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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엄마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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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주말 이틀 동안 엄마 90세 생신을 앞두고 가족들 모임이 있었답니다.

합천호 인근 호수마을 커다란 펜션 독채 하나를 빌려 전국구로 흩어져 사는 5남매 가족 23명이 모였네요.

시골에서 농부 아내로 한평생 살면서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그 아득한 시절의 이야기를 즐거운 옛날이야기로 웃으며 나눌 수 있으니 다들 모두가 제 몫을 다하며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틀 동안 음식을 양껏 푸짐하게 마련하였고 펜션에 주문하여 노래방기기도 설치하고 고기 굽고 먹고 마시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가장 어린 증손자 1세 이안이부터 큰아들인 나까지 나이대가 다양한데 일상에 바쁜 20,30대 조카들이 모두 참석하여 더없이 흥이 돋우어졌네요,

증손주가 4명이나 되니 복도 많은 엄마.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이 모습을 보시고 가장 좋아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근데 엄마는 지난해보다 다르고 봄보다 다르게 수척해지고 계시네요.

몇 달 전부터 거의 매일 한 번씩 안부 전화를 한답니다. 한 달에 두어번씩은 내려가서 뵙는데 하루 하루가 달라지는듯 하고 꺼져가는 등불을 보는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내려가서 바깥 식사를 하면 엄마가 밥값을 낸답니다.

잔소리 마라. 엄마가 밥 사 주는 게 얼마나 되겠노.하신답니다.

그리고 전화를 드리면 엄마는 늘 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니나 잘 지내라. 나는 걱정하지 마라.

귀도 많이 어두워져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지난 여름 너무 더워 그런지, 홀로 계셔서 그런지 음식을 거의 드시지 않아 몸이 새털처럼 가볍습니다.

여동생이 가장 걱정을 많이 하면서 자주 내려가 엄마를 챙기는데도 너무 드시질 않네요.

나머지 머스마 자식들은 맘 걱정만 태산이지 나서서 뭘 할 줄 모르니 가슴만 타고 있구요.

그래도 엄마가 이렇게 옆에 계시니 행복합니다.

 

엄마가 구순이 되어 우리와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될 줄 알았을까요?

이번에 모든 진행은 막내 남동생이 챙겼는데 마치고 단체 카톡을 만드니 모두들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영화를 한편 만들어도 될 듯합니다.

 

우리한테는 대략 20년쯤 된 가족 이름의 비공개 블로그가 하나 있답니다.

그곳에 이런 가족들의 추억들을 모두 올려놓는데 그건 내 몫이랍니다.

이번에는 올려놓을 것이 너무 많을 것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시골에 내려가서 동생들과 조상님 묘소에 벌초를 하였답니다.

벌초 끝내고 나서 차에 오르니 비가 엄청나게 쏫아집니다.

조상님의 덕이라 아니할 수 없네요.

 

 

 

합천호는 만수가 되어 아주 보기가 좋구요.

 

 

 

합천호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있는 예쁜 펜션을 빌렸답니다.

올해  구순이 되신 엄마.

하루 다르게 약해지는 엄마.

늘 마음이 쓰이는 엄마.

그 엄마의 90년 인생을 보듬기 위해 엄마의 아이들이 모두 모여 엄마와의 행복한 시간을 가졌네요.

 

 

 

엄마의 구순을 위해 만든 플래카드

다섯 남매는 당연하지만,

아이들도 엄마의 엄마고 아빠의 엄마이니 모두의 엄마가 되어 우리들에겐 한없이 소중한 이름, 엄마입니다.

 

 

 

엄마의 추억을 일깨우는 옛 사진들을 모아서 커다랗게 만들었답니다.

 

 

 

가족의 개인사들이라 사진은 블러 처리를 했습니다. 

특수한 천에다 아주 선명하게 인쇄를 하여 오래 두어도 변색이 되지 않게 했는데 이날은 바닥에 놔 두고 모두들 사진을 보며 몇 추억을 되새기곤 하였구요.

시골 집에 걸어 둘 것입니다.

 

 

 

펜션은 커다란 창 밖으로 합천호가 내려다보여 참 운치 있는 곳입니다.

 

 

 

가장 어린 나이 엄마의 증손자 이안이도 참가 했구요.

 

 

 

음식을 많이 준비하여 이틀동안 많이도 먹고 마시고 즐겁게 지냈네요.

 

 

 

오남매는 이틀동안 이걸 목에 걸고 있었답니다.

 

 

 

기념 사진도 찍구요.

 

 

 

엄마가 우리 곁에 얼마나 더 머물실지는 모르지만,

이날의 추억이 엄마 가슴에 예쁘게 남아서 남은 인생이 온전히 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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