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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시골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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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엄마가 올해 90세.

조금씩 깜빡깜빡거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나이.

갑자기 시골집에 달아놓은 홈캠이 먹통이 되어 그저께 일요일 점검차 내려갔답니다.

시골집으로 들어오는 네트워크가 뭔 원인인지 끊겨 있네요.

부랴부랴 KT에 연락하여 라인을 점검하니 선로가 끊어진 것 같다고 하면서 기사 방문하여 집까지 들어오는 통신선을 보수해야 한답니다.

집 거실과 방에 홈캠을 달아두어 5남매가 상시 엄마를 지켜보고 있는데 이게 고장이 났으니 답답하구요.

담날 곧장 기사 방문 예약을 하고 엄마한테 뭔 이상한 사람이 이걸 고치러 올 것이니 놀라지 말라고 신신 당부하고 올라왔네요.

 

저녁에 막내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돈과 통장이 같이 들어있는 지갑이 없어졌다며 막내 여동생이 가져갔다고 떼를 쓰신답니다.

며칠 전 셋째 회갑이라 시골에 들려서 어버이날 앞두고 모두들 용돈을 드렸는데 대략 5~60만 원 정도 되는 돈을 막내가 통장 사이에 끼워 놓으면서 담날 농협에 올라가서 입금하시라고 당부했나 봅니다.

그것이 들어있는 도장과 통장 돈들이 모두 사라졌다네요.

 

시골에 전화를 드려 잘 찾아보라고 하시니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막내가 가져갔다고 합니다.

사실 그전에 막내한테 시골 엄마 돈 관리를 네가 하라고 이야기를 해 두어 막내가 큰돈 들어있는 통장은 가져가고 작은 통장의 돈들도 조금만 남겨놓고 따로 관리를 하고 있답니다.

 

담날,

"엄마, 오늘 점심때 집에 뭘 고치는 사람이 올 것인데 알고 계세요?"

하니, 처음 듣는 듯 전혀 엉뚱한 말씀을 하십니다.

어제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ㅠ

"지금 어디세요?" 하니까,

청년회에서 어버이날 지났다고 맛난 점심 사 준다며 가고 있는 중....ㅠㅠ

에구, 점심때 기사 오기로 했는데..

 

잠시 틈을 내어서 부리나케 시골 내려갔네요.

잊어버린 지갑도 찾을 겸.

온 집안을 뒤져도 없습니다.

마침 KT 기사가 와서 통신선 수리를 하구요.

홈캠은 다시 선명하게 잘 보이는데 지갑이 문제입니다.

농협에 올라가서 확인하니 그동안 출금 내역이 없어 다행, 엄마 얼굴이 통장이니 엄마 아니고 다른 이가 찾으러 오면 절대 출금 안된다고 엄포를 놓구요.

시골에서는 이런 게 통한답니다.

다 아는 얼굴이라 서로 빤하니..

시골집 엄마 숨겨두는 솜씨가 빤하여 몇 곳 수색을 해도 없어 개가 물어 갔다고 생각하고 그냥 올라왔답니다.

 

담날, 엄마 등쌀에 못 이긴 여동생이 시골에 내려갔네요.

여동생도 집안을 모두 뒤졌으나 지갑을 찾지 못하고 식사나 같이 하고 올라오려는데 엄마가 문갑 뒤에 까만 비닐 봉다리에 싼 뭔가를 꺼내어 펼치는데 그곳에 모두가 들어 있었답니다.

사라진 돈과 통장, 도장, 지갑이 모두...

 

혼자 계신 엄마가 참 걱정이네요.

매일 회관에 올라가서 동네 할매들하고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는 게 일과인데 그곳에서 최고 고참이라 따는 날이면 한턱 쏘곤 한다네요.

제가 시골 내려가서 점심을 같이하면 무조껀 엄마가 돈을 내신답니다.

그게 엄마의 행복이라 저도 못 이기는 척하구요.

근데 깜빡거림이 너무 심해지고 있습니다.

장남이라 그런지 이런 것 저런 것 맨날 걱정이 태산입니다.

 

담날 형제들 톡으로 부탁했답니다.

엄마한테 용돈 드려도 필요가 없으니 앞으로 제수씨들이나 누구나 모두 개인적으로 용돈 드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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