 옵니다. 돌아 오기 전에 이미 중국에서도 나옹은 상당히 유명해져서 원나라 황실에서도 알아주는 고려 고승의 경지에 다다른듯 합니다.

그, 뒤 국내에서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불사를 설법하고 교화하다가 공민왕의 왕사가 되어 순천의 송광사에 머물다 스승 지공의 지시사항이었던 '삼산양수지간기(三山兩水之間記)' - 삼산(三山)과 양수(兩水)가 합친 중간 지점에 마치 인도(印度)의 아란원사(阿蘭院寺)와 꼭같은 터가 있으니, 그곳에 절을 지으라는 내용, - 을 지키기 위하여 자리를 찾던 중 이전에 지냈던 절 회암사가 그곳이라 여겨져 회암사 중창불사를 거창하게 하게 됩니다. 사실 회암사는 이전에 지공이 고려에 잠시 들어와 최초 창건한 절이기에 이 절은 스승 지공과 제자 나옹, 그리고 그 뒤 다시 나옹의 제자였던 무학이 주지로 있었으니 그 절집의 위세가 짐작할만 하다고 여겨집니다. 고려시대 불교 총 본산이 이곳 회암사였다 하니 그 시절 절의 위세는 대단하였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가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그때 절의 폼세는 없고 매우 초라한 절로 남아 있다 하네요. 다음에 꼭 한번 들려 이런 저런 내용과 절집의 스타일도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여 포스팅하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뭘 좀 제대로 해 볼려고 하면 시기하는 무리가 있기 마련.. 회암사에서 나옹이 불사를 하면 인근의 부녀자들이 불법을 듣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 들었는데 이를 핑계로 생업에 지장이 왔다며 나옹을 음해하는 상소를 올리는 바람에 나옹은 졸지에 회암사를 떠나 밀양 영원사로 가라는 어명을 받습니다. 이미 병이 있던 나옹은 이때 스스로의 병세를 알고 육로로 향하던 길을 한강에서 배로 꺼꾸로 올라 여주 신륵사에 머물게 됩니다. 이곳에서 나옹은 법상에 좌정한 채 영원한 선정에 들었가게 됩니다. 그의 세속 나이 57세. 봉미산에 오색구름이 돌고 나옹의 말(馬)이 사흘을 먹지고 않고 울더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때 신륵사에서 지낸 나옹은 그곳에서 가까운 여강(驪江)에서 다비를 하였는데 사리가 155과가 나왔다하며 제자들이 계속해서 염불하니 사리는 558과로 나누여 졌다고 합니다. 국운이 기울어져 가던 고려 말의 어지러운 대중세계를 불밝히고 생불로 추앙받던 고승 나옹은 이렇게 떠났고 그곳 신륵사에는 이 나옹과 관련된 숱한 전설과 이야기만 남겨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신륵사는 임진란때 모조리 불타 사라진 절을 현종과 철종때 재건 중수 한 것입니다. 신라때 절인 신륵사에서 오래된 것으로 남겨진 것은 벽돌로 만든 다층전탑과 나옹의 부도비, 그리고 돌로 된 석종비, 석종 앞 석등과 대장각기비가 전부입니다. 여강 앞에서 나옹을 다비한 자리에는 삼층석탑이 세워져 있고 나옹의 호를 딴 강월헌(江月軒)이란 정자가 무심한 세월 속에 강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늘 소개시켜 드린 나옹선사도 그렇고 추사(秋史)나 다산(茶山)과 친하였던 초의선사(草衣禪師) 등도 모두 선사(禪師)라는 호칭을 붙이는데 이것의 명확한 구분이 뭔가 알아보니 다음과 같네요. 참고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祖師(조사): 석가모니부처님의 정통 법맥(선맥)을 이어 받은 덕이 높은 스님.
禪師(선사): 오랫동안 선을 수행하여 선의 이치에 통달한 스님.
宗師(종사): 한 종파를 일으켜 세운 학식이 깊은 스님.
律師(율사): 계율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스님. 또는 계율를 전문적으로 연구했거나계행이 철저한 스님
法師(법사): 경전에 통달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선양하는 스님.
和尙(화상): 평생 가르침을 받는 은사스님.
師門(사문): 인도말로 쉬라마나 즉, 출가수행자.
大德(대덕): 덕이 높은 큰 스님.
大師(대사): 고승대덕 큰 스님.
國師(국사) 또는 왕사(王師): 한나라의 정신적 지도자의 명칭으로 황제나 국왕이 명한 직책.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나이 조금 들어가니 세상살이에 대한 덧 없음도 느껴지고 부질없이 살아 가고 있는 지금의 제가 한탄스러워 잠시 나옹선사의 이야기를 떠 올리며 넋두리 하여 보았습니다.
저도 오후에 절에 가서 부처님 전에 엎드려 사바세계에서 저지런 죄업에 대하여 용서를 빌고, 지난번 달아 둔 등에 불이 잘 켜져 있는지 확인하고 올까 합니다. 비록 종교는 없지만 두가방을 찾으시는 모든 분들의 성불을 기원 드리며 어수선한 이 세상 구석구석 자비로운 부처님 은혜가 가득 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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