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일상은 늘 한결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 사이 추위에 떨었을 복돌이 녀석 따뜻한 북엇국 챙겨 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6시쯤이면 화목난로를 피우고 저녁 식사를 하곤 합니다.
추운 겨울 거실 난방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햇살이 오늘은 하루 종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우비를 챙겨 입고 복돌이 녀석이랑 고인돌 마을까지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난주 벌채를 끝낸 야산을 바라보니 급 욕심이 생기더군요..
벌채 후 남은 잔가지가 엄청 많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저 잔가지들을 트럭으로 나르기에는 경사가 심하고.. 지게를 사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는데..
나는 아직도 별것도 아닌 것에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사는 사람인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하니 욕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산에 널려진 목재 가치가 없는 잔가지를 땀 흘려 주워다가 유용하게 쓰는 게 무슨 욕심 운운?
물질적 욕심이 아닌 노력의 결과인데..??
올봄부터 부지런히 준비한 장작을 보면 촌부는 성취감을 느끼곤 합니다.
단조로운 시골 생활이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내 노력을 통해서 쌓아 놓은 장작으로 인하여 얻어지는 성취감은 뿌듯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서 나에게 남은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세상에 넘치는 정보에서 이제는 많이 자유로워졌다는 겁니다.
그 수많은 정보로 인하여, 경쟁사와 싸우고 다투고 경쟁을 하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제 모습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아침 출근 전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질 정도였습니다...
왠 낯설고 푹 삭은 남자가 오기 하나로 버티고 서있는 깡마른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 내려놓았습니다... 오만과 오기로 찌든 제 모습을 더 보기 싫어서..
다 털어 버렸습니다... 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털고 나니 별 것도 아닌 먼지라는 걸 이제야 알았지만..
다 지웠습니다..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으면 한동안 매일 밤 술에 의지를 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막걸리 1~2 병 정도..)
..
이제 귀촌 생활 22 개월.. 이상할 정도로 예 전의 삶이 기억도 희미할 정도입니다.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면 준비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강아지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삼시세끼 챙기는 것 외에도 모든 걸 스스로 준비하고 챙겨야 합니다.
설거지하고 나면 청소도 해야 하고... 좀 쉴만하면 또 메뉴 걱정을 해야 하고~
요즘은 그나마 요령이 생겼습니다..
늘 국이나 찌개를 기본으로 식단을 짜다 보니 힘이 들었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각종 반찬 위주로 식단을 짭니다.
예를 들어서 파래무침 콩자반 구운 파래김 어묵조림 등 몇 가지만 해놓으면 국이나 찌개가 없어도 무난합니다.
그러다 입맛이 없으면 가성비(노력 위주)가 우수한 김치 통나물죽으로 때우곤 합니다.
올 김장 김치가 맛나서 콩나물 넣고 버섯 외 몇 가지 채소만 넣은 후..
먹다 남은 찬밥 넣어서 끓이면 두 끼 정도는 무난하더군요.
지구별 식구로 어설프게 참여를 한지.. 벌써 10 년입니다.
예전의 추억은 모두 다 내려놓고 털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지구별 인연은.. 제 신상에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염치없지만 주욱~~ 이어 갈 생각입니다~
(저 때는 염색도 안 했는데... ^^)
(뵌 지가 언제인지?? 늘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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