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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한적한 겨울 숲길, 치술령과 묵장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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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에 산을 다니기 시작하여 3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산을 다녔으니 자타 인정 경력파가 되었네요.

근간에는 대개 혼산으로 명산 개념이나 인증 개념 없이 이런 산 저런 산 가리지 않고 마구 다니고 있는데 기억에 많이 남는 산도 있고 다녀왔는데도 곧장 잊어버리는 산도 많답니다.

이번 다녀온 치술령도 아마 오래 기억되지 않을 듯하네요.

조망 꽝에다 오름길 등산로를 놓쳐 공비처럼 산길을 헤집고 다녀 원치 않게 고생만 잔뜩 하고 온 산행이었습니다.

 

오래전 울산 쪽에서 국수봉 거쳐 오른 치술령이 별 재미없었다는 기억에 이번에는 반대쪽 울주 녹동마을 쪽에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집에서 출발할 때만 하여도 미세먼지 보통 수준이라 잘하면 동해바다 외근 중인 아들 시운전 선박도 구경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이것도 헛사가 되었구요.

찬바람 몰아치는 날씨에 건진 것 하나도 없는 산행이었지만 산은 올라가면 내려온다는 선문답 같은 화두 하나를 챙겨 왔답니다.

 

 

산행지 : 치술령~묵장산

일 시 : 2022년 12월 13일

산행 코스 : 녹동마을 - 남방마을 - 갈비봉 - 치술령 - 묵장산 - 석계농원 - 녹동마을(원점회귀)

소요 시간 : 약 5시간

 

 

령, 치, 재, 현, 고개... 모두 같은 말입니다.

치술령도 일종의 고개인데 우리 옛 선조님들은 낮은 쪽을 넘지 않고 꼭 별나게 재만디를 넘어갔나 봅니다.

그래서 이곳 치술령도 산꼭대기 지명이라 치술령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비슷한 곳으로 수도·가야 종주에 좌일곡령이 있지유.

 

 

들머리 녹동마을에 도착

길 앞 어느 집 농장 안에 포승줄로 꽁꽁 묶여 있는 곰씨.

뭔 죄를 지었길래 이 추운 날...

 

 

오늘 산행은 스틱 A/S를 기분 좋게 받은 기념으로 온 산행이구요.

Z폴을 즐겨 사용하는데 얼마 전 지리산 묘향대에서 스틱 뽀사먹는 바람에 A/S를 보냈구요. 너무나 친절하게 잘 수리를 해 주어 잘 사용하고 있다가 얼마 전 백두산 산행시 수리받은 쪽 스틱 하단부 연결 부위가 고장 나 또 A/S를 보냈답니다.

근데 이번에도 너무나 친절하게 수리를 해 준 건 물론이고 반대쪽 많이 낡아버린 스틱 하단부까지 말씀하게 새것으로 교체를 하여 보내왔네요.

메모에 고장 부위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고 간단한 안부 인사와 수고 인사를 한 것 뿐인데...

 

상단부 교체는 35.000원이고 하단부는 25.000원.

이제 남은 상단부 한쪽만 탈이 나서 교체하면 완전 새거이가 되어 버린답니다.

신기한 건 두 개를 새 거로 구입하면 대략 17만 원 선인데 이걸 A/S로 완전히 전체를 새 걸로 교체하는 비용은 12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거..ㅎ

암튼 한쪽만 수리 의뢰를 했는데 양쪽을 싹 갈아 준 블랙다이아.. 고마워요.

 

 

새것이 된 스노우바스켓과 팁..

스틱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인데 양쪽 모두 깔끔한 상태를 보니 기분 완전 좋아졌답니다.

 

 

아직 붉은 감이 달려 있는 집 옆 도로를 따라 가는데 개가 마구 짖습니다.

 

 

울타리에는 참새떼들이 엄청나게 달려 있구요.

잠시 서서 참새 사진을 찍는데 주인 여자분이 나와서 설명을 하네요.

아침에 개 밥을 주면 어디서 몰려드는지 참새들이 떼로 와서 개밥을 훔쳐 먹는답니다.

그것 때문에 짖는다고..ㅎ

 

 

길을 따라 정각사 방향으로 주욱 올라가면 됩니다.

 

 

정각사가 있는 마을 도착.

남방마을입니다.

조그마한 사찰 구경하고 되돌아나와 다시 마을을 지나가는데.

 

 

빈 집들이 눈에 뜨입니다.

대청도 없이 부엌 하나 방 둘. 

왼편에 소죽을 끓이는 커다란 솥이 보이고 우측에는 개집이 되어 있는 정겨운 장독간도 있는.

댓돌 위에 고무신이 놓여 있어야 되는데..ㅠ

 

 

또 다른 빈 집.

역시 삼 칸 집인데도 대청이 있어 훨씬 여유로워 보입니다.

굴뚝이 앞쪽에 세워져 있는 게 특이하네요.

 

 

동네를 벗어나 들머리를 찾는데 그 흔한 리본도 하나 보이지 않네요.

 

 

길 옆 12 지간 석장석은 왜 길 옆 숲 속에서 누추하게 서 있는지..??

 

 

들머리인듯한 길을 따라 개울 옆으로 올라가니 문이 닫혀 있는 암자가 나타납니다.

이곳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네요.

 

 

암자 뒤 엉망으로 엉켜 있는 숲길을 헤쳐서 나가니..

 

 

등산로인 듯 빤하게 나 있는 길이 보이고 개울을 건너니 길을 더욱 뚜렷해집니다.

개울 위에 쓰러져 있는 나뭇가지를 와나무다리라고 생각하여 한번 건너볼까 하다가.. 관둬라. 다친다.

 

 

느긋하게 산길을 따라 오르는데 맘 속으로는 뭔가 일이 꼬인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리본이나 안내판이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우측으로 묘가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엄청나게 커다란 노루(고라니 아님) 한 마리가 무덤에 기대어 놀고 있다가 달아나네요.

 

 

대략 4곳 이상의 묘지를 지나고 마지막 묘에서 산길이 끝나네요.

결국 묘소 길을 따라 올라 헛길을 한 셈.

빠꾸를 할까 하니 올라온 게 너무 아까워...ㅠ

다행히 겨울철이라 헤치고 올라가도 될 것 같아 그냥 올라갑니다.

능선까지 올라가면 길을 만나게 될 것이고.

 

 

조기까지만 올라가면 트이겠지.. 뭔가 보이겠지 하면서 악전고투 급 경사길을 잡목 헤치고 오르는데..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급경사길입니다.

 

 

울산오바우님도,

언제인지 모르지만 나처럼 이 길을 헤매며 올랐군요.

애구, 욕 봤씀입니다.

 

 

긴 오르막 헤치고 올라 능선 도착.

널찍한 고속도로가 쫙 펼쳐지네요.

 

 

앙상한 겨울 풍경이 그래도 정겹습니다.

 

 

잠시 후 갈비봉 도착.

 

 

요상하게 생긴 바위인데 사진감은 별로이네요.

 

 

올해는 이산 저산 할 것 없이 도토리 풍년.

 

 

치술령이 코 앞입니다.

 

 

경주 좋을라고산악회에서 세운 안내판인데 한쪽 방향 표시는 뜬금없는 '울산'

산 중 휴식용으로는 최상급인 호텔급 벤치가 놓여 있구요.

 

 

겨울은 삭막하다고 하지만 이 계절만이 만드는 풍경도 멋지답니다.

 

 

치술령.

코브라 놓고 11자 인민군 자세로 인증샷 찍고.

 

이름은 고개이지만 산 정상입니다.

예부터 울산에서 경주로 넘어가는 길이었는데 꼭히 재만디 꼭대기로 넘어 다녀서 봉이 아닌 령이란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상 바로 앞에 망부석이란 전망대가 있습니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아내에 대한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옛날 신라의 눌지 마립간(눌지왕)은 고구려와 일본에 보낸 자신의 동생들을 그리워하였다. 그래서 충신 박제상에게 자신들의 동생을 데려오라고 시켰다. 그래서 박제상은 맨 처음으로 고구려에 가서 둘째 동생을 데려오고, 곧바로 일본에 가서 셋째 동생을 구하러 갔다. 이때 아내는 남편을 붙잡기 위해 남편을 쫓아갔지만 남편을 태운 배는 이미 떠나고 말았고, 박제상은 셋째 동생만을 돌려보낸 채 자신은 그곳에서 혹독한 고문으로 죽는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아내는 남편이 떠난 바위가 보이는 치술령으로 올라갔다가 몸이 굳어 그 자리에서 굳어 바위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바위를 남편이 그리워하는 바위라고 하여 망부석(望夫石)이라고 한다.'

 

 

망부석에서는 멀리 동해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오늘은 꽝이네요.

반대쪽에는 울산 망부석도 있긴 한데 오늘은 조망이 별로라 그냥 통과하기로..

 

 

숲 사이로 오늘 가장 높은 목적지인 묵장산이 보입니다.

 

 

 

 

 

능선길 조망은 거의 트이는 곳이 없습니다.

묵장산이 가까워지네요.

 

 

표시석 없는 묵장산 정상.

 

 

이름도 참 별나게 지었네요.

천년지기 여인길.

 

 

이곳에서 석계농원 방향으로 우틀.

 

 

나무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서라벌 CC

 

 

이곳에서 직진하면 골프장으로....

우측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급 경사에 낙엽이 얼마나 많은지 스키장 분위기 만끽하며..

 

 

어디선가 시커먼 산돼지 출몰할것 같은 분위기의 숲길이 한참이나 이어집니다.

 

 

돼지탕

 

 

겨울 하늘이 가을 잎과 어울리는 모습

 

 

인간의 흔적이 보입니다.

 

 

돌탑과 움막도 보이구요.

 

 

곧 붕괴될듯한 커다란 바위가 있고

 

 

맞은편에는 작은 움막과 함께 사람이 만든 돌축이나 기도처 같은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움막은 닫혀 있습니다.

이 바위의 기운으로 무엇을 얻길 원했을까?

 

 

다시 한참을 내려오니 산중에 엄청난 규모의 교회 건물이 보이구요.

이곳부터는 도로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서 녹동 마을로 찾아갑니다.

 

 

 

 

 

 

 

 

되돌아온 녹동마을

어느 집 앞의 분재 같은 모과나무를 구경합니다.

노란 모과가 상처도 없이 많이 달려 있네요.

 

 

곰돌이는 아직도 그 자세로 묶여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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