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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부산역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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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열차 산행을 나섰습니다.

대구역에서 8시 26분 출발하여 부산역에 10시에 도착.

제법 많은 인파가 열차에서 내려 출구 쪽으로 향하는데 열차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계단을 올라야 한답니다.

 

올라가는 곳이 좌측은 계단으로 되어 있고 우측에는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계단을 오르다보니 뒤쪽으로 약간 대기줄이 생겼답니다.

근데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좀 급했는지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는 대략 60대 중후반 정도.

 

아마도 처음에는 올라가는 것인 줄 알고 착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몇 걸음 올라가다 보니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주변 시선이 의식이 되었던지 그냥 올라가고 있네요.

알다시피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려면 동작을 배로 빨리 해야 되는데 이 아주머니 나이가 있어 그런지 나름대로 열심히 걷는데도 별로 진전이 없습니다. 

 

이 장면을 계단으로 올라가는 분들이 불안한 시선으로 모두 쳐다보고 있었지요.

저도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벅찬지 조금씩 뒤쳐지기 시작하네요.

그러다가  힘이 부치는지  0.1초 정도 쉬었는데 서너 계단 정도 내려가 버리고.

 

제가 계단 중간쯤 올라가고 있을 때 그분은 거의 필사적인 발놀림으로 거의 계단 상단부까지 올라갔습니다.

근데 갑자기 사고 발생!!

에스컬레이터 상단부는 평평했다가 조금씩 꺼지면서 계단이 생기는 것이라 이곳에서 헛발을 디뎌 넘어진 것입니다.

앞으로 엎어지는 동시에 계단을 올라가는 많은 분들의 놀라는 소리가 들리고..

 

그 순간,

아주머니는 다시 벌떡 일어나 떠내려간 만큼 부리나케 올라왔답니다.

근데 마의 구간에서 다시 앞으로 전진을 하지 못하고 아득히 먼 육지를 쳐다보듯이 얼굴은 창백하여 발만 열심히 움직이고 있네요.

그때, 어느 백기사 장년 분 등장.

이 아주머니를 구하러 들어갔답니다.

잠시 뭔 내용인지 헷갈리게 둘이서 부어 잡고 에스컬레이터 상단부에서 트위스트를 추는 것 같더니 어느새 남자는 저만큼 아래로 흘러 내려가고 있고 여자분도 남자와 허둥대다가 다시 계단 중간쯤까지 후퇴.

구조 실패에다가 약간 뻘쭘한 상황.

 

여자분은 이제 죽기 살기입니다.

그리고 다시 필사적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구요.

계단으로 올라가는 이들이 모두 소리쳤답니다.

그냥 내려가세요.!!

그냥 내려가세요!!!!

 

근데 이 아주머니 가오가 보통이 아니네요.

다시 필사적으로 계단 상단부에 도착.

그곳에서 육지로 넘어오는 단계가 참으로 난감.

다시 두어 번 휘청거리다가 대엿 계단 아래로 내려가고 다시 죽기 살기로 올라오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냥 내려가라고 고함치고..

 

그 사이 저는 계단을 다 올라왔고 열혈남은 아니지만 보고만 있을 수 없네요.

그 아줌씨 소동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한쪽 팔을 길게 내밀어 힘껏 당기고 그 아줌씨를 공중부양시켜서 몸을 꽉 껴안았답니다.

그리고 회전 탄력으로 180˚ 돌아서 아주머니를 무사히 육지 쪽에 안착을 시켰지요.

엄청난 열량을 소비한 그 아줌마께서는 얼굴이 노랗게 되어 저를 힐껏 한번 보더니 부리나케 무리 속으로 사라지네요.

 

요즘은 세상이 험해져서 여자분 몸 함부로 터치하다가 큰일 나는 경우를 많이 봐서 될 수 있으면 특이한 구경거리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이 상황은 그렇지 않았답니다.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했네요.

다행히 경찰서에서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추행 쪽으로는 별 문제가 없나 봅니다.

저 착한 일 한 거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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