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심은 고추가 바람에 심하게 휘청거려서..
오후에 고추 지지대를 세우고 1차 묶음 작업을 했습니다.
지나가시던 전 이장님께서 텃밭을 빙~둘러보시더니..
오이 지지대가 빈약하니 수정을 하라고 자세히 알려 주십니다.
바쁘세요?.. No~
제 특기인 후다닥~텃밭 근처에 막걸리 상을 차렸습니다.
한 병을 비울 때쯤 형수님이 안주를?
화장실 가시는 척(?) 하시면서 전화를 하셨나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부에 신김치를 볶아서 가져오셨더군요...
참.. 이런 인정이.. 혼자서 지낸다고 청국장에 청란에..
며칠 전에는 각종 상추 모종까지 갖다 주시고...
두 분을 배웅하고 나서 모든 거실 전등을 끄고 촛불을 켰습니다.
촛불 멍이라고 하나요?
잔잔하 게 흔들리는 촛불로 잠시지만, 내면의 잔소리를 누르는 힘을 느껴 봅니다.
촛불의 적당한 빛이 송과체를 자극해 줍니다...
술 한 잔 덕분인지... 제 호흡 때문인지.. 촛불이 너울거립니다.
신기합니다..
이 촛불로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평정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마음을 비울 수 있었습니다.
절박하게 살아야 했던 1년 전의 제 어설펐던 삶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지금.. 마음을 내려놓은 자는 아닙니다만...
부자? 투기? 풍족한 삶?... 저처럼 사는 필부의 삶..
그 누가 적당한 타협선을 명확한 게 그을 수가 있을까요?
유년시절 할머님께서 장독대 근처에서 촛불을 켜놓고 지성을 드리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린 제 눈에도 할머님께서 지성을 드리는 모습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절대자의 힘에 의존하려는 평범한 한 여인의 소박한 모습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할머님 모습과 제 모습이 오버랩이 됩니다..
제 소원은.. 평범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유산으로 남겨 주려고 아등바등 살다가 가는 허무한 삶보다는..
어려운 친구에게 막걸리 한 잔 사주는 넉넉한 삶을 살다가 가는 건 어떤지..??
답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죽어서 남기는 기부도 좋지만..
당장 내 옆에 목마른 사람에게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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