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 녀석과 산책 중..
추수를 끝내고 이제는 편히 쉬고 있는 논을 바라보니 모두가 내 소유의 논처럼 보입니다.
뭔 욕심이 그리 많냐고요?..
아닙니다... 저 논뿐만 아니라 산책 중에 본 밭과 모든 농작물도 제 것으로 여겨지더군요.
거실 창문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온통 내 소유의 정원으로 보입니다.
저 나지막한 앞산도 제 정원 중 일부일 뿐입니다.
..
처음 이곳으로 이사 후..
창문 밖 풍경은 너무도 낯설었고, 몇 달이 지나도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요즘은 모든 논과 밭이 제 것처럼 여겨지고 제 정원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스스로 생각을 해보니..
이는 이곳 원주민 분들과 소통의 수단을 저도 모르게 알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장님께서 고지서를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
"김장 열 포기해서 어떡혀 ? 따님들 주구나면 없을 텐데.. 밭에 배추하고 무 많으니 맘껏 뽑아다 혀~"
(제가 사투리 흉내를 잘못 냅니다~^^)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도 아주 천천히 느리게 알아 가는 중입니다.
텃밭에서 한때는 땀을 흘리고, 한때는 그 수확물로 즐거워하고..
올해의 부족을 깨닫고 내년을 기약을 한다는 게 그 증거는 아닐까요?
자연은 사계절에만 변화가 있는 게 아니라..
어제와 오늘도 조금만 눈여겨보면, 작은 변화가 있다는 걸 느낍니다.
불어오는 바람결도 다르고, 햇살의 높낮이도 어제와 오늘이 다릅니다.
심지어 참새 녀석들이 제 텃밭 고운 황토에서 목욕을 하면서 노는 시간마저도 다르더군요.
낯선 곳으로 이사 후 고라니 울음소리에 소름이 끼쳐 한동안 소파 담요 속에서 웅크리고 지냈습니다.
그랬던 어설픈 촌부가 요즘은..
산에서 고라니를 만나면 이 놈~하고 소리를 치고..
텃밭 양지바른 곳에 미니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들깨와 파도 심고..
동네 작은 행사에는 막내 역할도 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척 척 김장 10포기와 파김치, 총각김치도 담그고..
주말에는 동치미도 담그려고 합니다.
고추장이 떨어져서 토요일 예산장에 가야지... 했는데
지나가시던 전 이장님께서 고추장 작은 한통을 불쑥 주고 가십니다.
"고추장 나눔 행사에서 자네 주려고 일부러 한 통 챙겨 왔어" 하시면서..
이러니 제가.. 청국장과 된장 그리고 고추장을 담을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삽니다.
동네 두 어르신 모내기와 추수를 도와 드렸더니, 고맙다고 주신 쌀만 40Kg..
갈수록 제가 거들먹거리는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어리숙한 촌부를 아우처럼 잘 챙겨주신 동네 어르신들 덕분 때문입니다~
이 번 주말에는 요즘 제철인 홍게를 사다가 어르신들 모시고..
거들먹거리는 촌부가 모처럼 홍게 라면을 솥으로 끓여서 라면 파티를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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