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차를 타고 가는데
도로 중앙선 우측 바퀴 자리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차가 지나가면 당연히 휘리릭 날아가야 하는데 그 자리에 가만히 있네요.
지율아. 새가 어디 다쳤나 보다. 날아가지도 않네.
예? 할아버지 어디 가 봐요.
한참이나 앞으로 가다가 다시 양 깜빡이를 켜고 후진을 하여 가장자리에 차를 바짝 붙이고 뒤 창문을 여니 지율이가 내려다보고 놀랍니다.
할아버지 새를 저렇게 두고 그냥 가면 어떡해요!!!
아마 곧 죽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
어서 내려가서 풀숲에 살려 주세요.
차에서 내려 중앙선 가까이 있는 작은 새한테 다가갔습니다.
참새라고 하기엔 너무 통통하지만 크기는 참새 정도.
새가 빨간색 피를 흘린다는 걸 이날 처음 보았습니다.
날개와 머리 사이에 스포이트로 빨강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응고된 빨간 피가 녹두알 크기만 하게 맺혀 있네요.
두 손으로 새를 안았습니다.
가만히 있네요.
얼핏 조류독감 이런 이상한 생각이 나기도 하였답니다.
지율이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새를 안고 건너편 풀숲으로 가서 풀 사이 아늑하게 보이는 공간에 가만히 놔두었습니다.
차로 되돌아와서 생각하니 저렇게 두면 분명 굶어 죽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율이가 먹은 단지우유 빈병 아랫부분을 잘랐습니다.
생수로 헹구고 다시 물을 조금 채운 다음 먹다만 식빵을 잘게 부수어 손에 들고 그 새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지율이가 따라가려고 하여 같이 도로를 건너 그 풀숲에 도착.
작은 새가 있는 자리를 찾는데 뾰로롱 하고 그 새가 하늘로 올라 저쪽으로 날아갑니다.
먹이와 물을 그 자리에 가만히 놔두고 차로 되돌아왔습니다.
지율아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인데 우리가 좋은 일 한 것 같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새를 살려 주셔서..
그냥 놔두었으면 분명 차바퀴에 깔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한 생명.
그걸 무심하게 보아 넘긴 내 양심과 생명의 가치를 업신여긴 나 자신을 크게 자책합니다.
아이 때문에 살려진 한 생명.
잠시 부처님이 아이 속으로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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