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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지리산 천왕봉 새해 첫날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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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신년 일출을 3년 만에 다녀왔네요.

지난 2021년과 2022년은 코로나땜에 통제를 해버리는 바람에 가지 못했구요.

여러 가지로 어수선했던 지난 한 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고 표현해야 하나요.

 

백무동에서 올라서 장터목 1박 하고 천왕봉 일출을 봤는데,

원래 계획은 일출 후 세석으로 가면서 겨울 연하선경 구경하고 한신계곡으로 하산이었는데 일출 보고 나니 지리산이 온통 미세먼지로 꽉 들어차 바로 앞의 능선도 보이지 않을 정도라 곧장 백무동으로 하산했네요.

 

대개 일출 전에는 어마무시하게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지만 일출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이 잦아드는데 올해는 일출 후에도 더욱더 세찬 바람이 몰아쳐 그야말로 지리산 일출객들은 혼비백산..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고 온 산은 미세먼지로 가득 찬 지리산의 정월 초하루..

그래도 해는 바뀌고 새해는 시작이 되었네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산행지 : 지리산

일 시 : 2023년 1월 1일

산행 코스 : 백무동 - 장터목 - 천왕봉 - 백무동

소요 시간 : 1박 2일

 

 

섣달 그믐날 장터목 예약은 거의 로또 수준인데 운 좋게 예약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일몰 장소인 장터목 1,650m 에서 일몰을 보는 행운이 있었답니다.

 

 

그믐날, 느긋하게 차를 몰아 백무동으로.

지안재와 오도재는 제설이 말끔하게 되어 있어 넘어가기 불편한 점이 없네요.

 

 

백무동에서 점심 식사.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인데 올 때 가끔씩 들리는데 오늘도 산꾼들이 몇 팀 있습니다.

김치찌개는 2인분 이상 시켜야 되는데 예쁜 주인장의 배려로 1인분을 기꺼이 차려주네요. 

양이 엄청 많습니다.

뱃씸으로 올라야 되기 땜에 일단 그릇을 비웁니다.

 

 

별난 일이 생기네요.

탐방 안내소에서 장터목 예약 확인하고 아이젠을 꺼내는데 한쪽 아이젠이 하나도 아니고 두 곳의 고리가 같은 곳이 잘린 듯 끊어져 있네요.

그저께 팔공산 가서 멀쩡하게 신고 왔고 벗을 때도 이상이 없었는데...

난감 100%...ㅠㅠ

탐방 직원이 묻습니다.

뭔 문제 있습니까? 선생님?

아이젠 한쪽이 터졌네요.

잠깐만요 하더니 안쪽에서 아이젠 새것 하나를 내어 줍니다.

우리가 대여해 주는 아이젠이 있답니다.

간단한 신상만 적고 무료로 빌려주는 국립공원 시스템.. 정말 고맙네요.

 

올라가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도 산신령님의 예시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올라가다가 아이젠 터지면 정말 난감.

어떻게 멀쩡하던 아이젠이 터져 있을까?

 

 

장터목에서 하루 보내니 급한 것 하나도 없습니다.

천천히 올라갑니다.

 

 

빌린 한쪽 아이젠과 원래 아이젠.. 짝짝이가 되었네요.

조금 후 대여해 준 아이젠으로 오른발도 갈았답니다.

높이가 맞지 않아...

 

 

적당한 경사길을 오르다가..

 

 

참샘에서 소지봉까지는 급격한 오르막구간입니다.

천천히 오르는데도 다른 분들을 계속 추월하게 되네요.

저는 정상까지 거의 논스톱으로 쉬지 않고 오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 시간에 오르는 이들은 모두 장터목 여인숙 숙박객.

 

 

 

 

 

소지봉에서부터는 경사가 조금 약해 지구요.

 

 

날씨가 춥기는 하지만 땀나지 않을 정도로 산에 오르기 딱 좋습니다.

 

 

망바위 도착

 

 

망바위에서 올려다 보이는 장터목

가운데 잘록한 곳입니다.

 

 

조금씩 조망이 트이구요.

펑퍼짐한 반야봉 궁뎅이가 보입니다.

그 왼편이 노고단.

 

 

장터목 도착.

너무 이른 시간이네요.

 

 

5시쯤..

이른 저녁 만찬을 즐기러 많은 분들이 취사장에 간 시간에 일몰 구경을 합니다.

 

 

 

 

 

덜 춥다면 많은 분들이 나와서 일몰을 보는데 오늘은 차가운 바람이 너무 세찹니다.

 

 

 

 

 

한 해가 마감을 하네요.

아듀.. 2022년.

 

 

일몰 구경 후 저녁 식사 준비.

요즘 대피소에서는 절대 금주.

근데 술병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술 취한 듯하는 분이 많네유.

섣달 그믐날

1,650m에서 밤을 보내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응께.

 

 

대피소는 코로나 시국인데도 가득 채웠습니다.

이전과 달리 침낭을 대여하지 않아 배낭 무게가 조금 늘었구요.

근데 내무반 매너가 갈수록 나빠지네요.

코 고는 건 어쩔 수 없다손 치지만.

뭔 이야기를 늦게까지 소곤소곤.. (대피소는 8시 취침입니다.)

새벽 자는데 랜턴 불 켜고 마구 휘젓고 다니는 분(넘).

모두 자는데 배낭 짐 챙긴다고 덜거덕 거리는 소리.

 

 

일출 시각은 아침 7시 37분경.

장터목에서 천왕봉은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대략 6시쯤 대피소에서 출발하면 여명과 함께 일출을 즐길 수 있지유.

대피소 출발입니다.

 

 

천왕봉 가는 길.

주의사항은 땀을 흘리지 않아야 합니다.

속옷에 땀 흘려두면 나중에 천왕봉에서 모두 얼음이 되지유.

그래서 모두 천천히 걸어갑니다.

빨리 가 봐야 추운 곳에서 떨기만 할 뿐..

 

 

1월 1일의 천왕봉 새벽.

하루 중 가장 차가운 시간입니다.

극한 장소이구요.

 

 

일출이 시작되네요.

제가 천왕봉 일출 보는 장소가 거의 한 곳인데 옆에 계신 분이 아는 척하네요.

자기도 맨날 그 장소에서 일출을 본답니다.

뒤에 어떤 커플이 한 시간 이상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참 귀엽습니다.

근데 너무 추워하는 듯..

하느님 신령님 제발 오늘만은 해를 조금 일찍 뜨게 해 주세요.. 하면서 빌고 있네요.

춥지요?

하고 물으니,

예.... 합니다.

그럼 관세음보살 해 보세유..

예쁜 목소리 여친의 바램이 이뤄졌는지 예보 보다 해가 2분 정도 일찍 솟아오르네요.

 

 

 

 

 

 

 

 

 

 

 

2023년 새해 첫날.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입니다.

 

 

이전에는 여기저기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세상살이가 너무 팍팍해진 게 이곳에서도 느껴집니다.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불고 있는 천왕봉 정상인데...

많은 인파로 정상석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중산리에서 올라오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이 교차되어 정체가 되고 있구요.

 

 

갑자기 미세먼지가 잔뜩 밀려옵니다.

일출은 먼지 위에서 이뤄져 말끔한데 갑자기 세상은 탁해졌습니다.

 

 

장터목으로 내려가는 길.

바람이 워낙 세차게 불어서 정신줄을 빼앗을 지경입니다.

 

 

올라오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그리고 시베리아 바람소리...

 

 

미세먼지가 점차 다가와 반야봉도 사라졌습니다.

연하봉과 촛대봉만 보이네요.

 

 

삼신봉도 먼지로 아득히 멀어 보이구요.

 

 

미세먼지가 만든 대기선이 뚜렷하네요.

 

 

뒤돌아 본 천왕봉.

 

 

하산합니다.

올 때마다 만나는 반가운 칭구들...

 

 

소지봉 인근의 산죽들은 어느 해 모두 같이 말라죽었는데 언제 살아날까요?

 

 

하동바위 지나고..

 

 

아이젠 반납.

잘 사용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개울 가운데 저 나무는 떠 내려가지도 않고 잘도 버티고 있네요.

 

 

오도재로 되돌아오면서..

지리산 조망공원에서 잠시 멈췄는데 마고할미상 뒤로 지리산 주능선이 모두 보여야 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흐릿.

2023년의 전망을 보는 것 같네요.

그래도 인간은 희망이란 게 있지요.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세르반테스가 말했구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상자 맨 민바닥에 남아 있었다고 하는 게 희망이라고 합니다.

그러길래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구요.

화이팅!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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